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2] 저널리즘의 기본을 찾아서: 잇따른 언론윤리·취재윤리 논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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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2] 저널리즘의 기본을 찾아서: 잇따른 언론윤리·취재윤리 논쟁을 보며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4.0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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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인가? 언론의 공정성과 기자의 취재윤리, 그 저널리즘의 기본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른다. 기자사회에서 윤리적 언론과 저널리즘의 기본을 되새기고 있다. 언론 현장에선 언론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박원순 권력형 성폭행’의 진실을 둘러싼 취재 저작도 논쟁거리다. KBS 시청료 인상 추진과정의 ‘공정성’ 논란 역시 재연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장은 4·7 보선 보도와 관련,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보다 객관적·중립적으로 발제하고 취재·편집함으로써 언론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도 ‘신뢰받는 윤리적 언론’을 강조한다. 시대적 화두, 그 ‘윤리적 언론’을 지향으로써 인터넷신문도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 언론’, 한국 기자사회가 언론의 신뢰회복을 위해 ‘언론윤리헌장’을 제정하며, 내세운 주제어다. 모든 보도·논평 종사자가 실천해야 할 핵심원칙을 압축한 표현이다. 헌장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에 새삼 주목했다. 권력 감시·비판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에의 기여다. 저널리즘의 원칙·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이다.

한국기협 회장의 우려대로, 4·7 보선은 유례없는 과열 양상이다. 특히 ‘공공성’을 존립 바탕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편파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언론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어겼다는 주장에, ‘KBS 뉴스9=여당 1등 선거운동원’, ‘MBC 뉴스데스크=박영선의 언론캠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왜곡 선동의 극치’(미디어연대·KBS노동조합) 같은 표현까지 나온다.

4·7 보선을 앞두고 한국기협 회장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으나, 역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사진; KBS 본사, 구글 이미지).
4·7 보선을 앞두고 한국기협 회장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으나, 역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사진은 KBS 본사(사진: 구글 이미지).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7]한국언론의 존재이유와 정확·공정성 찾기, 새 ‘윤리헌장’으로 충분할까?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22

‘박원순 권력형 성추행 사건’ 책자 발간을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논쟁도 이슈다. 언론인권센터가 한 기자의 저서(‘비극의 탄생’)에 대해, “취재윤리를 어긴 책이자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2차 가해의 집약체"라고 비판했다. '기자의 책무는 취재윤리와 인권보호에 있다'란 성명에서다.

저자는 나름 ‘취재’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자기주장의 합리화를 위해 ‘사실’을 부정하는 만큼 이를 ‘취재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논쟁은 ‘진보논객’ 진중권의 직설적 비판과 저자의 반론으로 이어지며, 언론윤리와 저널리즘의 기본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과연 언론윤리는 왜 중요한가? 정녕 저널리즘의 기본은 뭔가?


1.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온 기협회원에게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해 줄 것을 얘기했다. 유권자에게 후보자와 정당에 관한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사명이라는 것, 정파적 보도가 춤을 출수록 언론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강조다.

취재보도의 기본도 언급했다. 한국기협의 ‘보도준칙’ 준수를 통해서다. 김 회장은 덧붙였다, 날카로운 정책 검증과 철저한 도덕성 검증으로 국민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좋은 보도를 기대한다,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고, 기자들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지만, 이번 선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반전의 계기는 희망에 그치고 마는 걸까. 선거보도 과정에서 야당은 KBS·MBC·TBS 보도를 ‘허위보도’로 규정했다. 이 방송들은 야당 후보의 의혹은 집중 보도하고, 박원순 성범죄, 여당 후보의 의혹, 오거돈의 땅 의혹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 편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 노조의 ‘대학생 공정방송감시단 보고서’는 “KBS가 박영선 선대본부인가”라며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고 꼬집었다(이데일리).

특히 ‘뉴스공장’의 공정성은 보선 내내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여당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위해 SNS에 올린 글이다. 민주당 전 대표도 그 당파성을 공공연히 찬양한다, “김어준이 민주당을 위해 큰일을 한다”고. 이 프로그램은 4기 방심위 출범 후 ‘객관성 위반’으로만 6차례 제재를 받을 만큼, 당파성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진중권).


2. 언론인권센터의 ‘비극의 탄생’ 발간에 대한 비판 성명 역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언뜻 보면 '기자'가 '취재'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의 책처럼 보이지만, 기자의 취재윤리를 어긴 책이라는 비판이다. 기자가 같은 사안에 다른 시각을 갖고 취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 인식과 동떨어지고, 검증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다양한 시각’도, ‘취재 행위’도 아니라는 것이다.

‘박원순 권력형 성추행 사건’ 책자 발간을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논란도 뜨겁다. 기자가 취재윤리와 인권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사진: 언론인권센터 홈피).
‘박원순 권력형 성추행 사건’ 책자 발간을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논란도 뜨겁다. 기자가 취재윤리와 인권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사진: 언론인권센터 홈피).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 결과, "박원순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성적 언동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센터는 지적한다, "기자는 대화의 빈도·목적·내용이 모두 베일에 싸여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며, 본인이 (메시지의)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검열하려는 태도는 매우 폭력적"이라고. 기자가 편견에 기반한 질문과 주장을 펼 때 해악은 크다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기자가 취재원의 동의 없이 증언을 책에 쓴 점도 지적했다. 한국기협의 언론윤리헌장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센터는 덧붙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진중권은 기자를 향해 일갈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미쳤어." 기자는 주장한다, “피해자=거짓말쟁이'로 보는 논거가 내 책에서 나오고 있다, 필요하면 법의 심판을 의뢰하라“고.


3. 언론윤리가 왜 중요한가? 언론인의 취재·보도행위는 직업윤리의 반영이자 결정과정이다. 편파·왜곡 보도며 이해의 상충, 명예훼손, 비정상적 취재방식···, 언론인은 나날이 숱한 윤리문제와 직면한다. 언론인이 그 언론윤리에 게을렀을 때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이며, 그 지탄은 (자유)언론의 존립기반을 약화하며 타율적 개입의 근거를 줄 것이다.

언론의 책임성·공공성·공신력을 위해, 언론인은 확고한 직업윤리 아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에서, 언론인 스스로 윤리강령·윤리헌장을 제정, 시행하는 이유를 새겨보라. 그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언론은 타율적 규제에 앞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언론윤리,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언론인의 품위, 신뢰, 공정성···, 현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언론인이 강령·헌장을 제정, 윤리적 기준을 열거하는 그 때문이다. 그 현장에 적용할 공식은 더러 있다. Merrill의 TUFF(Truthful-Unbiased-Full-Fair) 공식, Lambeth의 윤리 프레임(진리보도-정의-자유-인본성-책무의 원칙) 같은 것이다.

진실·정확·공정은 확고부동한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객관적 사실 외에 주관적 판단을 적용한다. 언론도 모든 ‘팩’트를 다 보도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보도조직이 다르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독자를 위해 시각·지침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 않나. 그러나 언론윤리는 확인한다, 2가지 원칙, 정확성․공정성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뉴스의 정의도 변할 수 있지만, 정확성․공정성만은 불변이라고.

기자사회가 새로 제정한 ‘언론윤리헌장’도 이 부분을 현장적 용어로 제시했다. (진실 추구)윤리적 언론은 진실을 보도한다. 진실 추구는 언론의 존재 이유다, (공정 보도)윤리적 언론은 특정 집단·세력·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한다, (갈등 해결)윤리적 언론은 진영논리에 빠져 특정세력을 편들거나 반대세력을 공격하지 않으며(···) 같은 문맥이다.

정확성․공정성은 현대 저널리즘의 양대 전통적 과제다. WP의 전설적 대기자 Bob Woodward는 그 고전적 목표를 강조한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할 때, ‘진실을 추구하는 최선의 시도’를 다했는지 자문하라, “정확했나, 공정했나” 앞에 만족한지 확인하라, 그런 경구다. ‘공정’ 없이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경고다.


4. 저널리즘의 기본? 언론인 출신들의 저작, ‘저널리즘의 기본요소’(2000)를 들 만하다. 언론의 신뢰도와 역할에의 평가가 하락하는 위기 속, 언론자유의 철학적 배경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살핀 역저다. 역사 속의 ‘뉴스’가 갖는 신비한 일관성에 주목하며, 저널리즘과 다른(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를 ‘핵심원칙’ 삼아 찾아가는 것이다. 그 원칙은 9가지다.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는 진실 추구다, 저널리즘은 그 누구보다 시민에게 충실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검증의 규율에 있다, 저널리즘은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역시 ‘진실’은 혼란스런 어휘다. 저자들은 설명한다, 결국, 진실-공정-정확을 추구하기 위한 장치는 ’검증의 규율‘이다. 저널리즘과 선전, 오락, 픽션, 예술과의 차이, 그게 검증의 규율이다.

그 핵심원칙은 뚜렷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덧붙이지 말라, 독자·시청자를 속이지 말라, 방법·동기에 관해 투명하라···. 단정의 저널리즘과 검증의 저널리즘, 그 차이다. ‘절대로 조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공정보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BBC의 경구다.

BBC는 그 ‘공정성’을 “우리의 명성, 가치, 신뢰의 기본”으로 자부한다. ‘공정성 규칙’을 따로 운영, ‘정당한 공평성’을 추구할 ‘균형’ 이상의 ‘다양한 관점’을 강조한다. 모든 문제에 절대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대신, 중요한 생각이 무시되거나 생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선언이다.

‘공정보도의 대명사’ BBC는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는 경구를 갖고 있다(사진: BBC 본사, 구글 이미지).
‘공정보도의 대명사’ BBC는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는 경구를 갖고 있다. 사진은 BBC 본사(사진: 구글 이미지).

5. 언론의 공정성과 기자의 취재윤리, 그 저널리즘 논쟁의 뿌리는 분명하다. 작게는 기자의 문제(언론윤리에의 몰이해), 크게는 보도조직의 문제(자사이기·진영논리)이다. 기자사회가 여러 윤리헌장·윤리강령·보도준칙을 운영하면 뭐하나. 기자가 타락하거나 실천의지가 없는 것을. 보도조직 역시 진영논리에 침몰, 언론인의 소양이 없는 ‘언론인’, 저널리즘의 기본에 약한 ‘기자’에게 마이크와 펜을 맡기는 것을-.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⑫]기자의 타락, 언론윤리의 실종, 저널리즘의 붕괴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379

무엇보다 언론이 저널리즘의 기본과 언론윤리를 외면하고 진영논리에 기댄 ‘정파성’에 침몰한 탓이다.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오랜 관행이긴 하다. 그 정파성에도 ‘정당한 정파성’(공정성)과 ‘정당하지 못한 정파성’(불공정성)이 있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우리 언론은 더러 정파적이더라도, ‘정당한 정파성’(공정성)의 선을 지켰는가가 문제일 터다.

TBS ‘뉴스공장’의 공정성 논의는 더 필요하지 않다. 그건 정파와 관계없이 공감할 바가 있을 터이니. KBS 역시 공정성·공익성 앞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가기간 공영방송’을 내세우고도 공정성·공익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고질적이다. 방통위 방송 이용행태 조사 결과, KBS의 공영방송 역할에도 ‘긍정’은 단 27%, ‘부정’은 69%다.

'비극의 탄생‘ 역시 저널리즘의 기본 앞에 당당하지 못하리. 무엇보다 언론인권센터가 직설한 그 취재윤리의 위배에, 정확성-공정성 추구의 핵심원칙인 ’검증의 규율‘에 허술했다. 기자가 다양한 시각으로 ’진실‘에 의문을 품는 것은 좋으나, 진실 검증을 위해 최선을 다힌 흔적이 없다. ’정당한 공평성‘을 추구할 ’다양한 관점‘을 외면했다.

그저 새 ‘언론윤리헌장’의 ‘진실 추구’, ‘공정보도’, ‘갈등 해결’ 조항을 보라. 이해관계인에게 확인하고 말할 기회를 주었는가, 어느 한 편을 들거나 미묘한 가치판단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부분이다. 기자는 진실 추구를 위해 시민에게 충성하는 대신, 작위적 취재로 한 쪽을 편들고 만 것이다. 그는 취재과정에서,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점검방법을 적용해야 했다.

결국, 한국기협이 언론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강조하곤 했지만, 여러 언론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언론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둘러싼 숱한 논란 역시, 언론인의 실패를 읽을 증언일 터이다. 특히 몇몇 ‘공영방송’은 진실·공정을 찾기는커녕, 불공정의 늪에 침몰한 것 같고.

한국 언론의 위기다. 언론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하고 진영논리에 침몰하며, ‘신뢰’를 잃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오태규, 한국언론의 품격). 언론, 언론윤리를 되새기며 저널리즘의 기본을 찾아가야 한다. 한국 언론은 무엇보다 저널리즘의 전통적 과제, 공정성·정확성부터 되찾아야 한다. 한국 언론, 존립의 위기 앞에서 살려 들면 살 것이고, 죽으려 들면 죽을 것이다.

[차용범 칼럼]한국 언론과 '조국 보도': 공정성, 진영논리, To be or Not to be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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