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⑭]종이신문, 정말 사멸하나? 온라인 뉴스 매출, 종이신문 추월했다...
상태바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⑭]종이신문, 정말 사멸하나? 온라인 뉴스 매출, 종이신문 추월했다...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20.08.16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질렀다. 전체 구독자의 88%(650만 명 중 570만 명)이 디지털로만 신문을 보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smart media시대 성공 스토리다. NYT는 일찌기, “종이신문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을 예언했다. 시대흐름에 대응,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며 ‘전통적 저널리즘’ 구현에 전사적(全社的) 역량을 쏟아왔다.

언론환경의 급변 속에서, ‘종이신문 종말론’이 등장한 지 오래다. 그 세계적 조류 속에서 권위지(quality paper)들의 혁신 노력은 눈부시다. digital first의 생존전략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결국 신문 생존의 최고 경쟁력은 ‘최고의 저널리즘‘이라는 공통인식이다.

세계최고 권위지 NYT가 Smart Media시대 ‘좋은 저널리즘’ 전략에 집중,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사진: NYT 본사, 위키피디아).
세계 최고 권위지 NYT가 smart media시대 ‘좋은 저널리즘’ 전략에 집중,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사진: NYT 본사, 위키피디아).

신문은 100년 전부터 ‘신문 사멸론’에 직면하면서도, 주축적 매체의 위상을 잘 견지하고 있다. ‘미디어 변형론(mediamorphosis)'이 말하듯, 환경의 급변에 앞장서 변형하는 강건한 생명력 때문이다. 그 신문의 생명력은 한국에서도 두루 통할 것인가? 한국 신문이 겪고 있는 전통매체의 산업적 위기며, 언론소비 형태의 변화, 특히 언론의 신뢰 상실 속에서도?

특히 한국 신문은 digital first의 주도권을 포털로 넘겨주고, 뉴스 소비과정에서 독자 브랜드를 상실했다. 뉴스 생태계의 황폐화를 자초, ‘좋은 저널리즘’의 활력을 잃고 있다. 포털 사이트가 강력한 (무료)플랫폼으로 존재, NYT 같은 온라인 유료화 전략을 꿈꾸기 어렵다. 그런 특수상황 속에서, 한국 신문은 어떤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인가?

NYT “온라인 매출, 종이신문 추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우뚝”

1. ‘세계 최고’ 권위지 NYT의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질렀다. NYT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인종차별 반대시위,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같은 굵직한 이슈들로 뉴스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효과다. NYT는 이 사실을 중요기사로 보도했다(8월 5일자).

NYT의 올 2분기 수입, 디지털 구독부문 매출 1억 8550만 달러로 종이신문 매출 1억 7540만 달러를 추월했다. 2분기 중 NYT의 디지털 신규 구독자 수는 66만 9000명,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49만 3000명이 뉴스 서비스 구독자, 나머지 17만 6000명은 요리, 말풀이 같은 기타 서비스 이용자다.

NYT는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지른 이정표적 쾌거를 자체 기사로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NYT는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지른 이정표적 쾌거를 자체 기사로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NYT 구독자의 88%가 온라인 구독자다. 2011년 온라인 유료화를 단행한 지 9년 만이다. NYT는 미디어 환경 급변에 대응,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NYT는 2025년까지 구독자 1000만 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NYT는 마크 톰슨 CEO의 얘기도 기사로 다뤘다. 이번 성과, 고품질 저널리즘에 대한 전폭적 투자가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것이 매출 증가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입증한 것, NYT의 변혁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마크 톰슨은 종이신문 NYT의 디지털 변신을 성공시킨 뒤 곧 퇴암한다. 후임 CEO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49) 역시 구독 기반 저널리즘 전략을 지속해서 확대할 포부다.

NYT에는 품질 좋은 뉴스, 의견 기사와 함께, 동영상·디지털을 특화한 실험 기사들이 다양하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NYT에는 품질 좋은 뉴스, 의견 기사와 함께, 동영상·디지털을 특화한 실험 기사들이 다양하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미디어 발달사=부고장의 역사... 그래도 신문 꿋꿋한 성장

2. NYT의 혁신, 그저 도전적 실험의 결과는 아니다. NYT는 2년여 전, “종이 신문, 미국에서 10년 후 사라질 것”을 예언했다. 당시 마크 톰슨 CEO는 "미국에서 종이신문이 최대한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종이신문 NYT의 디지털화에 전념,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실상, 종이신문의 ‘사망 예언’ 역사는 100년에 이른다. 라디오가 등장했을 때(1921), TV가 등장했을 때(1935), 신문은 이미 사망예언을 받은 바 있다. CNN 출범 때(1984), 창업자 테드 터너는 “신문은 첨단미디어의 출현으로 10년 이내에 사멸할 것”이라고 장담, 언론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고. 흔히 미디어 발달의 역사를 ‘부고장의 역사’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신문은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격변하는 정보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기술적 대응과 저널리즘 재구축을 위한 노력,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경영혁신으로 생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본질적 저널리즘을 강화하며 다른 매체와의 융합주도 기능을 극대화해 온 것이다. 결국 신문의 승패는 원천정보의 질에 달려 있다.

NYT는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미래를 열 혁신에 도전, ‘디지털 제국’으로 우뚝 섰다. 그 혁신을 향한 도전은 아서 설즈버그(Arthur G. Sulzberger) 발행인이 주도했다. “아서 설즈버그는 NYT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가“-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연전 특집기사다.

시사주간지 TIME은 NYT의 혁신과정과 성공요인을 분석한 대형특집을 게재했다(사진; TIME 홈피 캡처).
시사주간지 TIME은 NYT의 혁신과정과 성공요인을 분석한 대형특집을 게재했다(사진: TIME 홈피 캡처).

설즈버거는 10년 전, NYT 발행인을 맡아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다. 그 때만 해도 종이신문의 저조세 속 NYT 역시 암흑기였다.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NYT 전체 매출과 동반 하락했고, 인원 감축을 거듭하며 기자들의 사기도 바닥세였다. 당시 편집국장 빌 켈러(Bill Keller)는 회고했다, “그 때는 참 우울한 시절이었다”고-.

NYT는 존망의 기로에서 창업자 가문의 젊은 CEO를 맞이했다. 설즈버그의 혁신목표는 뚜렷했다. ‘콘텐트 아닌 저널리즘’의 추구다. 그는 뉴스를 ‘콘텐트’로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 저널리즘의 결과물인 뉴스와, 단순한 콘텐트는 달라야 한다는 신조다. “우리가 하는 건 저널리즘이다”-보도기사, 칼럼과 같은 NYT의 전통적 저널리즘 제품이 없다면 독자층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 그 인식이 새삼 놀랍다.

생각해 보라. 코로나19 사망기사 ‘10만 명 죽음’ 같은 기념비적 기사가 예사 집념으로 나오겠나. 이 기사, 편집·제작에 21명의 기자, 편집자, SW엔지니어, 학생기자가 힘을 합쳐 몇 달을 매달린 결과다. 사망자, 그 한 숫자가 아닌 귀중한 사람의 스토리를 찾겠다는 열정은 또 얼마나 귀한 것인가.

NYT는 코로나 사망자 10만 명의 '스토리'를 찾으며, 그 '귀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기사를 제작했다(사진: NYT 1면 부분 캡처).
NYT는 코로나 사망자 10만 명의 '스토리'를 찾으며, 그 '귀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기사를 제작했다(사진: NYT 1면 부분 캡처).

TIME 기사는 분석했다, NYT는 단순 속보에 취재력을 쏟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기사에 집중한다고, 이런 방식의 완결성 높은 기사가 NYT의 힘이라는 것이다. 설즈버거는 강조한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싶어할 만한 저널리즘을 해야 한다”고. 마크 톰슨은 확언했다, “앞으로 돈 내도 아깝지 않을 저널리즘을 내놓지 못하는 언론사는 망할 것”이라고(중앙).

smart media시대 신문 계속 성장... ‘최고 저널리즘’의 힘

3. smart media시대다. 그 세계적 조류 속에서, 신문의 digital first 생존전략의 성과는 뚜렷하다. 일단, 구독료 매출이 광고수익을 넘어섰다. 한국의 관념대로라면, 구독료 대 광고료 비율은 2~3 대 7~8 정도. 세계신문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신문의 종이신문+디지털신문의 ‘구독’ 매출은 2018년 920억 달러로 870억 달러를 기록한 광고를 추월했다. 구독이 광고를 추월한 것은 100년 만에 처음이다.

신문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최고의 저널리즘‘ 구현을 지향한다. 미국 NYT와 영국 가디언 같은 전통적 권위지들이 ‘최고의 저널리즘’을 토대로 구독모델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19’ 소식이다(동아). 전통 신문산업의 침체는 세계적 공통현상이다. 그 흐름 속에서 돈을 내고 온라인 뉴스를 사 본다? 사실보도에 충실한 신뢰, 그 명성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창간 200년을 맞은 세계적 신문이지만 최근 엄청난 적자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5년부터 “가디언을 아이디어와 이벤트의 발상지로”를 추구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했다. 2018년도에, 20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콘텐츠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후원 모델’이라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가디언만의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혁신이다.

영국 가디언은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후원모델’ 방식으로, 오랜 적자 끝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 홈피 캡처)
영국 가디언은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후원모델’ 방식으로, 오랜 적자 끝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 가디언 지 홈피 캡처).

“세계적 권위지 100년 DNA는 결국 신뢰였다”(조선). NYT·WP·FT·가디언·르 피가로…, 세계 속 100년 신문의 공통적 성공인자, 그 DNA를 다룬 기사다. 이 신문들, 양적으로 발행부수를 과시하기보다는 질적으로 명성을 자랑해 온 공통점이 있다. “의견은 자유롭게, 진실은 신성하게(Opinions are free...But facts are sacred”, 가디언의 제작지침이 우뚝하다.

유럽의 '100년 신문'들은 대부분 기업 소유다. 그 신문들이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신뢰는 여전하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대표적이다. 우파 중산층을 대변하는 르 피가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노선을 지지하면서도 그의 소통 부족을 매섭게 비판한다. "신문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신문, 산업적 위기+저널리즘 위기 함께 직면

4. 한국 신문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지 오래다. 우선,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한 자리 숫자로 급락했다(한국언론재단,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 종이신문의 구독률·이용률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포털 뉴스와 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이다. 단, 다양한 수단으로 신문 기사를 읽는 결합열독률은 무려 88.7%, 여전히 신문은 매스컴의 주축적 매체 형태임을 증명한다.

한국 신문의 위기? 그 위기는 언론환경의 격변에 따른 산업적 위기, 언론지형의 급변에 따른 언론소비 형태의 변화 문제다. 나아가, 저널리즘 불변의 가치, 그 ‘진실 추구’를 외면하며 진실성-정확성에 게으른 폐습의 문제다(차용범).

한국 신문, 일단 smart media시대의 뉴스유통에 결정적으로 취약하다. 독자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포털의 유통구조에 의존하다, 뉴스 생태계의 황폐화를 자초한 탓이다. 네이버의 뉴스 아웃링크-뉴스캐스트-뉴스스탠드 시대를 거치며, 신문들은 뉴스의 온라인 유통체제 구축에 무심했다. 뉴스 유료화, 너무 높은 도전의 벽이다.

한국 신문, 저널리즘에서 강점을 자랑할 DNA는 또 무엇인가. 세계적 권위지의 성공인자며 NYT·WP·가디언 같은 질적 명성을 말할 수 있긴 하나? 아니,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려 과연 얼마만큼의 신념, 열정, 노력을 쏟고 있나? 이 저널리즘 부분의 취약성이야말로, 한국 신문의 결정적 위기일 터다.

저널리즘 경쟁력 갖추며 종이신문 사멸론 대응할 때

5. 한국 신문의 위기? 우선 저널리즘의 경계 안으로 복귀,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세계뉴스미디어총회 2019’의 결론도 그렇다. “꾸준히 혁신하되, 결국 핵심은 최고의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널리즘의 전통적 과제, 공정성·정확성부터 되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종이신문 사멸론’에의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결국, 신문의 승부는 저널리즘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수단도 중요한 시대이지만, 그 우열은 질적 측면에 달려 있는 것이다. 특히 종이신문이든 온라인이든 궁극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기자의 몫인 만큼 ‘좋은 저널리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포탈의 공룡 네이버는 최근 뉴스검색 때 ‘언론사(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독자·언론사 모두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김익현). 한국 신문의 존립과 사멸 그 답은 무엇보다, 신문들의 열정과 신념, 그 ‘좋은 저널리즘’에 달려 있음은 확실하다. ‘좋은 저널리즘’이 있어야 종이신문의 전통적 특장(特長)을 강조하든, smart media환경에 대처하든, 살 길을 찾아나갈 것 아닌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