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5] 한국 언론, ‘콘텐츠 유료화’ 계기 잡나? 네이버·카카오-구글의 구독기반 콘텐츠 플랫폼 경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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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5] 한국 언론, ‘콘텐츠 유료화’ 계기 잡나? 네이버·카카오-구글의 구독기반 콘텐츠 플랫폼 경쟁 앞에서
  • 시빅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5.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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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도 ‘콘텐츠 유료 구독’ 시대를 열어가나? 국내 구독경제 시장의 급성장 흐름 속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유료구독 시대’를 열고 있다. 네이버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를 개설,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도 창작자-구독자를 연결하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8월께 출범시킬 계획이다.

네이버는 최근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클로즈베타테스트(CBT, 비공개 테스트)를 오픈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콘텐츠를 쉽게 제작, 유료로 판매토록 하는 모델이다. 네이버는 해당 플랫폼에 콘텐츠 제작, 결제, 데이터 분석 같은 콘텐츠 판매에 필요한 전문적 툴(tool)을 제공하고 콘텐츠 구독 수수료 10%를 가져간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이미지(네이버 제공).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이미지(사진: 네이버 제공).

세계 유력 언론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전환에 역량을 쏟은 지 오래다.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질렀다. 전체 구독자의 90%(752만 명 중 677만 명)가 디지털로만 신문을 보고 있다."-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NYT)의 smart media시대 성공 스토리다. 세계 언론은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함께 유료 콘텐츠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언론계의 반응은 복잡하다. 국내 양대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구독 기반의 유료화 모델을 선보이는 것 아닌가. 그동안 신문은 digital first의 주도권을 포털로 넘겨주고, 뉴스 소비과정에서 독자 브랜드를 상실했다. 뉴스 생태계의 황폐화를 자초, 저널리즘의 활력을 잃고 있다. 포털 사이트가 강력한 (무료)플랫폼으로 존재, 온라인 유료화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은 네이버·카카오의 시도를 여러 갈래로 인식한다. 독자적 유료구독 모델을 도입하기 전의 ‘실험’ 기회로, 자칫 ‘포털 종속’을 심화시키며 내부역량을 약화할 위기로···. 한국 신문은 어떤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인가? ’좋은 저널리즘‘에 바탕한 ’강력한 콘텐츠‘로 독자의 지갑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인가?


1. “하나의 주제에 전문성을 갖고 깊이 있게 분석하는 전문 창작자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내는 구독성이 글로벌 트렌드다.”-네이버가 이번 플랫폼을 보는 시각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는 유료 구독자를 만나고, 이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네이버의 CBT 버전은 네이버가 미리 섭외한 25개 채널로 운영된다. 13곳은 언론사 또는 계열사 채널이다. 조선일보 계열(땅집고·프리미엄조선), 동아일보 계열(DBR·엣지리포트), 한국경제(경제야놀자), 경향신문(경향noon), 중앙일보(글로벌머니), 매일경제(취업스쿨), 머니투데이 계열(더벨스톡·부릿지·소소소설), 한겨레(코인데스크 프리미엄) 등이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CBT 버전 채널 리스트(네이버).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CBT 버전 채널 리스트(사진: 네이버).

저널리즘 콘텐츠의 유료화는 세계 언론계의 숙명적 과제다. 이런 흐름은 뉴스 미디어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소셜 미디어 환경에도 통한다. 언론산업 영역에선 구독경제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ISJ)가 2021년 미디어 및 저널리즘에 대한 동향 및 예측에서 특히 강조한 바다.

RISJ는 2021년 미디어 및 저널리즘 관련 동향·예측 결과를 발표, 코로나19 상황 속 ‘진짜뉴스’의 명성은 높아지고 구독경제 모델도 날로 확산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들은 ‘진짜뉴스’를 더 찾는 흐름 속에서, 한국 언론은 언론신뢰도 저하와 수익모델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공영매체는 공정성 상실에 따른 신뢰도 저하, 신문매체는 혁신 부진에 따른 매출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세계 언론계의 격변 흐름 속, 한국 언론의 활로는 무엇인가?


2. 콘텐츠 유료구독 흐름은 국내에서도 일반적이다. 구독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 속에,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40조 1000억 원으로 54.8%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네이버는 멤버십 구독을, 카카오는 상품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디지털투데이).

네이버·카카오가 구독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 수익원을 쉽게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 결제는 곧 충성고객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처럼 구독료를 내고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일상이다. 특히 MZ세대들은 구독 서비스에 익숙하다. 이제 네이버·카카오가 그 구독경제 영역을 콘텐츠까지 넓히려 하고 있다. .

콘텐츠의 유료화, 특히 저널리즘 콘텐츠의 유료화는 세계 언론·언론업계를 넘어,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서비스 기업 구글의 중요 관심영역이기도 하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확언했다.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며, 구글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양질의 뉴스 생산을 돕겠다고, 그것은 ‘구글의 책임’이라고.

피차이 CEO는 “구글이 3년 동안 뉴스 제작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한다. 구글은 2020년 10월 뉴스 전용 플랫폼 ‘뉴스 쇼케이스’를 론칭, 지금까지 13개국 500여 언론사와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에선 일본, 인도 언론사들과 제휴 논의를 시작, 한국도 2, 3년 안에 포함할 전망이다(동아).


3. ‘종이신문 종말론’이 등장한 지 오래다. 그 세계적 조류 속에서 권위지(quality paper)들의 혁신 노력은 눈부시다. digital first의 생존전략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결국 신문 생존의 최고 경쟁력은 ‘최고의 저널리즘‘이라는 공통인식이다.

세계 최고 권위지 NYT의 온라인 매출은 종이신문 매출을 앞질렀다. NYT 사상 처음, 2020년부터 얻은 성과다. 온라인 유료화를 단행한 지 9년 만이다. 전체 구독자의 88%가 온라인 구독자다. 2020년 2분기 디지털 신규 구독자 수는 66만 9000명,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49만 3000명이 뉴스 서비스 구독자, 17만 6000명은 요리, 말풀이 같은 기타 서비스 이용자다(NYT, 2020년 8월 5일자).

NYT는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2025년까지 구독자 1000만 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NYT는 마크 톰슨 CEO의 말도 있다. 고품질 저널리즘에 대한 전폭적 투자가 독자의 참여를 받아내고, 이것이 매출 증가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뤘으며, NYT의 변혁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를 이룰 것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고 권위지 NYT가 smart media시대 ‘좋은 저널리즘’ 전략에 집중,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사진: NYT 본사, 위키피디아).
세계 최고 권위지 NYT가 smart media시대 ‘좋은 저널리즘’ 전략에 집중,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사진: NYT 본사, 위키피디아).
NYT는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지른 이정표적 쾌거를 자체 기사로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NYT는 온라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앞지른 이정표적 쾌거를 자체 기사로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신문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최고의 저널리즘‘을 지향한다. 세계 속 전통적 권위지들은 ‘최고의 저널리즘’을 토대로 구독모델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통 신문산업의 침체는 세계적 공통현상이다. 그 흐름 속에서 돈을 내고 온라인 뉴스를 사 본다? 사실보도에 충실한 신뢰, 그 명성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창간 200년을 맞은 세계적 신문이지만 최근 엄청난 적자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5년부터 “가디언을 아이디어와 이벤트의 발상지로”를 추구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했다. 2018년도에, 20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콘텐츠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후원 모델’이라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가디언만의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혁신이다.

영국 가디언은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후원모델’ 방식으로, 오랜 적자 끝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 가디언 지 홈피 캡처).
영국 가디언은 고품질 기사에 기반한 ‘후원모델’ 방식으로, 오랜 적자 끝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 가디언 지 홈피 캡처).

“세계적 권위지 100년 DNA는 결국 신뢰였다”(조선). NYT·WP·FT·가디언·르 피가로…, 세계 속 100년 신문의 공통적 성공인자, 그 DNA를 다룬 기사다. 이 신문들, 양적으로 발행부수를 과시하기보다는 질적으로 명성을 자랑해 온 공통점이 있다. “의견은 자유롭게, 진실은 신성하게(Opinions are free...But facts are sacred”, 가디언의 제작지침이 우뚝하다.


4. 신문은 ‘신문 사멸론’에 자주 직면하면서도, 주축적 매체의 위상을 잘 견지하고 있다. ‘미디어 변형론(mediamorphosis)'이 말하듯, 환경의 급변에 앞장서 변형하는 강건한 생명력 때문이다. 그 신문의 생명력은 한국에서도 두루 통할 것인가? 한국 신문이 겪고 있는 전통매체의 산업적 위기며, 언론소비 형태의 변화, 특히 언론의 신뢰 상실 속에서도?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⑭]종이신문, 정말 사멸하나? 온라인 뉴스 매출, 종이신문 추월했다···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81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ISJ)가 예측했듯, 코로나19 속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며, 최전선 데이터 저널리즘의 요구며, 구독기반 저널리즘이 확장은 이미 가시적인 흐름이다. 2021년 미디어·저널리즘에 대한 동향·예측은 특별한 강조점이 있다.

“강력한 대중매체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팬데믹이 닥쳤을 때 독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달리, 자주, 언론을 찾았다”, “언론의 공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중립적·객관적 저널리즘을 선호하고 있지만, 많은 젊은이는 자신의 관점을 공유하는 뉴스를 선호한다.”

[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0] 세계 언론·언론산업, 코로나 충격 속, 올해 급변할 듯; 위기 속 ‘진짜뉴스’ 더 찾고, 디지털 전환 잰걸음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129

사람들이 진짜 뉴스를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실(fact)을 알려주는 뉴스는 모두의 생명줄과도 같았다”, RISJ 디지털 뉴스 리포트 담당 총괄 라스무스 닐슨 박사의 밀이다. 코로나 상황 속 뉴스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 많은 정보가 쏟아졌지만 믿을 수 있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결국 전통언론(legacy media)의 뉴스였다는 것이다.


5. 네이버의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CBT 버전에 일부 ‘전통 언론’이 참여했다. 독자 유료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그 모델, 가야 할 방향이긴 하나 환경은 ‘포털 종속’이다. 그 속에서 자체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언론은 ‘구독기반 유료 콘텐츠’ 실험에 참여하되, 그 콘텐츠는 우선 ‘연성’이다. 경제시사, 기업경영, IT 동향, 부동산, 자본시장, 취업에서, 메디컬, 소설까지, 두루 생활정보 내지 읽을거리 영역이다. 이건 신문이 지향해야 할 정확한 타깃일 순 없다. NYT의 온라인 신규 구독자 중 뉴스 서비스 이용자가 3/4, 기타 서비스 이용자 1/4이다

참여하지 않은 언론사들은 내부 준비의 부족, '포털 종속'의 고착화를 우려한다. 더러, 네이버 시스템의 확장성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비영어권 콘텐츠가 아닌 만큼 독자층이 넓지 않으리라는 것, 포털 중심의 무료뉴스 유통환경에서 당장 유료구독으로의 전환을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 임하는 신문들의 대응은, 한국 신문의 결정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신문의 승부는 저널리즘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본질의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저널리즘’이 있어야 신문의 전통적 특장(特長)을 강조하든, smart media환경에 대처하든, 살길을 찾아 나갈 것 아닌가.

‘팬데믹 속 언론인을 위한 교훈: 진실을 찾으며 자신의 힘을 되돌아보라’-RISJ 알란 러스브릿저가 저술한 ‘뉴스 및 사용방법: 가짜뉴스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의 서문 주제를 보라. 삶과 죽음을 건 상황 속, 어떤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정치인·과학자를 믿겠나? 일반시민(SNS)에게 의지할 수 있나? 결국 믿을 건 저널리즘이다.


오늘도 세계 속 권위지는 ‘뉴스’와 ‘의견’을 값있게 팔고 있다. NYT, The Economist, 블룸버그···, 그 저명언론들은 ‘저널리즘’에 기반한 콘텐츠를 제값 받고 파느라 바쁘다. 언론의 본질적 책무를 곧 언론의 살길로 인식하는 것이다. 구글이 ‘뉴스 쇼케이스’를 발표한 것도 언론사가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게시하고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나.

세계 저명언론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전환에 역량을 쏟으며, 이제 ‘구독 없이 콘텐츠 보기 없는’ 강력한 유료화 정책을 펴고 있다(사진; Economist의 구독권유 이메일).
세계 저명언론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전환에 역량을 쏟으며, 이제 ‘구독 없이 콘텐츠 보기 없는’ 강력한 유료화 정책을 펴고 있다(사진: Economist의 구독권유 이메일).

한국 신문, 외부로부터의 ‘콘텐츠 유료화’ 움직임에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으로 거대한 조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 신문은 저널리즘에서 자랑할 DNA가 전혀 없는가? 아니,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려 과연 얼마만큼의 신념, 열정, 노력을 쏟고 있나?

“꾸준히 혁신하되, 결국 핵심은 최고의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이건 세계뉴스미디어총회의 결론에 그칠 수 없다. 한국 신문의 존립과 사멸, 그 답은 무엇보다, 신문들의 열정과 신념, 그 ‘좋은 저널리즘’에 달려 있음은 확실하다. 한국 신문, 기회와 위기가 함께 하는 상황에서, 살길을 찾으려 도전하면 살 것이고, 위기가 두려워 안주하면 죽을 것이다. 그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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