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한국 언론자유, 존망을 다투다; 권력, ‘언론탄압법’ 독주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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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 한국 언론자유, 존망을 다투다; 권력, ‘언론탄압법’ 독주 말라!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9.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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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자유는 백척간두에 섰다. 권력의 언론자유 억압 의지는 견고하다. ‘언론개혁’의 미명 아래 ‘언론악법’을 추구하는 집요함, 국민 기본권까지 독선․독주를 쫓는 저돌성․․․, 그 언론자유의 존망은 2주 뒤, 한 번의 고비를 맞을 것 같다. 권력은 나라 안팎의 반발․비판, 나름의 책략에 따라 입법폭주를 잠시 연기했다. 권력은 계속 특유의 셈법에 기댄 언론자유 억압에 정치적 승부를 걸 것인가.

언론자유는 현대문명의 보루요, 민주사회의 존립․발전을 위한 필수요소다. 그 언론자유의 원칙과 사회적 수용 정도는 늘 시대의 흐름과 당대 사람들의 결의 수준에 달려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 파동, 한국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속 언론단체․저명언론이 언론자유 억압의 현장을 주목하며 우려와 비판을 쏟아낸 것, 언론자유 투쟁사에 기록할 ‘시대의 흐름’이다.

국내 언론과 언론단체의 반발도 뜨겁다. 권력의 교활한 언론자유 침해 책동에 많은 언론․언론단체가 함께 저항하고 나선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역시 한국 언론자유 투쟁사에 기록할 ‘당대의 결의’이다. 언론자유의 존망을 건 충돌에 유엔(UN)이 나선 것은 특히 기록할만하다. 그 언론자유 침해 책동에 강력하게 반발한 것, 중요한 ‘당대의 결의’요 ‘시대의 흐름’이다.

절대권력, 시대의 흐름-당대의 결의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 언론악법 강행을 둘러싼 세계적 대충돌에 직면, 이번만큼은 특유의 입법폭주를 거둘 것인가. 내년 대선을 앞둔 격변기의 지지층 우선논리 속에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독선과 오기의 승부를 감행할 것인가. 이제 2주일이다. 한국의 언론자유, 존립할 것인가, 사멸할 것인가?


1. 권력의 ‘언론징벌법’, 일단 발상부터 무리했다. ‘가짜뉴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어떤 선의를 말하더라도, 그 추구하는 방식이 이처럼 난장판일 순 없다. 기존의 피해 구제제도를 두고 언론에 징벌적 배상을 지우려는 발상,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따지는 기준의 모호함, 그 입증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무지막지함․․․,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외면했다.

국내외 주요언론․언론단체의 반발은 드세다. 세계적으로, 국제언론인협회(IPI)․세계신문협회(WAN-IFRA)․국경없는 기자회(RSF)․국제기자연맹(IFS)․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같은 언론단체에, 프랑스 <르몽드>, 미국 <블룸버그>, 일본 <마이니치> <아사히> 같은 유력언론이,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국내 언론․언론단체의 반발도 뜨겁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언론노조․관훈클럽․자유언론실천재단까지, 언론 현업 및 관련 단체가 모처럼 보조를 함께 했다. 권력과 언론의 대대적 충돌, 그 언론자유 옹호 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무겁다. 그 때문인가, 8월 중 소셜 빅테이터 분석 결과, 법안에의 부정적 언급량(23,000건)이 긍정적 언급량(3,100건)보다 7배 많기도 했고(국회도서관).

국내 주요 언론단체와 저명 언론은 권력의 집요하고 저돌적인 언론자유 침해 책동에 모처럼 함께 저항했다(사진; 중앙일보 8월 26일자 1면 사설)
국내 주요 언론단체와 저명 언론은 권력의 집요하고 저돌적인 언론자유 침해 책동에 모처럼 함께 저항했다(사진; 중앙일보 8월 26일자 1면 사설).

2. 세계 언론단체의 비판은 구체적이고 단호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독소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흐름이다. “매우 모호한 개념의 가혹한 처벌은 언론 자유에 명백한 위협, ‘나쁜 법’의 철회를 촉구한다”(IPI), “필연적으로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 철회가 마땅”(WAN)․․․. 세계 유력언론들은 이런 흐름을 중요뉴스로 처리하고 있다.

국제적 언론단체들은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협할 정보통제법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하며, “세계 언론은 한국 언론의 ‘가짜뉴스법’ 반대투쟁에 함께할 것”을 선언했다(사진, 위로부터 WAN-IPI-RSF 홈페이지).
국제적 언론단체들은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협할 정보통제법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하며, “세계 언론은 한국 언론의 ‘가짜뉴스법’ 반대투쟁에 함께할 것”을 선언했다(사진, 위로부터 WAN-IPI-RSF 홈페이지).

국경없는 기자회(RSF)의 비판은 직설적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시기,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는데 악용될 가능성을 들며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RSF는 성명에 대한 민주당 대표의 “잘 모르고 한 말”이라는 평가와 관련, “전적으로 맞지 않다”고 근거를 들어 정면 반박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강도 높은 비판은 예사롭지 않다. 이 법안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에 장문의 서한을 전달하며 신속하게 전문을 공개한 것을 보라. 법안의 적법성-필요성-비례성을 분석한 부분은 전문적․구체적이고, 대안을 제시한 표현도 강경하다. 법안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전하며, 다른 접근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유엔의 적극적 개입은 권력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일 터다. 인권-언론자유-민주화를 앞세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지적받는 모순, 뼈아프지 않겠나. 이 정부 출범 후 유엔으로부터 23차례에 걸쳐 인권 관련 서한을 받았다니, 부끄럽지 않겠나. 오죽하면 “이 서한을 국회의원과 공유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는 유엔의 요청까지 외면하며 서한을 은폐했겠나.


3. 그 ‘언론중재법’의 운명은? 여-야 합의대로라면, 9월 27일 국회에 달려 있다. 그 처리는 순탄할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여-야는 일찍부터 날카로운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은 양당 협의체에 강경파를 배치, ‘무조건 27일 본회의 결론’을 내세운다. 야당은 ‘합의 우선+독조조항 폐기’를 요구한다. 사회적 합의와 숙의? 쉽지 않을 것 같다.

언론단체의 평가도 엇갈린다. 정치권의 밀실․졸속 논의를 우려하며 협의체 구성을 비판하기도, 언론보도 명예훼손 제도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함께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사안을, 짧은 시한의 양당 협의에 맡긴다는 것, 충돌과 강행처리를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우려요 반발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등 언론 7단체는 개정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숙의과정을 거칠 것을 주장한다. ‘언론악법’의 틀과 내용 위에서 협의체를 가동할 경우 졸속 처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양당 협의체에의 참여도 거부한다. 원점에서 언론보도 피해 유형을 분석하고 구제방안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단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단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그렇다. 협의과정에서 그 중대한 독소조항을 걷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징벌적 손배제의 필요성과 언론의 책임을 따지는 기준, 특히 입증책임을 언론에 전환시킨 부분에서, 법안의 핵심을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입법 의도를 가늠컨대, 징벌적 손배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원칙’ 같은 언론관계 원리를 수용하려 하겠나. 실상 이런 부분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법안의 존재가치가 없어질 터다.


4.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때, 권력은 입법폭주를 강행할까? 그럴 수 있다. 권력은 선거법․공수처법․부동산 3법 같은 중요법안에, ‘대북전단금지법’, ‘5․18 역사왜곡처벌법’ 같은 표현의 자유 관련법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국내의 반발이나 국제사회의 우려보다는 오직 진영논리를 우선할 수 있다. 한 때는 “4월 7일 밤을 기억하라”는 경고도 있었지만, 권력의 오만․독선은 그 ‘참혹한 추억’의 교훈도 외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법을 시행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예의 침묵 기조 끝에, 국회의 추가검토 합의 후에야 원론적 입장을 냈다, “언론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고, 가짜뉴스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다”, “가짜뉴스=민주주의 위협요소” 같은 표현이다. 그는 ”언론의 자유=민주주의의 기둥“을 얘기하며, 시나브로 언론의 성찰과 개혁을 촉구한다. 그 모호한 화법에서, 그의 속내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오찬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몇 가지 원론적 입장을 냈다(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오찬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몇 가지 원론적 입장을 냈다(사진: 청와대).

대통령이 ‘언론징벌법’을 시행하려 한다면? 그 뒤의 일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권력에의 감시․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사회를 추동해온 한국 언론의 면면한 역사는 어둠 속에 갇힐 것이다. 한국의 국격(國格)과 국제사회의 평판은 크게 추락할 것이다.

대통령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가 한 ‘고문조작 수사 추적보도’ 취재팀의 법률대리인으로, 언론보도에 대한 검찰․경찰의 고소․고발에 대응한 ‘인권 변호사’ 시절을. 취재팀은 검찰-경찰의 압박 속에 진실을 추구한 보도를 계속하며, 인권 옹호에 크게 기여한 탐사보도(한국기자상 수상)를 일궈냈다. 이 법을 시행한다면, 그런 역사적 탐사보도도 다시 보긴 힘들 것이다.


5. 언론과 권력의 충돌,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피할 수 없다. 민주사회 언론의 존재의의는 권력의 권리남용을 감시·비판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라면, 그 갈등관계를 규율하는 분명한 룰이 있다. 권력은 언론․출판 영역의 어떤 표현을 두고 가치 없다거나 유해하다는 주장으로 규제할 수 없다. 어떤 표현이 더러 해악을 가졌더라도 그 시정기능은 사상의 경쟁체제에 맡겨야 한다.

언론사상사의 고전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1947)은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권장하며 새삼 강조한다. ‘언론의 근본적 문제들이 보다 많은 법이나 정부 조치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라. 그러나 그것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이 문명사회에서, 누가 궁극적 확실성을 고집하며, ‘가짜뉴스’를 재단하고 처벌한단 말인가.

연전 방한했던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주장이 생생하다. 탐사보도의 찬란한 역사, 그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가짜뉴스 판별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잘라 대답했다.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그 표현, 언론의 신뢰를 저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미 ’오보‘ 개념이 있는 상황에서, '가짜뉴스'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경계이다.


한국 언론자유의 위기는 절박하다. 권력이 집착하는 그 ‘언론 악마화’의 불온한 의도가 영 불안하다. NYT의 칼럼 모음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경고처럼, 특히 언론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경향은 우리 눈앞의 현실이다. 언론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때다. 언론자유가 압박당하면 민주주의 자체가 질식하기 때문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그동안 우리가 흘려온 피와 땀을 기억해야 한다. 누가 감히 그 민주주의의 궁극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 시대의 흐름은 뚜렷하고, 당대 사람의 결의 역시 확고하다. 언론-언론단체의 입장을 넘어, 법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권력은 그동안 ‘국민 80% 압도적 지지’를 내세웠지만, 실제 여론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그 여론을 보더라도, 권력이 입법폭주에 나설 명분은 취약하다.

그럼에도 권력이 이 법을 강행한다? 그건 그들이 그토록 욕하는 박정희도 ‘하고 싶었지만 못한 언론 억압적 규제’를 강행하는 것이다(이준웅). 한국의 언론자유 투쟁사 속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을 보라.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그 법을 제정․공포한다. 언론은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라는 부정적 언론관의 결과다. 그러나, 그는 법의 시행을 결국 포기했다. 언론계의 뜨거운 반발 속에서, 민주사회 언론의 작동원리를 이해한 결과다.

오늘 권력의 선택은 어떨 것인가? 최근 대통령-국회의원 간담에서 나온 얘기가 있다. 그는 대화-타협-협치를 강조했다. 그렇다. 문제의 법안, 유엔과 언론․언론단체는 ‘원안 폐기’를 주장한다. 굳이 양당의 합의에 얽매일 필요 없이, 이 법안은 폐기하는 게 좋겠다. 원점에서, 언론의 원칙과 국제규범에 맞는 사회적 합의를 찾는 게 좋겠다.

권력은 언론자유에 관한 한 입법폭주를 포기해야 한다. 그건,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 그 다수결은 떳떳하지도, 옳지도 않은 일이다. 언론은 언론의 원칙대로, 언론자유 훼손의 우려를 덜며 언론의 책임을 강화할 자율규제의 틀을 새삼 다듬도록 해야 한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더 이상 ‘쪽팔리게’ 하지 않는 큰길을 찾아가야 한다.

권력의지에 따른 ‘언론악법’ 시행,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독점적 권력체제 아래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도,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동의와 국민의 공감 없이 그런 꿈을 이룰 경우, 그 후폭풍은 결코 만만찮을 것이다. ‘4-7의 참혹한 추억’을 뛰어넘는 역사적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금, 권력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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