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똥별’들을 위한 조사(弔辭)-‘쪽’ 팔지 말고 ‘가오’ 좀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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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똥별’들을 위한 조사(弔辭)-‘쪽’ 팔지 말고 ‘가오’ 좀 지켜라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04.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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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차용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명연설로 유명하다. 그의 대통령 당선요인 중 하나로 그의 뛰어난 연설을 들기도 한다. 그의 명연설에는 당연히,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 담겨 있다. 늘 시대정신을 읽고 미래방향을 제시하며, 연설을 통해 세계를 움직여온 것이다. 그 중,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가 있다. 그의 진실과 이상을 담은 명연설이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갖는 여러 특권 중 군 통수권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권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게 된 건 무기와 기술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 군인들의 군인정신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취임하자마자 해군사관학교로 달려갔다. 국가를 위한 헌신의 길을 택한 청춘, 그 초급장교들의 애국심·자긍심을 한껏 북돋우기 위해서다. 곳곳에서 “We need you!”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국가에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듣는 초급장교들의 자긍심·사명감은 과연 어떠했겠나.

미국인, ‘군대’ 가장 신뢰... 미군 군인정신 탄복할 만

미국을 ‘군사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한다.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도 군비를 쏟아 부으며 군사력을 키우고 방산업을 살찌우는 나라,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으며 때론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는 나라, 그래도 국민들은 군인을 존경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는 끊임없이 나라가 전쟁상황에 처해 있음을 주지시키며 정치지도자이기에 앞서 군 최고사령관임을 내세우는 나라, 끊임없이 전쟁을 하며 '군인'과 '총'에 매료되어 있는 나라, 오직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인들은 오래 동안 군대를 가장 신뢰하는 제도로 꼽고 있다. 나 역시 군대생활을 하며 미군 특유의 합리적 실용주의와, 프로정신에 바탕한 엄정한 군기를 탄복하듯 체험했다. 미군은 모병제이다. 사병들도 자원해서 입대하여 봉급을 받는 월급장이다. 그 군대의 엄정한 군기는 오직 자본주의 속의 자본통제(월급 깎기)에서만 우러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나의 병장 시절 그 요란했던 판문점 도끼살인 사건이 났을 때, 또는 평소 직무훈련을 하며 그네들이 보여준 애국심, 의무감, 질서의식은 참 탄복할 만했다.

어떤 이는 미국사람들의 ‘군대 사랑’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군대를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미국사람이 미군을 신뢰하듯 우리 군을 그토록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에겐 국방의 의무가 있다. 내 친구 중엔 사병 출신도, ROTC 장교 출신도, 육사 출신도, 예비역 장성도 있다. 친구끼리 만나면 군대 얘기는 나오기 십상이다.

국군, ‘주적 개념’ 포기·육참총장 망동... 왜들 이러나?

우리의 걱정거리는 ‘요즘 군대’ 얘기다. “요즘 군대 불안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군대의 존재이유를 의심하게 하는, 군인이 그들의 존재이유를 헷갈려 하고 국가가 군대의 존재가치를 가벼이 여기는, 도대체 이해 못할 일들은 또 하나, 둘인가? 지금은 남북 화해시대라지만 남북 간의 양보할 수 없는 군사대치는 불변이다. 한편 군사적 긴장 완화·해소를 자찬해도, 그 구체적 장치는 여전히 없다. 그래도 우리 군인들은 군인답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주적’ 유지하라는 용역보고서를 국방부가 앞장서 뭉갰다? 국방부, '북한 주적(主敵)‘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정치학회의 의견을 받고도 장병들의 정신교육 교재에서 주적 관련 표현·내용을 대거 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교재를 만들며, “남북회담, 북미회담으로 남북은 새 안보환경을 조성했다"고 썼다. 일선부대들은 주적개념을 잃은 혼란 끝에, 정신교육 시간을 장기자랑으로 때운단다. 도대체 ’막강 국군‘의 주적은 누구인가?

최근 논란 중인 공군 ‘창군 영웅’ 논쟁도 그렇다. 공군은 올 창군 70주년을 맞아 2대 참모총장 고 최용덕 장군을 ‘창군의 아버지’로 기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연히 반발은 있다. ‘초대’를 건너뛰고 ‘2대’를 부각하는 게 적절한가? 이 부분, 공군이 항일과 임시정부를 강조하는 정부기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도대체 공군 창군은 오직 한 ‘영웅’의 공적인가? 공군이 추앙해 온 ‘창군영웅 7인’은 이제 외면해도 괜찮은가?

하기야, 우리는 국방장관의 수난부터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서해수호의 날’을 "서해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충돌"이라고 표현한 사람이다. 전직 장성 400여 명이 9·19 군사합의를 반대하는 데는, “잘못된 지식, 이념 때문"이라고 대꾸하는 사람이다. 국방장관, 그 ‘포 스타’ 출신에겐 나도 묻고 싶다, 우리 장병들이 순국한 그 서해해전들은 정말, 북한의 일방적 도발·공격이 아닌 남북 쌍방과실의 충돌인가?

얼마 전엔 청와대 34세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멀리 서울 용산 영외카페까지 불러내는 코미디 영화 같은 일도 있었다. 육군 참모총장이 행정관에게 불려나와 군 장성 인사문제를 논의했고, 그 행정관은 인적사항 자료를 분실했다는데, 참 그 사건은 어떻게 됐나? 정말이지 이게 나라인가?

‘똥별’도 ‘별’, 제발 군인정신 잃지 말고 밥값·자리값 할 때

우리 군대가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누가 우리 군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나? 새겨보면, 그게 온전히 군인들 탓이겠나? 많은 부분 통수체계의 이상, 정부 탓일 터이다. 군(軍) 안팎에선 최근 "국방정책은 청와대에 물어보라"는 자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한다. 군 내부에서도 몰랐던 정책이 발표-진행되는가 하면, 일부 부서는 청와대의 직접 관리·감독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DMZ 평화둘레길’ 사업 발표 및 수정, 지난 해 남북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 철거 역시 청와대 뜻에 따랐을 뿐, 군은 뒷일을 처리했을 뿐이란다. 한 안보전문가의 걱정이 있다. “정부의 국방정책은 북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 국군의 전략개념을 바꿨다는 그 스텔기 전투기 F-35A의 인도식까지 일선 비행단장 주관으로 치렀다니, 참, 할 말 다했다.

“우리 군대, 정녕 군대다웠으면 좋겠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군대는 나라의 기간 조직이지, 일개 정치조직이나 장관, ‘똥별’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대통령도, 정치지도자를 넘어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제발이지 군대를 군대답게 운영하며, 우리 군인들도 늘 애국심 충만한, 자부심 굳건한 그런 군인들로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군의 ‘똥별’들도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아무리, 한치 앞 꿈을 좇는 정치인들이 밀어붙여도 그렇지, ‘포 스타’출신 국방장관이며, 육참총장, 공참총장이며, 휴전선 철책선 잘라 국회의원 방문기념패 만든 사단장이며, 당신들은 그래도 ‘별’들 아닌가? 영화 <베테랑>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친구>의 명대사도 있다. “쪽 팔린다 아이가?” 정말 당신들은 형사 황정민 정도의 ‘가오’도 없고, 건달 유오성 정도의 ’쪽‘ 지킬 줄도 모르나? 후일을, 아들딸을 생각하면, 그렇게 ‘가오’ 없이 살았다간 참 ‘쪽’ 팔리지 않겠는가? 당신들도 알 것이다,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국민가요의 가사를-. 제발, 국민들이 팔다리 쭉 뻗고 단잠을 이룰 수 있도록, ‘별은 별 답게’ 군인정신을 잃지 말고, 밥값, 자리값이라도 좀 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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