[차용범 칼럼]한국언론, 권력으로부터 ‘성찰’·‘개혁’ 요구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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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한국언론, 권력으로부터 ‘성찰’·‘개혁’ 요구받다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10.2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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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여당·방통위원장, 언론개혁·미디어비평·가짜뉴스 단속 촉구
‘조국 사태’ 앞, ‘성찰’은 누구 몫, ‘개혁’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한국언론이 뜻밖의 시련에 직면할 것 같다. 한국언론은 당장 ‘깊은 성찰’에 ‘자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매체’ 신문은 ‘미디어 비평’에, ‘신흥매체’ 유튜브는 ‘가짜뉴스 규제’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한국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과 ‘불만’이 드러난데다, 정부·여당의 정책현안에, 방송통신위원장의 채근이니, 한국언론은 한동안 힘겨운 시절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미디어 비평 나서라”-방송통신위원장의 지상파TV에 대한 최근 촉구다. ‘허위·조작정보 근절 나서라“-여당의 정부에 대한 최근 대책 촉구다. 지상파 TV는 미디어 비평의 이름으로 신문 공격에 나설 것을, 정부는 허위정보 근절을 내세워 유튜브 통제에 나서라는 충동이다. 대통령도 느닷없이 ‘언론개혁’을 촉구했다. 대통령은 그 회한의 ‘조국 사태’ 속에서 ‘국민갈등 야기에의 송구한 마음’을 얘기하며, ‘언론의 역할’을 함께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직후 청와대 회의에서, 국민갈등 야기에의 송구한 뜻을 밝히며 언론의 성찰과 개혁을 촉구했다(사진; 10월 14일 청와대 회의 장면, 더 팩트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직후 청와대 회의에서, 국민갈등 야기에의 송구한 뜻을 밝히며 언론의 성찰과 개혁을 촉구했다(사진; 10월 14일 청와대 회의 장면, 더 팩트 제공).

 

‘조국 사태’에 언론의 ‘깊은 성찰’·자기 개혁‘ 필요하다?

먼저, 대통령의 ‘언론 개혁’ 얘기. 실상, 대통령이 국민갈등 상황에 책임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다만, 그 상황에, 왜 (모든)언론이 ‘깊은 성찰’과 ‘자기 개혁’을 다해야 하는지는 참 궁금하다.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전제하며, 굳이 ‘언론개혁’을 재촉했다.

‘조국 사태’ 속에서, 언론은 진실 찾기를 위한 취재·보도에 나섰을 터, 그건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할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조국에의 의혹이 쏟아지고 국민갈등이 심각했다면, 그 성찰은 대통령의 몫인가, 언론의 몫인가? 대통령은 혹, 최근 언론기능에 소홀했다 내부반발에 직면하며 대통령의 민심 오판 및 균형감 상실을 부추긴 그 신문·방송의 성찰과 신뢰회복을 요구한 것인가? (고대훈, ‘언론 획일화는 ’노예의 평화‘다).

대통령의 말, 그 함의는 가볍지 않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정부비판 보도와 조국의혹 보도를 자주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이미 ‘가짜뉴스‘에의 대응을 강조한 바도 있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 "정권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자유·공정 언론 정착 노력해 달라" 같은 표현(한국기자협회 창립 55주년 기념식 축사)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론개혁‘ 언급은 그리 적절치 못하다. 그의 말대로, 언론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며, 그 개혁 역시 내부의 추동에 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또,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국정 영역에서 부지런해야 할 몫은 얼마나 많은가.

 

공정성·국민신뢰 잃은 TV에 ‘신문비평’ 재촉한다?

다음. 지상파TV의 신문비평 문제.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상파3사 사장단과 첫 만남에서, 지상파의 공공적 역할과 미디어 비평의 복원을 강조했다. ‘지상파방송의 가치는 진실의 정확한 보도’, ‘미디어 비평 복원은 공정성 수호·국민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 같은 표현이다. 그들의 경영위기와 영향력 하락 국면, 그 엄혹한 본질을 덮어두고 미디어 비평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곧 방통위의 주요 현안인 것 같다..

따져보면, 신문은 원래 ‘색깔’을 갖는 사회체제다. 그 존재이유는 권력감시에 있고, 그 본질은 성향이다. 단, 정확성·공정성 같은 본래 가치만 잃지 않으면 충분한 것이다. 한국 역시 방송은 허가제, 신문은 등록제인 연유를 살펴보라. 그럼에도 언론비평은 분명 필요할 터다. 언론은 순기능 외에 역기능도 많고, 자율규제의 현실적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공공부문의 언론개입을 차단하며 언론기능을 감시·견제하는 것, 이게 언론비평의 영역이다.;

문제는 언론비평의 원칙과 방법일 터다. 비평이란, 애정에 바탕하는 것, 한국언론이 언론비평의 질책에 성원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언론비평의 이름으로, (공정성 잃은)어용언론이 (본분에 바쁜)정통언론을 공격한 시대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지상파 환경이 그러하듯, (정부통제 속의)친정부 방송이 스스로 공정성 규범을 무너뜨려가며, (정부견제에 나선)신문을 일탈적·파괴적으로 공격한 사례 역시 역사 속에 뚜렷하다.

이런 전철을 기억하며 지금의 언론환경을 돌아보라. 가뜩이나 공정성을 잃고 편향적 보도에 바쁜 그 지상파방송에 온전한 신문비평을 기대한다? 그런 충동을 긍정하긴 쉽지 않다. 그들은 더러 공적 미디어의 책무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공적 미디어‘의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스스로 공정성을 잃고 국민신뢰를 상실한 방송은 우리 앞에 실재하지 않나.

최근 사례들을 보라. MBC의 편향적 보도행태에, 그 보도국장의 다른 방송 시사프로그램 출연 논란까지. 그건 두드러진 현상을 넘어, 그 곳 보도국장 출신 여당 의원이 두루 질타한 부분이다. KBS는 또 어떤가. 조국 검증보도의 소극성에 기자들의 내부반발이 뜨거웠다. 이처럼 내부적 저널리즘 논쟁에 바쁘거나 바빠야 할 지상파TV에 신문비평을 맡긴다? 마, 그만 뒀으면 좋겠다. 그런 신문비평, 결국 한국언론의 내전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한국인 사랑하는 앱’ 유튜브, ‘가짜뉴스’ 누가 가려낼까?

이제, ‘가짜뉴스’ 문제. 논란의 출발은 여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이다. 공무원의 혐오·차별 표현 금지, 역사의 부정·왜곡 금지 등을 예시하며, 유튜브의 가짜뉴스 대책을 담고 있다. 정부가 비판적 뉴스까지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로 규정, 유튜브 규제를 서둘렀음을 알려진 바다. 친정부 사람이라던 전임 방통위원장이 중도 사임한 이유를 보라. 그 ‘가짜뉴스’ 규제 요구에의 우려 때문 아니었나.

유튜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앱'이다. 전 연령대 1위다. 그 이용시간, 카카오톡의 2배, 네이버의 3배다. 그 유튜브, 여러 구조적 문제 속에서 급성장하는 이유는 뭔가? 기존 뉴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시청자와의 강력한 소통능력 때문이다. 유튜브는 오늘, 분명 중요한 저널리즘의 형태인 것이다. 그 순기능을 외면하고 부정적 측면만 주목한다? 이건 유튜브의 언론기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문제는, ‘가짜뉴스를 누가 가려낼 것인가’일 터다. 이 부분, 가짜뉴스 규제의 근본적 과제이다. 언론자유 논의의 고전 ‘아레오파지티카’(존 밀턴)의 중심개념이다. “진리는 토론 끝에 당당하게 표출한다”-그 ‘사상의 자유시장’을 두고, ”어떤 기준으로 검열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거짓 의견이라도 시장에서 의 공개 기회를 사전 억제하는 것은 진리 확인의 기회를 막기에 악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마, ‘가짜뉴스’의 규제 역시 그 논의를 접었으면 좋겠다. 지금 논의대로라면, 최근 유시민의 유튜브방송 ‘알릴레오’의 ‘KBS-검찰 유착 의혹’이며, ‘패널 성희롱 발언’ 논란은 당장 검열-규제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그건 올바른 해결책일 수 없다. 언론보도에의 사후책임, 그게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언론자유의 영역이며, 그런 환경을 지켜가는 게 정부의 몫이다.

 

‘메멘토 모리’는 언론에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방한했던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주장이 생경하다. 탐사보도의 찬란한 역사, 그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국언론 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가짜뉴스 판별방법을 묻는 질문에 잘라 대답했다.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그 표현, 언론의 신뢰를 저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미 ’오보‘ 개념이 있는 상황에서, '가짜뉴스'라는 표현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경계이다.

이쯤에서, 대통령의 말 일부를 되새긴다. ‘언론자유를 향한 길은 끝이 없다’,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정신이 가장 중요하다(한국기협 창립기념 축사). 그리고, 일상적 시련에 직면할 한국언론에게 전할 경계를 덧붙인다. 어느 시대인 들, 언론의 책무는 권력을 견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데 헌신하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경구는 언론에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언론의 건투와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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