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⑪]언론과 매일같이 싸우는 사람들; 보도 반박, 언론 조롱, 언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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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⑪]언론과 매일같이 싸우는 사람들; 보도 반박, 언론 조롱, 언론 개혁...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20.07.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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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권력-언론 관계가 심상찮다. 언론과 권력의 갈등,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당연한 현상이다. 민주사회 언론의 존재의의는 권력의 권리남용을 감시·비판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 컬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저서 <신문과 정부의 갈등>에서 단언했다. “기자와 관리는 ‘뉴스’(사건)를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고-. 오랜 현업경험에서 터득한 논리로, 언론의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폭넓은 이해를 촉구한 것이다.

언론-권력의 갈등관계? 민주사회라면, 그 갈등관계를 규율하는 분명한 룰이 있다. 권력은 언론·출판 영역의 어떤 표현을 두고 가치 없다거나 유해하다는 주장으로 규제할 수 없다. 어떤 표현이 더러 해악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시정기능은 사상의 경쟁체제에 의존해야 한다. 비록 언론이 종종 상업적 폐해를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국가권력의 남용에 따른 폐해보다 덜하다는 경구도 있다.

그러나, 이즘 권력-언론 관계, 예사롭지 않다. 권력은 언론보도에 일일이 반박·비난하며 강경대응하는 모양새다. 권력을 업은 정치권 역시 언론을 멸시·조롱하는 싸움질을 일삼고 있다. 민주주의 규범을 뛰어넘는 ‘언론개혁’ 공세는 언론자유를 위협할 입법 움직임으로, 이미 가시적이다. 비판언론을 적대시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다.

‘미국 최고 대통령’ 링컨의 성공? 언론관계의 성공으로부터...

1.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았다: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한 한 대통령의 이야기(War of Words)>(해리 마이하퍼, 염정민 역). 견고한 이상을 현실에 조화시킨 지도자 링컨, 그가 ‘남북전쟁’을 치르며 거대한 사회갈등을 풀고 미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를 언론관계의 성공에서 찾은 역작이다.

'링컨은...'은 미국 대통령 ‘역대 최고 대통령’에 오른 링컨의 성공을 언론관계의 성공에서 찾은 역작이다(사진; 국내 번역판 표지 부분).
'링컨은...'은 미국 대통령 ‘역대 최고 대통령’에 오른 링컨의 성공을 언론관계의 성공에서 찾은 역작이다(사진: 국내 번역판 표지 부분).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처절한 전투와, 전쟁에의 지지-반대를 분명하게 말하려는 언론과의 전쟁이다. 그는 정치가로서 많은 재능을 가졌지만, 특히 여론을 다루는 방식에서 탁월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반대층을 지나치게 적대시 않는 방식으로 여론을 다룬 재능이다(염정민).

저자는 군인 출신 언론학자다. 군 복무 중 미주리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당시 군대와 언론의 관계는 ‘적대적’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온건할 정도였다. 언론사 기자들은 군 공보관에 대해, 심각한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팬타곤은 전투 경험이 있는 장교가 단지 공보 경험만 있는 요원보다 언론에 잘 접근할 수 있으리라 믿고, 나를 미주리대에 보낸 것 같다....”, 저자의 말이다.

그는 평생 에이브러햄 링컨과 남북전쟁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특히 당시 링컨-언론관계에 관심에 집중하며 이 책을 썼다. 링컨, ‘미국 정치학자가 꼽은 역대 대통령’ 1위다. 국정운영 전반, 제도·규범 구현, 대중소통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도자다.

권력에 언론은 감시자+동반자, 오보대응에 원활한 소통 필요

2. 우선, 권력의 오보 대응체계. ‘오보’의 원인에 대해선 이미 얘기했다. ‘단순한 오보’는 단축보도 관행, 마감시간 임박, 경쟁적 보도 경향에, 정보 제공자의 오류로 일어난다고. ‘단순하지 않은 오보’, 그건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한 ‘불공정보도’의 영역이니, 따로 논할 부분이라고(차용범, “기자의 세계: 기자의 ‘3대 강박’과 ‘오보[誤報]’의 속살”).

오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완벽한 예방은 없다. ‘저널리즘은 달리며 써내려 가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보를 그냥 둘 수도 없다. 특히 정부-정치 영역에선, 오보에 따른 정책의 신뢰도 저하며 사회적 혼란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오보에의 대응은 필요할 터다.

오보에의 대응, 단계별 대응전략이 있다. 대략 ‘단순 오보’의 시정단계부터 언론중재제도 또는 소송을 활용하는 단계까지다. 오보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이다. ‘단순 오보’에의 요인을 찾아 함께 바로잡고, ‘단순하지 않은 오보’에의 해결을 위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정책과 PR(소통)은 수레의 두 바퀴마냥 보완-지지 관계이며, 언론은 결국 감시자·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보’라고 해도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는 법리 역시 굳건하다. 특히, ‘공인’(公人, 공적 존재, 공적 관심사안) 영역에선 이 면책의 폭이 훨씬 넓다. 공인은 언론의 주요 감시대상이며, 공인에의 감시·비판은 독재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가족 관련 언론보도에 소송방침을 밝힌 뒤, 곳곳에서 그의 과거 트위터 발언을 들며 ‘조로남불’을 꼬집는 것을 보라. 그 과거 발언?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공인 검증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된다”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검증도, 야멸찬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

“⥀⥀신문 보도는 명백한 오보” 청와대 브리핑의 품격...

3. ⥁“한겨레신문의 오늘자 삼정검 수여식 등 관련 보도는 명백한 오보이자 왜곡입니다"-“탁현민 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세운 신생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 (...) '한겨레' 보도를 두고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서 이런 입장을 냈습니다.” 한겨레의 최근 기사, ‘[뉴스AS]노바운더리 의혹 청 해명 뜯어보니’의 도입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언론의 비판·의혹 보도에, ‘명백한 오보-왜곡보도’로 재단하며 강경대응을 밝혔다(사진; 연합뉴스TV 캡처).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언론의 비판·의혹 보도에, ‘명백한 오보-왜곡보도’로 재단하며 강경대응을 밝혔다(사진: 연합뉴스TV 캡처).

'한겨레'는 최근 “탁현민 측근이 청·정부 행사 22건 수주…업계 ‘특혜’”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탁현민 측근 수주 국방부 행사, 정식계약 않거나 서류 없거나’를 후속 보도했다. 이 의혹보도를 두고 청와대는 ‘악의적 오보’라며 이같이 대응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겨레'는 ‘뉴스AS'에서, 청와대가 주장한 ’허위사실‘ 두 가지에 대응, 취재과정과 사실관계를 행사별-법규별로 나눠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 사안을 보도하는 이유는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밝힌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지근 비서관의 최측근 회사가 특혜를 받는 모순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청(靑) 비서실, '대통령 해외순방 비판' 정정보도 청구소송 패소”-대통령 비서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을 비판하는 칼럼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연합). '중앙일보'는 2019년 6월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법원은 칼럼에 대해,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과 관광지 방문의 빈도가 '잦다'는 표현이나,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은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이어서 정정보도 대상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거친 막말을 했다. 고인의 의혹에 대한 당차원의 대책을 묻는 기자를 “후레자식”으로 퍼부은 것이다. 박원순의 죽음, ‘추모해야 할 일’과 ‘진상규명이 필요한 일’이 충돌하는 사안이다. 이해찬이 기자의 질문에, 자기 생각만을, 공격적인 언사로 표출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며 언론의 책무를 묵살한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자기 생각만을, 막말로 퍼붓고도, 어떤 사과도 않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자기 생각만을, 막말로 퍼붓고도, 어떤 사과도 않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당 대변인이 기자 소속사에 ‘대리사과’했다. 언론은 이 부분을 짚었다, “‘버럭’ 이해찬은 ‘막말’ 입만 있고 ‘사과’ 입은 없나?”(시빅뉴스).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냈다.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으로, 기자 질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했다”며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한 것이다. 그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언론과의 싸움’에 한참 바쁘다. 그는 언론의 비판보도에 예사로, ‘검언유착’이며, ‘반개혁동맹’ 같은 표현을 쓴다. 그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사건을 처음부터 '검언유착'이라 규정,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수사·기소 말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의 주장을 부정했다. 그는 ‘산사 휴가’보도를 ‘언론의 관음증’으로 훈계하기도 했고.

⥁정부, 잘못하면 '언론 탓'?…'해명' 대신 '반박'하겠다-정부 부처가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종래 '언론해명자료'로 낸 것을 '보도반박자료'로 수위를 높여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CBS). 실제,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은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오보가 10매면, 정정보도도 10매’ 법안도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는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실제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 금액을 명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이은 것이다. 벌써부터 언론의 편집권 침해 우려가 크다.

청와대 대변인에 언론인출신 많은 까닭은?

4. 각급 기관·단체들은 대변인이나 공보책임자에 언론현장을 아는 사람을 중용한다. 언론과의 동반관계를 고려한 소통역량 때문이다. 미국 팬타곤이 <링컨은...>의 저자를, ‘언론에 잘 접근할 수 있으리라 믿고’ 미주리대에 보냈 듯.

최근 청와대 대변인에도 언론인 출신이 많다. 그러나, 그들에의 평가는 썩 호의적이지 못하다. 전 대변인, 김의겸, 그는 대변인 시절, 그의 표현대로 ‘까칠한’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그는 “재임 중 ‘정권보호와 관련 있는 문제라면 거친 언어로 ‘돌격대’를 자처했다”는 한 언론의 평가를 받을 정도다.

실상 그가 고별사에서 보인 언론관을 보면, 그는 나름의 진영논리적 우월감을 가진 듯하다. 그가 쓴 ‘보수언론의 논리’, ‘선배들의 굳은 머리’ 같은 표현은 그가 정녕 ‘언론인’ 출신이라면, 생각조차 못할 오만이다. 오죽하면 진보적 언론비평지조차 “김의겸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실패를 재차 증명했다”고 못질했을까(시빅뉴스).

최근 '한겨레' 보도를 “명백한 오보이자 왜곡”으로 재단한 강민석 대변인의 대응방식도 좋은 평을 받을 건 같지 않다. 그는 신문사 편집부국장으로 일하다, 언론인 출신의 대를 이어 청와대로 갔다. 현직기자의 청와대 직행논란에, "달게, 그리고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겠다"고 말하면서. 그의 이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성공일까, 실패일까?

‘소통’에 성공한 ‘오바마의 입’, 그 대변인의 부러운 품격

5. 김의겸의 고별 때 함께 화제에 오른 고별사가 있다. 버락 오바마 시절(2014-2017)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란 칭송을 들었던 백악관 대변인 조시 어니스트(Josh Earnest)의 고별사다(중앙, 김현기).

“백악관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비판)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알아차린다.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바로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그건 여러분이 결코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변인의 언론관, 참 부럽다.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017년 1월 1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017년 1월 1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그가 모신 대통령 버락 오바마. “오바마는 '소통'했고 국민들은 '존경'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 사람이다. 오바마는 퇴임 직전, 백악관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 8년 임기 동안 부대변인·대변인을 거치며 ‘오바마의 입’ 구실을 도맡은 대변인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등장에, 어니스트 대변인과 현장에 있던 취재진 모두, 깜짝 놀랐다.

오바마는 어니스트를 처음 만났던 시기를 회고하며, 그의 품성을 극찬했다. “어니스트는 언론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출입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대변인에 선정됐다”며 “그런 찬사를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의 격은, 곧 대통령의 격이다. 참 부러운 대변인에, 정말 부러운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 8년동안 ‘대통령의 입’역할을 수행한 어니스트 대변인의 품성을 극찬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브리핑실을 깜짝 방문, 8년 동안 ‘대통령의 입’역할을 수행한 어니스트 대변인의 품성을 극찬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언론 적으로 만들고 성공한 정권 없다는데...

오늘의 한국 언론, 이런 지형 아래, ‘민주국가의 존립을 위한 기초’ 역할을 다할 수 있겠나? 권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성찰’·‘개혁’을 요구받다, 끝내 권력의 강경대응, 멸시·조롱, 기자 구속, ‘개혁입법’ 공세에, 언론의 존립이나 지켜갈 수 있겠나? 가뜩이나 진영논리에 침몰하며 공중의 신뢰를 잃은 그 맷집으로-.

그 권력의 언론대응에 대한 우려는 적잖다. ‘권력의 권위화’를(박성민), “언론의 감시를 못견뎌하며 언론불신을 의도적으로 전파하는 프레임”(윤석민)을 걱정한다. 그렇다, 청와대 대변인의 품격이며, 정치권의 작심하듯 한 언론 때리기, 그 끝은 어디이겠나. 권력과 언론의 갈등 앞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몰락한 닉슨의 행보가 생각난다. 그는 내심 ‘언론=적’으로 인식하다, 선거압승-언론탄압-정치사찰 끝에 몰락했다. 언론을 적으로 만들고 성공한 정권은 없다 얘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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