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6] KBS ‘수신료 인상’ 먼저? ‘공정방송’ 먼저?;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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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26] KBS ‘수신료 인상’ 먼저? ‘공정방송’ 먼저?;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붙여
  • CIVIC뉴스 컬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1.1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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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새해 벽두부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의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양승동 KBSS 사장이 올 신년사에서 밝힌 의지다. KBS 수신료,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1월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8년 만에 재도전이다.

수신료 인상, KBS 이사회 의결⇨방통위 심의⇨국회 의결을 거치면, 가능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올 3대 활동목표를 제시하며, ‘방송 공적책무 강화’를 강조할 뿐 “수신료 인상 논의 안 했다”는 입장이다. 여당 역시 최근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야당의 반발과 여론의 흐름 때문이다.

논점은 뚜렷하다. '수신료가 먼저냐, 공정방송이 먼저냐'다. KBS는 재난방송의 차별성, 지역뉴스의 발전, '나훈아쇼'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제작 수요 등을 들어 인상을 요구한다. 반대론, KBS의 정권 편향성을 들어 '공정방송'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반박한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 KBS의 공정성 상실 논란···, 꼭, 수신료부터 올려야 하나? 이 ‘저널리즘···’ 기획에서 4개월여 전 다룬 주제다. 최근 진전 상황을 다시 점검한다.

[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⑬]시청료 인상? 나도 반댈세! 공공성·공정성 잃고 경영악화, 그 부담은 국민에게?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35


1. 양승동 KBS 사장은 이번 달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방안을 상정할 것을 확인했다. 지난 12월 이사회에 상정하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로 넘겼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KBS의 해묵은 과제다. KBS는 2018년 585억 원, 2019년 759억 원의 사업적자를 냈다. 광고수입 감소를 주요 요인으로 든다.

양승동 KBS 사장은 올 신년사에서 1월 중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할 뜻을 밝혔다(사진; 2020년 국정감사에 출석,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양 사장, 더택트 제공).
양승동 KBS 사장은 올 신년사에서 1월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양 사장(사진: 더택트 제공).

양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신료 인상 의지를 피력했다. “KBS가 공공성보다 상업성으로 기울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제2, 제3의 나훈아 쇼를 만들겠다, 대하사극도 부활하고, 고품질 한류 콘텐츠를 계속 만들겠다”는 다짐이다(미디어오늘).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 액수는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으로 확정된다. 그 1차 관문, 이사회 구성은 여당 추천 7명·야당 추천 4명이다. 방통위 역시 정부·여당 우위다. 굳이 정부와 KBS가 마음을 먹는다면, 이 단계까지는 밟아갈 수 있다.

국회 의결은 그리 만만찮다. KBS 수신료는 늘 '여당 추진-야당 반대' 구도다. 여당과 여당성향 군소정당이 연대하면 ‘강행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당이 수신료 인상에 공감하기는 하되, 공수처법 밀어붙이듯 강행처리에 목을 맬 것인가? 그건 장담하기 어렵다. 야당 반발에, 여론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KBS는 최근 '검언유착' 오보를 비롯, 여권 편향적 보도 또는 프로그램 편성으로 야당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민은 코로나19 고통으로 절규하는데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겠다? 국민고통에 관심 없고, 혈세로 자기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라는 것이다(박성중). 여권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할 경우, KBS 사장 사퇴도 추진하겠다는 야당 입장이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여권의 부담이다. 최근 지지층 이반을 불러온 독선·독주의 이미지 때문이다. 여당도 인정한다. 수신료 인상안을 공수처법 밀어붙이듯 강행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신료, 모든 가정이 부담해야 할 전 국민의 이해관계이기 때문이다.


2. KBS 이사들의 의견도 충돌한다. 여권추천 ‘찬성’, 야권 추천 ‘반대’의 흐름이다. “방송이 공정하지 않아 수신료를 올리면 안 된다는 논리는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학교를 안 보내겠다는 것과 같다", "지금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신료 인상이 적절한가, 수신료를 올려주면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발상인가” 같은 얘기다(미디어오늘).

한편, 방송통신위는 최근 5기 방통위의 3대 목표-12대 정책과제를 의결했다. 방송의 공적책무 강화-매체산업 활력 강화를 위해,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 개편을 포함한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역시 논쟁적 사안은 KBS 수신료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나 정부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을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논의를 한 바 없다“며, 인상안 검토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고 방송사업자의 자구노력과 혁신상황을 평가한 뒤, 그걸 전제로 인상문제를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며, KBS가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미디어오늘).

KBS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는 여러 가지다. 재난 전문방송의 시스템 고도화,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립, 대하드라마의 부활과 고품격 예능·다큐 제작···, 이를 위해 수신료 재원을 전체 재원의 46%(6750억 원) 수준에서 영국 공영방송 BBC 수준인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월 4000원 인상안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야당은, 수신료 인상 강행 대신, 정치독립, 재정예산 투명성, 방송의 질 향상 등 3개 혁신방안을 먼저 제시해 국민동의를 얻을 것을 주장한다. 광고비가 줄었으니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무리라는 것, 광고매출이 감소하는 이유 역시 왜곡·편파보도로 국민신뢰를 잃은 결과라는 것이다.

KBS가 비교기준으로 삼은 BBC를 보라. 세계적 명성이 높은 ‘공정방송의 대명사’다.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는 경구 아래 세계적 명성을 쌓으며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BBC가 코로나 국면의 방송환경 악화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영국 정부와 수신료 인상 협상에 들어간 것은 이해할 만하다.

KBS는 공공성·공정성 상실에 따른 국민신뢰 상실, 그에 따른 경영악화 요인을 제쳐 두고, 수신료 분담비율을 영국 BBC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사진; ‘공정방송의 대명사’ BBC 본사; pixabay 무료 이미지).
KBS는 공공성·공정성 상실에 따른 국민신뢰 상실, 그에 따른 경영악화 요인을 제쳐 두고, 수신료 분담비율을 영국 BBC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은 ‘공정방송의 대명사’ BBC 본사 모습(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러나,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찬반 논란이 들끓는 이유, 그 키워드는 단연 KBS의 공정성-공공성 상실 아니던가? 또, 일본처럼 최근 수신료를 계속 인하하는 흐름도 있다.


3. 결국 문제는 KBS의 공정성·공공성 확보다. KBS의 정권편향적 보도행태는 이미 지탄의 대상이다. 자유·독립, 공정성 대신 권력·정부 옹호에 앞장 선 '코드 논란'으로, 특히 공정의 가치에 민감한 젊은 층의 외면도 심상찮다(조맹기).

정권의 변화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정치색 영향을 받는 구조는 이미 일상적이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드러난 KBS의 여당 편들기식 여론조사 보도며,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보도과정에서 드러난 ‘묻지마’식 불공정보도를 보라. 그 보도로 공개사과한 게 언제 일인가?

‘KBS 간판 앵커’ 황상무 씨가 사표를 쓰며, “이념으로 사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려 드는 순간, KBS는 설 자리가 없다”고 KBS의 편향성을 지적한 것은 두 달 전, 뉴스진행 아나운서가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빼고’ 방송한 것은 최근 일이다. 사실과 여론을 멋대로 조작·전달하는 매체를 위해 ‘강제로’, 시청료를 뜯어가나? 그런 논란이다.

KBS가 공공성은 잘 추구하고 있나? 그렇지도 않다. 지난 여름 ‘부산·경남 폭우’ 때의 대응을 보라. 고성 산불 보도에서 지적받은 KBS의 무책임 그대로다. 폭우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지역재난 '방관방송‘ 또 입증한 KBS"-지역언론 보도다. 수신료 인상근거로 재난방송 서비스를 강조하곤, 정작 재난주관방송사 구실을 못 하고 있다. 연전 민주당 의원의 수신료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반대 84.3%에, 강제징수조차 문제 많다는 의견이 잇따르는 것을 보라.

국민은 KBS를 신뢰하지 못한다. 이건 현실이다. '2020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더라도, KBS의 방송 점유율은 높되, 신뢰도는 YTN·MBC보다 낮다. 공영방송 중 신뢰도가 가장 낮다. 코로나19 사태 속, 언론사 경영은 두루 위기다. 모든 기업도 위기다. 그 위기를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또 정상적인가?

이 정도면, ‘공영방송’ 아닌, 개별 방송사를 살리려 국민을 불러내는 꼴이다. 국민이 공영방송의 위상·편익을 인정하지 못하는 바탕에서, 그저 시청료 인상으로 현실을 타개하려 한다? 그 개별방송의 경영난 타개를 정치권력에 호소한다? 핵심을 외면하는 KBS의 ‘돌쇠적 무지’인가, 정치권력에 기댄 ‘언론의 타락’인가.

국민들이 KBS에 기대하는 바는 뭔가? 공영방송의 공정성·공공성·독립성이며, 언론의 본질적 기능 완수일 터다(차용범). KBS는 당연히, 정권의 향배에 흔들리지 않을 정치적 독립, 매체환경을 극복해 갈 경영 정상화, 그리고 방송의 질 향상에 대한 방안을 제시, 이행하며 국민동의부터 얻어야 한다. 앞에서 다룬 수신료 인상 논란의 결론을 새삼 인용한다.

“KBS 시청료 인상, 독점적 권력체제 아래서, 방통위며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회복과 동의 없이 그런 무리수를 둘 경우, 그 후폭풍은 결코 만만찮을 것이다. 예전의 ‘시청료 거부운동’을 뛰어넘는 국민 저항에, 어쩌면 공영방송의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금, KBS며 권력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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