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⑬]시청료 인상? 나도 반댈세! 공공성·공정성 잃고 경영악화, 그 부담은 국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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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⑬]시청료 인상? 나도 반댈세! 공공성·공정성 잃고 경영악화, 그 부담은 국민에게?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20.08.0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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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료(수신료) 인상 논란, 최근 언론계의 핫이슈다. 우선 KBS가 구조적 경영난 속에 “다른 대안 없다”며 시청료 인상에 달려들고 있다. MBC도 “MBC=공영방송"을 천명하며 시청료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력과 보조를 맞추며, 인상동의 방침을 밝혔고. 근래 지상파의 위기, 공정성 논란과 맞물려 근본적 변화의 고비를 맞은 쟁점이다.

반응은 좋지 않다. 일단, 공영방송의 핵심가치, 공정성·공영성을 잃어가며 국민신뢰를 상실했다. 언제부터인가, 공정성 대신 불공정보도를 거듭하며 국민의 비난을, 최근 재난보도의 잇따른 실패로 국민의 분노까지 사고 있다. 공영방송의 경영악화 역시 그저 방송환경 급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공정성·공영성을 잃고 국민신뢰를 배반한 방송에 시청료가 웬 말인가? 그 시청료, 왜 강제적으로 뜯어가나? 거짓기사 쓰라고 수신료 내는 줄 아나? MBC에도 시청료를 내라고? 여론은 냉담하다. 그 시청료, 그동안 당대의 여당 주도로 인상을 추진하다 계속 좌절을 겪어왔다. 한땐 ‘KBS 시청료 거부운동’이 들불처럼 뜨거운 국민운동으로 번지기도 했고. 수신료 환불 민원도 적잖다.

TV 시청료, 전기요금+수신료 방식... ‘수신료 낸다’ 인식 없이 납부도

1. KBS 시청료(수신료), TV방송 시청 때 내는 요금이다. 방송법 규정에 따라 TV 수상기를 소지하면 시청료를 내야 한다. 요금액수는 방송통신위원회→국회 승인을 거쳐, KBS가 부과·징수한다. KBS는 1994년부터, 한전에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했고, 한전은 전기요금+수신료 방식으로 총액으로 고지한다. 많은 사람이 수신료를 낸다는 인식 없이,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고 있다.

수신료, 1963년 ‘시청료’라는 이름으로 100원을 걷으며 출발했다. 한전 위탁 전에는 징수원이 집집마다 방문, 징수하며 영수증을 떼어줬다. 컬러TV가 나온 1981년 2500원으로 인상, 지금까지 그대로다. KBS는 그동안 자주, 인상을 추진했다. 한 때는 부과대상을 TV 튜너가 달린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모두 실패했다.

수신료 징수를 둘러싼 법리적 논쟁도 뜨겁다. 수상기를 등록하지 않은 가구에의 수신료 징수, 한전 위탁징수 방식의 적법성 등이 문제다. 일본은 TV 등록 때 NHK와 ‘계약’을, 독일은 TV 소지와 관계없이 일괄징수한다. 영국 BBC는 정부와의 약정에 따라 징수하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한다. 우리, KBS 수신료를 한전 전기료와 분리 징수하라는 입법제안이며 국민청원도 잇따른다.

‘공정보도의 대명사’ 영국 BBC는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는 경구 아래 세계적 명성을 쌓으며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고 있다(사진 BBC본사, Pixabay 이미지).
‘공정보도의 대명사’ 영국 BBC는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는 경구 아래 세계적 명성을 쌓으며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사진은 BBC본사(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수신료 거부운동’-1980년대 ‘땡전뉴스’ 시절부터 출발, 범국민운동으로 불붙었다. 이 운동으로, 수신료 징수율이 44%로 떨어지기도. ‘수신료 폐지’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전체가구 중 96%가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수신하는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형 서비스를 즐기는 시대다. 뉴스까지 유튜브를 선호하는 시대다.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개념의 변화를 짚은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지상파 광고시장 감소세 속 수신료 비중 계속 증가

2. KBS 경영상황, 우선 지상파의 산업적 위기부터 심각하다. 다매체·다채널 시대, 지상파의 광고매출(2019)은 전년 대비 2000억 줄었다. 광고시장 점유율은 2015년 55.0%에서 2019년 36.7%까지 추락했다. IPTV·PP(프로그램 공급자)는 상승세, 지상파·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뚜렷한 하향세다(벙송통신위원회).

지상파의 광고시장 감소세는 종합편성채널 출범(2011) 이후 계속되고 있다. 반면 공영방송 수신료 수입은 6705억 원, SO로부터 받는 재송신수입은 3613억 원을 기록했다. KBS 전체 매출 중 수신료 비중은 49.2%, 해마다 증가세다. 광고매출 하락의 역작용이다(한국언론진흥재단).

당연히 KBS와 MBC는 혹독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 시청률 하락과 광고 감소로 연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KBS의 2019년 사업 손실액만 759억 원. 올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KBS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프로그램·인력구조 재편을 통한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그 비상경영 역시 안팎의 반발에 직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KBS "공영방송 재원 필요“, MBC "시청료 배분 필요”... 난관 많다

3. TV 수신료 인상은 이미 정치권의 쟁점이다. KBS 외에, MBC와 EBS가 적극 가세하고 있다. 여론은 썩 좋지 않다. 공영방송의 질 저하, 불공정한 보도 남발, 전기료 통합방식의 징수방식 문제....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많은 공영방송을 두고 있다. KBS, MBC, EBS, 연합뉴스 TV, YTN, 교통방송(TBS), K-TV, 아리랑TV..., 공영방송의 정체성 혼란은 날로 깊다(조맹기).

우선 KBS, 양승동 사장은 최근 수신료 인상요구를 제기했다. 재난방송 최전선에서 공공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MBC 박성제 사장은 ‘MBC=공영방송’임을 강조하며 시청료의 배분을 요구했다. MBC가 수신료 배분을 요구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국회에선 최근 수신료 인상문제로 한 차례 논쟁을 빚었다. 여당과 방통위원장은 ‘인상 필요론’으로 찬성입장을, 야당은 공영방송의 편향보도와 방송의 질 저하 등으로 반대 입장을 새삼 확인했다. ‘공정보도의 대명사’ BBC 얘기도 나왔다. BBC는 매달 2만 원의 수신료를 받는다, 그만큼 낼 가치가 있어서다.... 방통위원장은 되짚었다, "공영방송의 자구노력이 뒷받침 돼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키로 합의했다가 대다수 신문들의 비판을 받았다. 공영성·공정성·신뢰도 등 KBS가 현 정부 들어 친정부적 성향으로 돌변하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선 인상은 불가하다는 목소리, 왜 광고도 받으면서 수신료는 더 올리냐는 목소리도 있다(미디어오늘).

논란 핵심, 공정성·공영성 문제... 전기료 병합징수 방식도

4. 수신료 인상 논란의 뿌리는 깊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공영성 문제다. 공정성, 정권의 변화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정치색 영향을 받는 구조는 이미 일상적이다. 사실과 여론을 멋대로 조작·전달하는 매체를 위해 자기 돈을 강제로 바쳐야 하나? 전기료와 병합징수 근거를 폐지, 내고 싶은 사람만 내게 하라, 그런 논란들이다.

공정성 논란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요즘 심각한 위기다. 자유·독립, 공정성 대신 권력·정부 옹호에 앞장 선 '코드 논란'으로, 특히 공정의 가치에 민감한 젊은 층의 외면도 심상챦다(조맹기). 한국사회의 진영논리와 국민갈등을 극대화한 지난 해 ‘조국 보도’를 보라. 공영방송은 더러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다 존립의 위기를 자초했다(차용범, 한국언론과 '조국 보도’, 공정성, 진영논리...). 지난 총선국면에서 드러난 KBS의 여당 편들기식 여론조사 보도며, 최근 ‘채널A기자 강요미수 의혹’ 보도과정에서 드러난 ‘묻지마’식 불공정보도를 보라.

널리 알려진 대로, KBS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자와 검사장이 기사내용을 정면 반박하자, 하루만에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방송을 했다. KBS 공영노조는 "정권의 나팔수, 굴욕적 셀프 항복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은 더러,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최근 ‘채널A 기자 강요미수’사건 관련, ‘검언유착’ 보도 하루만에 사과방송을 한 것도 한 예다(사진; KBS 사과방송 화면 캡처).
공영방송은 더러,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최근 ‘채널A 기자 강요미수’사건 관련, ‘검언유착’ 보도 하루만에 사과방송을 한 것도 한 예다(사진: KBS 사과방송 화면 캡처).

이 보도는 ‘검찰간부의 허위정보에 따른 것’이라는 검찰고발도 뒤따랐다. KBS가 ‘권력’이 말한 허위내용을,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검언유착’ 의혹이 KBS·MBC 등의 ‘권언유착’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이 보도들은 진실추구 대신 외부 입김에 기운 불공정 편향보도의 한 전형이다 그 보도, 진실을 추구하거나 검증에 천착한 대신, 어떤 이유에서건 외부의 입김에 기울고 만 ‘기레기’적 보도다.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는 이 논란과 관련, 양승동 사장 등 책임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디어연대‘도 MBC 박성제 사장 등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은 이 ’권언유착‘ 의혹을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 KBS·MBC의 보도행태를 ‘단순한 오보’ 아닌 ‘조작 방송’으로 보는 것이다.

KBS·MBC가 저널리즘의 기본을 잃고 편향보도를 한 사례는 적지 않다. 공영방송의 언론비평이 언론불신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정준희). 오죽하면 진보논객 손석춘도 이 부분을 작심하고 비판했겠나, “‘저널리즘 토크쇼J’가 보여주듯 KBS·MBC·TBS 시사프로그램들은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찾지 못하는 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순 없다.

공공성 논란

공영방송의 공공성 문제도 그렇다. 재난이 있을 때, 자주, 제 몫을 다히지 못했다. 7월 ‘부산·경남 폭우’ 때의 대응을 보라. 지난 해 고성산불 보도에서 지적받은 KBS의 무책임 그대로다. 폭우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지역재난 '방관방송‘ 또 입증한 KBS"-지역언론 보도다. 수신료 인상근거로 재난방송 서비스를 강조하곤, 정작 재난주관방송사 구실을 못한다? 수신료 징수 자체에 대한 국민 불만은 크다.

“재난 방송은 재난 중계가 아니다”, 한 언론의 보도다. 재난방송, 속보성·정확성·예측성 같은 방송기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 시청자는 재난 상황 속의 당사자다, 재난 이후 후속보도 역시 중요하다. 방송의 공공성, 법과 제도로 부여받은 과제를 넘어, 국민 분노·불만 속에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김동원). 국민들은 왜, 1만 4500원의 넷플릭스를 구독하며, 월 2500원의 시청료에는 거부감을 느끼는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신료 인상, 국민 84.3% ‘반대’... “강제징수도 문제 많다

5. KBS 수신료 인상, 벌써부터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 동의’를 말하곤, 재임 일성으로 ‘지상파 재원구조 전면 재검토’를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 반대가 많은 민감한 사안이다. 2018년 민주당 의원의 수신료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반대 84.3%에, 강제징수조차 문제 많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반대 배경은 뚜렷하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수입을 올리면서 수신료까지 받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최근 ‘검언유착’ 오보를 내고도 수신료를 올리겠다?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편향적 기사를 내보내곤, 수신료를 올릴 염치가 있느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이 부분, KBS 공영노조 역시 “정권의 프로파간다 스피커로 셀프 전락한 것인가?”고 질책하지 않나. “공작에 앞장서다 거짓말로 밝혀지니 오보라고 하면 끝인가?”, “‘부정확한 사실’ 정도가 아니라 관제방송의 명백한 모략 날조극이지”, “사실관계가 뭐 중요하겠어. 임 향한 뜨거운 충성이 중요하지”, ““KBS 보는 사람만 수신료 내야 한다. 거짓 기사 쓰라고 국민이 수신료 내는 줄 아나”, 이게 국민의 최근 인식이다(중앙).

국민은 KBS를 신뢰하지 못한다. 이건 현실이다. 올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더라도, KBS의 방송 점유율은 높되, 신뢰도는 YTN·MBC보다 낮다. 공영방송 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이다. 지금 코로나19 사태 속, 언론사 경영은 두루 위기다. 모든 기업도 위기다. 그 위기를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또 정상적인가?

이 정도면, ‘공영방송’ 아닌, 개별 방송사를 살리려 국민을 불러내는 꼴이다. 국민이 공영방송의 위상·편익을 인정하지 못하는 바탕에서, 그저 시청료 인상으로 현실을 타개하려 한다? 그 개별방송의 경영난 타개를 정치권력에 호소한다? 오늘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공공성·독립성을 말하며,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하는 반면, 공영방송은 권력의 도구 몫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모양새다.

KBS 시청료 인상, MBC에의 시청료 배분,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독점적 권력체제 아래서, 방통위며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회복과 동의 없이 그런 꿈을 이룰 경우, 그 후폭풍은 결코 만만찮을 것이다. 예전의 ‘시청료 거부운동’을 뛰어넘는 국민 저항에, 어쩌면 공영방송의 존립을 위협 받는 상황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금, KBS며 권력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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