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4]이제 종편도 ‘등록제’로? 민주당 ‘민주종편’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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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4]이제 종편도 ‘등록제’로? 민주당 ‘민주종편’ 띄운다?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0.12.27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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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편도 ‘허가(승인)제’ 대신 ‘등록제’로 가나? 종편 설립·운영 제도가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 그 숱한 정치적 논란을 빚어온 TV조선·채널A·MBN 같은 종편의 재승인 심사는 사라진다. 일정한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종편·보도채널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편 승인제가 바뀌면 민주당은 ‘민주종편’을 개국, 보도·교양·예능을 아우르는 종편 채널을 운영할 구상이다. ‘정당 종편’의 보도기능 신설 구상은 뿌리 깊은 언론 불신의 결과물이다. 여권에 불리한 ‘가짜뉴스’들에 직접 팩트체크를 하며, 언론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의 등록제, 양날의 칼이다. 이론적으론 우리나라도 방송의 허가제 대신 등록제로 가는 게 옳다. 현실적으론 정당도 종편방송을 운영할 수 있으니 그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장이 쏘아 올린 '종편 승인제도 폐지' 논의, 언론계에 던지는 파장은 예사롭지 않다.


1. “현재 방송법은 몸에 안 맞는 옷···종편도 등록제 전환 검토할 때”-<한겨레>의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종편 사업자 ‘등록제 전환’ 논란을 촉발한 계기다. 다음은 기사 요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종편의 등록제 전환을 검토할 때라고 밝혀 언론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사진; 한겨레 인터뷰 지면 캡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종편의 등록제 전환을 검토할 때라고 밝혀 언론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사진: 한겨레 지면 캡처).

-지상파 독과점 시대는 가고, 종편 가세에 따른 다매체·다채널 시대다. 콘텐츠의 다양화라는 기대에도 “볼 게 없다”는 시청자의 불만은 여전하다. 재승인 심사를 받는 종편은 불법·불공정 논란을 빚고 있고, 지상파는 분리편성 광고로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은 취임 이후 ‘미디어 공공성 강화’에 역량을 쏟아왔다. 방송들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적 책무 준수가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공공성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종편의 공적 책무 역시 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최근 '엠비엔(MBN)'에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으나, 찬반양론은 거세다.

-최근 미디어 상황 급변에 따라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종편·보도채널 등에 대한 허가-등록 여부를 검토할 때다. 종편은 정부 승인이 필요한 허가제로, 선발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일부 학자들은 보수신문의 종편 소유에 따른 여론 독점을 비판하며, 종편의 등록제 전환을 주장하기도 한다···.


2. “방통위원장이 쏘아 올린 ‘종편 승인제도 폐지’”-한겨레 인터뷰 기사를 본 '미디어오늘'의 비평 기시다. 방통위원장이 “등록제 검토할 시기”라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는 것이다.

-송현주(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대표적 방법이 허가제와 검열이었다“면서, ”방송법 조항들만 놓고 보면 우리 방송은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편 승인제도가 실은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발상에 따른 것, 종편 진입의 벽을 허물어야 현재 종편이 갖는 '특혜'를 허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송법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할 시기다. 공영방송 면허제도 역시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몇 년마다 종편 퇴출 여부를 두고 엄청난 논쟁을 벌이는 건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우려도 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의 말. 지상파 허가제를 없앨 게 아니라면, 종편만 등록제로 바꿀 이유는 없다, 종편도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최후의 경우 승인 취소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김 대표는 등록제에 따른 여론 왜곡현상도 우려한다. 정파성이 강하고 자본력이 좋은 사업자만 유리해질 것으로 본다.


3. 벙통위원장의 ‘종편 등록제’ 논의 제기와 함께, 민주당은 보도·교양·예능을 아우르는 '민주종편'을 만들 구상이다. 최근 당 혁신위원회의 미디어 플랫폼 확대안에 ‘민주당 방송국(민주종편)’ 운영계획도 들어 있다. '민주종편'은 당의 유튜브채널 ‘씀TV’을 확대, 종합편성채널 콘셉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8일 개국 목표다.

그 중 '보도'기능 신설은 민주당의 뿌리 깊은 언론 불신의 결과물이다. '팩트체크 코너 상설화'처럼,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민주당이 만들어 온 언론대응 TF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며 부동산 대란 국면에서 여권에 불리한 보도들을 "가짜 뉴스"라고 싸잡아 대응해 왔다..

이런 계획에 당내의 우려도 있다. “언론과의 관계가 갈수록 안 좋아지는 게 사실”, “독자적으로 '보도'를 하겠다면서 언론에는 입을 닫다 보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자칫 여론과 동떨어진 극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정치적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걱정” 같은 소리다(중앙).


4. 여러 논란·우려에도, 한국 방송, “허가제 대신 등록제로 가는 게 옳다”고 말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방송의 매체특성론적 접근 패러다임은 시회환경이나 기술적으로 전근대적이기 때문이다. 그 전통적 규제 패러다임, 곧 ‘방송=공공재’로 보는 공익적 관점의 규제 정당화 논리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허가제의 논리적 기반을 보라. 전파 공공 소유론(천연자원의 사유 허용 바람직 않음), 전파 이용의 궁극적 수혜자는 공중일 뿐, 국가 주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파 희소성’이론(채널 수 제한), 채널 급증현상 속 전파 희소성에 근거한 방송규제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다. 방‘송매체 특성론’(수용자 능동적 선택성 적고 다른 매체보다 강력한 영향력), 역시 수용자의 비판능력을 무시한 주장이다···.

방송규제 패러다임의 비교. 한국의 매체특성론적 접근에 따른 규제 패러다임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림: 글쓴이 자료).
방송규제 패러다임의 비교. 한국의 매체특성론적 접근에 따른 규제 패러다임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림: 글쓴이 자료).

그 공공적 공민영론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종래 방송에의 산업적 인식이 미비한 상태에서 ‘공공봉사’ 기능을 중시했지만, 이제 방송매체 본질의 변화, 곧 대중 상대 mass-communication 아닌, 점 대 점 형식의 방송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송산업의 진입을 자유화, 경쟁력 있는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는 식의 시장주도형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 운영체계의 결정적 취약성?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제도 속에서,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태도다. 그 ‘공공성’은 무엇이며, 왜 여전히 중요한가? 매체융합 속 공공성의 의미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시민사회 역시 이런 고민 없이, 운영체계에의 ‘적극 참여’만을 꾀하고 있다. 방송환경은 급변해도 여전히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그 국가개입주의의 한계를 깨야 한다.


5. 방송에 대한 적극적 행정규제, 그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소지도 크다. 방송내용의 공공성·객관성 등을 수시로 심의, 방송사 허가를 취소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제재를 하곤 하는 것이다. 언론의 오보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특이하다. ‘언론보도의 면책 인정’, ‘진실을 따질 때 ‘숨 쉴 공간’ 인정‘ 같은 기본적 법리를 외면한다.

방송의 행정제재에 따른 논란은 적잖다. 그 제재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최근 종편 채널을 ‘조건부 재승인’한 데 따른 우려다. 그 사유, 방송의 공정성, 보도의 객관성 위반이다. 이같은 제재, ‘재승인 취소’ 결정을 받을 수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폭넓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천명하곤, ’오보 요소‘를 굳이 ’객관성 위반‘ 등으로 제재하고 있다.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톺아보기 ⑥]기자의 세계: 기자의 ‘3대 강박’과 ‘오보(誤報)’의 속살 (上)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994

방통위의 최근 ‘MBN 6개월 방송정지’ 처분과 관련, “정권의 종편 길들이기 폭거”라는 야당 반발을 보라.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내후년 대선·지방선거를 위한 종편 길들이기”,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방송국 하나쯤은 없애 버릴 수 있으니 알아서 기라는 협박”이라는 것이다.

TV조선·채널A 역시 ‘승인 취소’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상태다. 두 종편의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재승인 거부’를 주장한 만큼, 야당의 우려대로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종편은 그저 없애 버릴 수 있다. 현 방통위 운영체계가 그렇다. 청와대·방통위의 종편 장악 시도와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 그리 가볍지 않다.

‘공정성’ 규정도 문제다. 한국 방송만큼 정파성 또는 진영논리로 저널리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예가 그리 많기는 하나. 정작 공정성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은 그 공정성에 당당한가? KBS·MBC 양대 지상파의 공정성 상실, 교통방송(TBS)의 그 특출한 정치적 성향은 드러난 바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조차 담보하지 못하면서, 굳이 공공성의 이름 아래 종편을 얽어맬 명분은 또 뭔가?


되새기면, 한 방송에서 언론-정파-단체가 ‘모두 공유할 현실인식’은 가능한가? 언론의 이상적 모습이 꼭 ‘중립성’인가? “‘편향적 뉴스이용자'의 나라 대한민국”-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중이 특히 높다(미디어오늘). 특히 한국에선 다른 매체 형태의 영향력도 막강, ’방송매체 특성론‘의 논리적 기반은 아주 약하다.

다양성은 민주주의 사회·언론의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 방송, 어차피 정파성 문제가 있다면, 공영방송을 제외하곤 정파적인 다수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사회 전체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건 또 어떤가? 그런 면에서, 시대역행적 규제근거에 따른 정부의 그 악착같은 방송통제는 그리 반갑지 못하기도 하고.

우리 정치권력부터 방송에의 미련을 버리고, 시대에 걸맞은 민주적 방송모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 뜻에서, 종편 허가제⇨등록제로의 전환, 적극 찬성하는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굳이 TV조선·채널A를 없앨 만큼 절박한 주제이기야 하겠나. 매체환경 급변현상에의 대응, 그 방통위원장의 말과 속이 같다면, 우리도 이제, 방송의 다양성을 적극 추구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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