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톺아보기 ⑥]기자의 세계: 기자의 ‘3대 강박’과 ‘오보(誤報)’의 속살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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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톺아보기 ⑥]기자의 세계: 기자의 ‘3대 강박’과 ‘오보(誤報)’의 속살 (上)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20.06.21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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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誤報), 사건·소식을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주는 것이다. 언론은 정보를 최대한 신속히 전달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 이른 바 ‘달리면서 써 내려가는 역사’다. 이러한 속성에 따라 사실의 확인이나 분석·해석을 소홀히 한 채 서둘러 보도하다 빚는 사고, 그게 ‘오보’다.

기자들은 평소 자유인·전문인으로 살며, ‘3대 강박’에 시달린다. 저널리즘 활동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마감 강박-낙종 강박-오보 강박이다. 그 ‘3대 강박’ 요소 중, 기자에겐 정말 부끄러운 역사가 ‘오보’다. 그 오보, 최근 한국 언론의 핫 이슈다.

신문 기사에 시민단체의 고발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가 잇따른다. 기사에 오보가 발생,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했다면, 당연히 밟는 수순일 터다. 방송 긴급보도 과정에서 나온 ‘오보’에 방송심의위원회(방심위)의 법정제재가 잇따른다. 방송의 재승인 취소를 우려하는 기류도 있다.

북한 보도와 관련, 언론의 무분별한 오보를 비판하는 얘기도 있고. 6·15 선언 20주년 언론토론회 때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발제 내용이다. “언론-전문가집단 사이에 '오보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언론이 부지런하지 않다"..., 이 장관의 비판이다(미디어오늘).

사진설명
‘기자’의 3가지 유형. 퓰리처상 시사만화부문 수상자 제프 맥넬리의 그림이다. 코가 발달한 여우 사냥개형, 눈이 발달한 독수리형, 귀가 발달한 청각 의존형이 있다. 이 기자, 평소 마감-낙종-오보 강박에 시달린다(그림: 차용범 자료).

기자세계의 직업병, 마감강박-낙종강박-오보강박

1. 먼저, 기자세계의 ‘3대 강박’ 얘기. 기자를 자유인·전문인이라고들 한다. 직업생리상 지위·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기사 선택의 자유를 갖는 만큼 ‘자유인’이요, 직무성격상 공적 과업을 중시하고 특유의 직업윤리·체계적 지식이 필요한 만큼 ‘전문인’이라는 것이다. 그 자유인·전문인이 강박증에 시달린다? 그건 기자 아니고선 겪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독한 직업병이다.

⥀마감 강박, 오늘과 같은 실시간 뉴스 전달체계에선 제 의미를 가늠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문의 (정해진)인쇄시간, 방송의 (정해진)뉴스시간을 전제한 용어이니. ‘나 때는 말이야!’시대 땐, 어떤 기사라도 마감시간까지 내놓지 못하면 그건 곧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감 강박’을 설명하는, 가슴 아픈 사연 하나. ‘열정·집념의 사회부 기자’ 이연교(李演敎)의 체험적 사회부 기자론에 나오는 얘기다(이연교, 네가 기자냐). “...내가 영국에 있을 때, 여러 차례 편지왕래가 있었는데, 주제는 반드시 청각을 회복해서 멋있는 기자로 삶을 다하겠다는 집념의 호소였다. 언젠가의 편지엔, 마감시간이 다 되었는데 송고하기 위해 공중전화와 씨름하다 깨어 보니 꿈이었다는 사연이었다. 깨어진 허망한 꿈-”.

회고를 남긴 이는 언론인 박권상(朴權相) 대선배다.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사저널 주필을 거쳐 KBS 사장을 지낸, 강직한 언론인의 전형이다. 이연교, 그는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펄펄 나는’ 일선기자 생활을 하다, 뜻밖의 교통사고로 청력과 신체균형 감각을 잃고. 끝내 언론계를 하직한 비운의 기자다. 그는 ‘기자’로 계속 살려 8년을 투병했다. 그 즈음 선배 박권상에게 병상편지를 썼고, 그 선배는 편지 속 사연에 목메어 한탄한 것이다.

이 ‘마감시간’은 이연교에게 그만큼 잊지 못할 강박이었으리. “밤마다 꿈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송고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면, 본사 전화는 언제나 통화 중이었다. 통화중인 전화통에 매달려 다이알을 돌리다 돌리다 마감시간을 넘기고는, 주저앉아 가슴을 치는 꿈이었다...” 이연교의 병상 기록이다. 얼마나 기자로 귀환하고 싶었으면 밤마다 기자 꿈을 꾸고, 얼마나 마감강박에 시달렸으면 꿈도 그런 꿈을 꾸겠나.

마감강박 시달리며 투병 중 꿈도 마감시간 넘기고 낙종하는 꿈

그 땐 그랬다. 지방에서 대형 사건·사고가 터졌을 땐 마라톤 잘 하는 기자가 ‘민완기자’였다. 함께 취재를 하다가도 마감시간을 앞두곤 경쟁기자 모두 앞다퉈 우체국으로, 공중전화로-. 이 ‘마라톤’에서 밀리면 전화 걸 기회를 잡지 못해, 마감시간을 넘기고, 낙종(落種, 특종을 다른 언론사에 빼앗기는 것)을 하던 시절이다. 기자에게 ‘낙종’은 그런 강박의 주범이다.

⥀‘낙종’은 ‘특종’(scoop)의 반대다. 특종은 기자 세계에서 벌어지는 피말리는 경쟁의 산물이다. 언론 취재방식의 진화에 따라 단순보도보다는 기획·논평 등을 중시하는 오늘도 스쿠프는 여전히 속보경쟁의 꽃이다. 특종은 기자의 열정과 패기, 사명의식과 땀의 결정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동아일보의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사건 공소장 전문 보도' 등이 좋은 예다.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스티븐 스필버그, 2018)는. 미 국방부 비밀문서(Pentagon Papers)’ 내용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언론과 권력의 갈등, 특히 WP가 보여준 기자들의 대단한 용기를 극적으로 증언한다(사진; 영화 '더 포스터' 포스터 일부, 영화 홈페이지).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스티븐 스필버그, 2018)는. 미 국방부 비밀문서(Pentagon Papers)’ 내용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언론과 권력의 갈등, 특히 WP가 보여준 기자들의 대단한 용기를 극적으로 증언한다(사진; 영화 '더 포스터' 포스터 일부, 영화 홈페이지).

그 ‘특종’은 늘 엄청난 결기와 피끓는 열정을 갖고, 험난한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특종은 역사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지만, 보잘 것 없는 ‘단독보도(속보성 특종)’라도, 매체의 역량을 과시하며 기자에겐 더없는 만족을 준다. 그러니, 기자들은 특종의지와 함께, 낙종을 피하려 얼마나 발버둥을 치겠나.

기자들은 특종을 찾아서, 혹은 낙종을 피하려, 엄청난 지구력·인내력이 필요한 전통적 취재기법, ‘뻗치기’도 불사한다. ‘뻗치기’, 취재의 자유에 포함되는 취재유형이다. 취재대상자가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진로를 막거나 순간적 신체접촉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취재대상자가 공인(공적 관심사)의 영역에 들더라도 호텔객실엔 승낙 없이 들어갈 수 없지만.

1980년대 초·중반, 부산은 ‘히로뽕 도시’란 오명을 얻을 만큼 히로뽕 홍역을 앓고 있었다. 히로뽕 중독에 따른 범죄와 난동사건도 잇따랐다. 어느 날, 부산역 앞 A호텔에서 히로뽕 난동사건이 일어났다. 서울지역에서 온 20대 후반 남녀가 호텔에 투숙했고, 남자가 환각상태에서 난동을 벌이다 결국 경찰에 진압당해 입원했다.

난동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선 여자도 취재대상이다. 그 여자는 취재를 거부하며 객실문을 걸어 잠갔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뻗치기’다. 객실문에 몇 시간째 기대서서 얕은 잠에 들었을 무렵, 결국 여자가 ‘항복’했다. 묻는 대로 대답했다. 사건의 과정과 히로뽕의 폐해를 두루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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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사건기자의 ‘뻗치기’ 현장. 기자들은 특종을 찾으려, 또는 낙종을 피하려, 호텔 객실에 있는 취재대상을, 객실 문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전통적 취재기법, 그 ‘뻗치기’에 나선다(사진; 차용범 자료).

내가 사건기자일 땐 아예 경쟁사 기자와 함께, 경찰서 ‘112 데스크(범죄신고 전화)’ 옆 형사숙직실에서 동침(?)을 하기 일쑤였다. 함께 있으면 서로가 마음이 편했던 거다. 통행금지 시간 무렵이면 그 경쟁상대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뒤, 큰길까지 나와 경찰이 잡아주는 ‘분뇨수거차’를 타고 귀가하곤 했다. ‘낙종 강박’, 그건 기자의 명을 단축하는 직업병인가.

오보, ‘달리며 써 내려가는 역사’ 속 다양한 형태 나타나

2. ‘오보 강박’. ‘오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유형과 발생원인 같은 ‘(현장의)맥락’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저널리즘은 ‘달리며 써내려가는 역사’라고 했지 않나. 그러니, 오보에도 ‘큰 실수’와 ‘작은 실수’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한 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자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이다(이 부분, 사례분석을 통해 다시 설명한다). 우선, 오보에는 허위-과장-추측-왜곡-편파-불공정 보도 등이 있다.

오보는 왜 일어나나? ‘단순한 오보’는 단축보도 관행, 마감시간 임박, 경쟁적 보도 경향 때문이다. 취재원의 문제도 있다. 정보 제공자의 오류가 기자의 오보로 이어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오보는 기자와 홍보 담당자(정보 제공자)의 합작품’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거기다. 기자의 기사작성 능력과 전문지식 부족도 문제일 수 있겠지. ‘단순하지 않은 오보’, 그건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한 ‘불공정보도’의 영역이니, 따로 논할 부분이고.

3.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도덕성·불법성 논란과 관련, 정의연은 최근 과도한 사실 왜곡이나 선정적 편집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7개 언론사를 꼽아 기사 삭제와 정정보도,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확인취재 없이 과장·왜곡 보도하며 자극적 제목을 붙였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 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 " 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 등 제목 기사가 대상이다. 정의연은 이 기사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고의로 사실을 왜곡, 신청인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선정적 제목의 보도나 명예훼손에 준하는 표현을 한 기사에도 삭제를 요구했다(미디어오늘).

KBS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자사 프로그램을 비판한 조선일보에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제작진은 “김어준 비판한 출연자 사과시킨 KBS” 제목의 기자칼럼에 대해 ‘왜곡기사’라고 주장한다. 또 김씨가 저널리즘J의 성역이라는 주장 역시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반박한다(미디어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방송보도를 중점 심의, 46건 중 45건에 대해 법정제재 및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중점+신속’ 심의했다는 것이다. 제재·지도 대상은 불명확한 전달 등 ‘객관성 위반’이 23건으로 가장 많다.

한국은 방송의 전통적 규제 패러다임에 따라 방송내용의 공공성·객관성 등을 수시로 심의, 방송사 허가를 취소하는데 영향을 미칠 법정제재를 하곤 한다(사진; 방심위의 최근 심의 자료, 방심위 홈페이지).
한국은 방송의 전통적 규제 패러다임에 따라 방송내용의 공공성·객관성 등을 수시로 심의, 방송사 허가를 취소하는데 영향을 미칠 법정제재를 하곤 한다(사진; 방심위의 최근 심의 자료, 방심위 홈페이지).

*충남 아산 우한교민 격리시설 입소자 제보를 소개하며, 실제 시설운영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고, *올 감염병 관련 예산을 보도하며, 신규사업 편성에 따른 총사업비 증액사실을 누락한 채, 정부가 감염병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재 한국교민의 집을 각목으로 봉쇄한 것은 중국 주민임에도, 중국 공안의 조치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주로 ‘오보’라는 말일 터다.

법, 언론보도 면책 인정하며 진실 따질 때 ‘숨 쉴 공간’ 공감

4. 오보 발생 때의 기본적 대응구조.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그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규정이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책임 있다”, 형법·민법 규정이다. 단, ‘보도내용에 일부 허위가 있더라도 언론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그 법리는 명확하다.

현대 헌법은 통상 언론의 자유에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특히 우월적 지위 지니고 있는 것이 현대헌법의 한 특징“이라고 판시한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할 때 아주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며, 한편 언론기관의 면책사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 그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오보’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리다. 특히, ‘공인’(公人, 공적 존재, 공적 관심사안) 영역에선 이 면책의 폭이 훨씬 넓다. 공인은 언론의 주요 감시대상이며, 공인에의 감시·비판은 독재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정부의 비밀주의 강화추세 속, 언론의 적극적 보도가 필요한 시대다. 그 속에서 공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건, 언론자유의 위축,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본다. 언론이 오직 ‘진실’만을 보도하라? 그건 거대한 권력 및 사회에의 감시, 나아가 의혹보도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법원도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 ‘진실한 사실’의 범위와 관련, “표현의 자유에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진실에의 부합 여부는 표현의 전체적 취지를 중시할 뿐 세부적 문제까지 완전히 객관적 진실과 일치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이런 판결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 관련 보도에는 그 면책범위를 한껏 확장하는 입장이다.

방송, 기존 오보대응체계에 적극적 행정규제... 논의 필요

5. 이 정도면 알겠다. 신문과 방송의 오보 대응체계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신문은 보도 피해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 신청 또는 소를 제기하지만, 방송에는 이와 함께 방심위의 적극적 행정규제가 있다. 신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원주의 철학에 따라 등록제를, 방송은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규제 패러다임에 따라 허가제를 선택한 결과다.

방송의 ‘오보’ 판정에 따른 논란은 적잖다. 법정제재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방심위가 종편 채널을 ‘조건부 재승인’한 데 따른 우려다. ‘공정성, 대담·토론 프로그램 형평성·균형성·공정성 유지, 객관성 등 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은 만큼, 법정제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재승인 취소’결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미디어스).

물론 방심위는 방송법에 따른 심의와 제재를 수행한다. 방송내용의 공공성·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방심위가 ‘폭넓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천명(강상현 위원장)하곤, ’오보 요소‘를 굳이 ’객관성 위반‘등으로 재단하여 재승인 취소에 이를 수 있는 법정제재를 거듭하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다.

방송의 전통적 규제 패러다임에 대한 타당성 논란을 생각한다면, 그 제재는 보다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 방송 규제에 동원하고 있는 논리적 기반, 그 공익적 관점의 규제 정당화 논리는 시대적으로 분명 약화 추세다.

전파공공 소유론, 전파이용 권리를 국가주도적 규제의 필요성으로 강조하는 건 곤란하다. 전파 희소성 이론, 지금 채널수를 제한해야 할 만큼 허가제가 불가피한 시대인가? 우리 IPTV의 기술적 채널 수용역량을 보라. 방송매체 특성론, 방송매체는 다른 매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쯤이면 공공적 공민영론의 한계는 뚜렷하다.

그리고, ‘공정성’ 규정도 그렇다. 한국 방송만큼 정파성 또는 진영논리로 저널리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예가 그리 많기는 하나. 한 방송에서, 언론-정파-단체가 ‘모두 공유할 현실인식’은 가능한가? 언론의 이상적 모습이 꼭 ‘중립성’인가?

“‘편향적 뉴스이용자'의 나라 대한민국”-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중이 특히 높은 편이다(미디어오늘). 특히 한국에선 유튜브의 뉴스매체적 영향력이 막강, ’방송매체 특성론‘에 따른 규제의 필요성은 날로 약해지고 있다

다양성은 민주주의 사회·언론의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 방송, 어차피 정파성 문제가 있다면, 공영방송을 제외하곤 정파적인 다수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사회 전체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건 또 어떤가? 그런 면에서, 방통위나 방심위의 시대역행적 규제근거에 따른 그 악착같은 방송통제는 그리 반갑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력부터 방송에의 미련을 버리고, 시대에 걸맞는 민주적 방송모델을 찾아가야 한다. [이하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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