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8]대통령 대변인의 자질과 품격; 오만·무능(청와대)과 친절·유능(백악관)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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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8]대통령 대변인의 자질과 품격; 오만·무능(청와대)과 친절·유능(백악관)의 예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1.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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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언론은 갈등 관계인가?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그렇다. 민주사회 언론의 존재의의는 권력의 권리남용을 감시·비판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컬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저서 '신문과 정부의 갈등'에서 단언했다. “기자와 관리는 ‘뉴스’(사건)를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고-. 오랜 현업 경험에서 터득한 논리로, 언론의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폭넓은 이해를 촉구했다.

언론-권력의 갈등관계? 민주사회라면, 그 관계를 규율하는 분명한 룰이 있다. 권력은 언론영역의 어떤 표현을 두고 가치 없다거나 유해하다는 주장으로 규제할 수 없다. 언론-권력의 갈등은 언론을 보는 권력의 인식과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한 소통역량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물론 권력자의 소통 의지며 방식은, 참 중요하고.

권력이 여론을 얼마나 듣고 싶어 하고, 그를 위해 언론과 어떻게 접촉하는가? 언론의 (불편한)질문에도 얼마만큼 책임 있게 답변하는가? 이런 의지와 방식에, 권력-국민 소통의 성공이 달려 있다. 그 소통의 현장에서, 대통령의 ‘입’, 대변인의 품격과 자질 역시, 중요하다. 주요 기관들이 대변인에 언론현장을 잘 아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도 그런 자질·품격에의 기대 때문이다.

미국에선, 대체적으로 권력-언론 관계가 무난하다. ‘역사상 최고 대통령’ 링컨의 성공은 언론관계의 성공에 기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시 어니스트 대변인, 그들과 언론의 관계는 언론·권력 모두가 부러워할 전형이다. 최근 조 바이든의 ‘입’, 잰 사키(Jen Psaki) 대변인 역시 진실성·투명성에 바탕한 브리핑과 보수-진보를 두루 존중하는 친절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권력은 언론보도에 일일이 반박·비난하며 강경대응하는 모양새다. 그 품격 없는 강경대응에 청와대 대변인부터 앞장서고 있다. 권력을 업은 정치권 역시 언론을 멸시·조롱하는 싸움질을 일삼고 있다. 민주주의 규범을 뛰어넘는 ‘언론개혁’ 공세는 여러 입법 움직임으로, 가시적이다. 비판언론을 적대시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커녕,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⑪]언론과 매일같이 싸우는 사람들; 보도 반박, 언론 조롱, 언론 개혁···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334

 


‘바이든의 입’, 그 탁월한 자질과 빛나는 품격

1.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취임 당일 언론 브리핑을 시작했다. 대통령이 취임 5시간 만에 17개의 행정명령·행정조치에 서명하자 곧바로 출입기자 앞에 선 것이다. 그녀는 인사에서부터 진지했다.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이다. 대통령이 이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진실과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국민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이 방에서 상황을 다르게 볼 때가 있겠지만, 그건 민주주의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첫 언론 브리핑 정상복귀 예고”-영국 권위지 '가디언'은 그 첫 브리핑에서 그녀가 ‘진실’과 ‘투명성’을 얘기하며 놀랄 만큼 정중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브리핑룸에 진실성·투명성을 다시 들여오겠다”며 “(주말 빼곤)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 백악관 유튜브 캡처).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첫 언론 브리핑에서, “브리핑룸에 진실성·투명성을 다시 들여오겠다”며 “(주말 빼곤)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 백악관 유튜브 캡처).

그는 대통령이 취한 역사적 조치, 코로나19 대처, 경제회복, 기후대응 관련 조치들을 설명하며, 31개의 질문에도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부분을 짚었다. “그는 행정부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참석한 거의 모든 기자들의 질문을 계속 받았다”며, 그의 냉철한 머리와 진실에 대한 존중을 격찬했다.

그는 약속했다. "나는 우리 민주주의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역할과 그 역할을 위해 여러분 모두가 헌신하는 것에 깊은 존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매일 브리핑하겠다”고. 실제, 그녀는 지금까지, 하루 44분~1시간 43분짜리, 1일 브리핑을 계속하고 있다. 언론에 비친 그의 인상, 그 탁월한 자질과 빛나는 품격 그대로다.

사키의 적극적이고 차별 없는 브리핑은 트럼프 때와 확연히 다르다(CNN, 폭스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언론과 담을 쌓거나 각을 세웠다. 대통령의 트윗이 공식 메시지였고 브리핑에서도 질문은 제한됐다. 트럼프의 세 번째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재임 9개월여 동안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잰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존 케리 기후특사, 기나 매카시 국가기후 고문과 함께, 기후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백악관 유튜브).
잰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존 케리 기후특사, 기나 매카시 국가기후 고문과 함께, 기후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백악관 유튜브).

‘소통’에 성공한 ‘오바마의 입’, 그 부러운 품격

2. “백악관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비판)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알아차린다.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바로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그건 여러분이 결코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시절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란 칭송을 들었던 조시 어니스트(Josh Earnest)의 고별사다.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017년 1월 1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 2017년 1월 1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그가 모신 대통령 버락 오바마. “오바마는 '소통'했고 국민들은 '존경'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다. 그는 퇴임 직전, 백악관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 8년 임기 동안 부대변인·대변인을 거치며 ‘오바마의 입’ 구실을 맡은 대변인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등장에, 어니스트 대변인과 취재진 모두, 깜짝 놀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 8년 동안 ‘대통령의 입’역할을 수행한 어니스트 대변인의 품성을 극찬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 8년 동안 ‘대통령의 입’역할을 수행한 어니스트 대변인의 품성을 극찬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는 어니스트를 처음 만났던 시기를 회고하며, 그의 품성을 극찬했다. “어니스트는 언론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출입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대변인에 선정됐다”며 “그런 찬사를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의 격은, 곧 대통령의 격이다. 참 부러운 대변인에, 정말 부러운 대통령이다.


링컨의 ‘성공’은 언론관계의 성공에 바탕

3.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았다: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한 한 대통령의 이야기(War of Words)'(해리 마이하퍼, 염정민 역). 견고한 이상을 현실에 조화시킨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 그가 ‘남북전쟁’을 치르며 거대한 사회갈등을 풀고 미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를 언론관계의 성공에서 찾은 역작이다.

당시 링컨은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처절한 전투와, 전쟁에의 지지-반대를 분명하게 말하려는 언론과의 전쟁이다. 그는 정치가로서 많은 재능과 함께, 특히 여론을 다루는 방식에서 탁월했다.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반대층을 지나치게 적대시 않는 방식으로 여론을 다룬 재능이다(염정민).

저자는 군인 출신 언론학자다. 군 복무 중 미주리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그는 평생 링컨과 남북전쟁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특히 링컨과 언론관계에 관심에 집중하며 이 책을 썼다. 링컨, ‘미국 정치학자가 꼽은 역대 대통령’ 1위다. 국정운영 전반, 제도·규범 구현, 대중소통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도자다.


트럼프의 자멸적 불행, 언론과의 갈등으로부터

4. 미국 주류언론은 신문·방송 가릴 것 없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냉엄했다. 트럼프가 부추겨 온 권력-언론의 갈등관계에 영향 받은 바 컸다. 트럼프와 언론의 적대적 관계는 결국 트럼프의 자멸을 부른, 불행한 사례다.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1]미국 언론과 대선 보도: 진실추구 신념·열정, 탄탄한 대중 신뢰···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93

미국 언론은 진실 추구 및 민주주의 수호에의 굳은 신념과 열정으로, 굳건한 대중의 신뢰를 쌓아 왔다. 민주주의·자본주의를 통한 자유주의 국가질서, 진실과 언론자유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언론은 트럼프가 이런 가치와 신념에 저항한 부분을 추궁하며 트럼프를 응징했다.

NYT, WP, USA 투데이 같은 신문뿐이 아니다. ABC·CBS·NBC 방송 3사와 ‘친 트럼프’ 폭스뉴스, 트럼프가 애용해 온 ‘트위터’ 역시 그의 양식 없는 언행에 엄하게 대응했다. 3대 방송사가 트럼프의 회견을 중계하다,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주장에 중계를 끊었다. 대통령 회견 중계를 끊는 초유의 사건이다.

미국 언론들은 왜, 트럼프에게 이처럼 매정했나. 그는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임기 내내 언론을 ‘가짜뉴스’로 싸잡아 비판했다. 언론을 의도적으로 때리며 지지자의 언론 불신·혐오를 높이는 전략이다. 첫 백악관 대변인은 첫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쓸 데 없는 입씨름을 벌이다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예고된 갈등이다.


언론인 출신 청와대 대변인, 썩 좋은 평가 못받아

5. 최근 청와대 대변인에도 언론인 출신이 많다. 그러나, 그들에의 평가는 썩 호의적이지 못하다. 전 대변인, 김의겸, 그는 대변인 시절, 그의 표현대로 ‘까칠한’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재임 중 ‘정권보호와 관련 있는 문제라면 거친 언어로 ‘돌격대’를 자처했다”는 한 언론의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가 고별사에서 보인 언론관을 보면, 그는 나름의 진영논리적 우월감을 가진 듯하다. 그가 쓴 ‘보수언론의 논리’, ‘선배들의 굳은 머리’ 같은 표현은 그가 정녕 ‘언론인’ 출신이라면, 생각조차 못할 오만이다. 오죽하면 진보적 언론비평지조차 “김의겸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실패를 재차 증명했다”고 못질했을까.

(다음, 방송 출신 대변인, "곳간 재정 쌓아두면 썩어버리기 마련" 발언에서 짐작한 자질로 미루어 이 논의에서 제외하고)

현 대변인의 언론 대응방식도 좋은 평을 받을 건 같지 않다. 그는 신문사 편집부국장으로 일하다, 언론인 출신의 대를 이어 청와대로 갔다. 현직기자의 청와대 직행논란에, "달게, 그리고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겠다"고 말하면서. 그는 그 일을 맡자마자 언론의 비판·의혹 보도를 ‘명백한 오보-왜곡보도’로 재단하며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한 언론의 비판·의혹 보도에, ‘명백한 오보-왜곡보도’로 재단하며 강경대응을 밝혔다(사진: 연합뉴스TV 캡처).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한 언론의 비판·의혹 보도에, ‘명백한 오보-왜곡보도’로 재단하며 강경대응을 밝혔다(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문(文) 입양아 발언 연일 논란인데···듣는 사람이 오해했다는 청(靑)”-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변인은 그저, 국민과 언론 탓에 바쁘다. 최근, 대통령의 ‘입양 취소’ ‘입양아동 교체’ 논란에, “오해를 상당히 강하게 한 것”이라며 여론을 원망했다. 들어보면 훤한 우리말에 국민이 오해했다? 권력의 ‘입’이 특정보도를 ‘오보’나 ‘오해’로 폄훼한다? 그래서야 국민과 진정, 소통할 수 있겠나?


언론 적(敵)으로 만들고 성공한 정권 없다···

권력의 언론대응에 대한 우려는 적잖다. ‘권력의 권위화’를(박성민), “언론의 감시를 못견뎌하며 언론불신을 의도적으로 전파하는 프레임”(윤석민)을 걱정한다. 그렇다, 청와대 대변인의 얕은 품격이며, 정치권의 작심하듯 한 언론 때리기, 그 끝은 어디이겠나.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대화·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 약속은 어디로 갔나?

권력-언론 관계를 얘기하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몰락한 닉슨이 떠오른다. 그는 내심 ‘언론=적’으로 인식하며, 언론탄압-정치사찰, 그리고 그의 범죄를 수사할 특별검사까지 해임하려 달려들다 끝내 몰락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언론과의 끊임없는 불화 끝에 재선에 실패하고 비참하게 몰락했다. 신임 백악관 대변인의 탁월한 자질과 빛나는 품격을 보며, 새삼 생각하는 권력-언론의 공존 또는 갈등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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