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⑳] 미국 주류언론, ‘바이든’에 올인, 왜?: ‘USA Today’의 첫 후보 지지선언에서, ‘TIME’의 제호 교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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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⑳] 미국 주류언론, ‘바이든’에 올인, 왜?: ‘USA Today’의 첫 후보 지지선언에서, ‘TIME’의 제호 교체까지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0.10.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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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류언론들이 올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올인하고 있다. ‘사상 처음’, 다양한 방식으로, ‘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창간 이후 처음으로, 100년 만에 지지정당을 바꿔서, 주간지의 표지 제호까지 바꿔가며···. ‘민주주의 수호’에의 의지 때문이다.

전국지 <USA 투데이>는 창간 이후 처음으로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트럼프를 거부하고 바이든을 뽑아달라”는 것이다. 보수성향 신문 <뉴햄프셔 유니온 리더>는 사상 최초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금까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엔 조 바이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20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다(사진; USA투데이 캡처).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20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다(사진: USA투데이 캡처).

시사주간지 <TIME>은 창간 97년 만에, 제호(TIME)를 뺀 표지를 선보였다. 특유의 로고 ‘TIME’대신 ‘VOTE(투표하라)’를 앞세운 표지다.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기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역시 175년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코로나19 및 기후변화와 관련, “트럼프가 증거와 과학을 무시한다”는 이유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 같은 권위지도 잇따라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주류언론들이 트럼프 대신 바이든에 올인한 이유는 뚜렷하다. 트럼프의 실정(失政) 중 민주주의를 파괴한, 그래서 민주국가 미국의 정체성을 흔든 과오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시 언론은 현대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킬 필수적 사회체제다.

1. 전국지 <USA투데이>가 조 바이든에 대한 공식지지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을 뽑고, 트럼프를 거부하라”는 사설을 통해서다. 이 신문이 대선후보 공식지지에 나선 것은 창간 38년 역사상 처음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공식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한다, (이런 선언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미국에 평온과 역량을 유지할 바이든의 당선을 만장일치로 지지한다···.

사설은 트럼프를 거부하는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논설진은) 그동안, 진실·책임감·인종차별 반대에,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확고한 지지 등 당리당략의 문제가 아닌 특정 핵심가치를 옹호해 왔다, 트럼프는 이 같은 원칙들을 하나하나 짓밟았다, 바이든은 이러한 가치들을 존중하는 훨씬 더 나은 일을 할 것이다, 이런 주장이다.

그동안 공화당을 지지해 온 보수성향 신문 <뉴햄프셔 유니온 리더>(The New Hampshire Union Leader, NHUL) 역시, 조 바이든을 지지했다. NHUL의 민주당 지지 선언은 100년 만에 처음이다.

NHUL 논설진은 사설에서 바이든을 지지하면서도, (신문 성향 상) 바이든과 '중대한 정책 불일치'가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향후 4년 간 바이든 행정부와 의견 불일치의 사설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에 대해선 “미국을 위한 것에서 100% 틀렸다"고 덧붙였다.

2. 시사주간지 <TIME>은 창간 97년만에 제호(TIME)을 뺀 표지를 제작했다. 특유의 로고 ‘TIME’대신 ‘VOTE(투표하라)’를 앞세운 표지다. 대신 로고는 표지의 오른쪽 중간 부분에 작은 글씨로 표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이 11월 2일자에 선보인 표지. 특유의 제호가 오른쪽 아래로 빠지고 'VOTE'라는 글자가 들어갔다(사진: TIME 홈페이지).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이 11월 2일자에 선보인 표지. 특유의 제호가 오른쪽 아래로 빠지고 'VOTE'라는 글자가 들어갔다(사진: TIME 홈페이지).

표지는 투표하라!(VOTE!)는 글자와 투표함이 그려진 스카프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다.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Shepard Fairey는 “민주주의가 거듭 도전받고 있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연히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dward Felsenthal 편집장은 “창간 후 100년 만에 표지를 바꾼 것은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보다 세계를 좌우할 사건을 없을 것이며, 우리는 향후 수십 년 역사를 과거와 미래로 나눌 수 있는 아주 드문 순간에 서 있다는 호소다.

3. 미국 양대 권위지 NYT와 WP 등이 바이든 지지선언에 나선 것은 알려진 바와 같다. ‘미국이여, 바이든을 뽑아라’(NYT),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WP) 같은 사설을 통해서다. 두 유력지는 논설진의 연구·토론 끝에, 그 지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른 바 ’대통령의 조건‘이다.

[관련][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⑱] 미국 신문, 특정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 했다고? 한국 신문은?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20

NYT는 “(바이든은)불안하고 혼란한 시대에 정책이나 이념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미국)가 지금 필요로 하는 지도자’로 평가한다. ”바이든은 법치를 수용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WP는 바이든을 “미국의 품위·명예·유능함을 복원할 대통령”일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그동안 사설·칼럼을 통해 꾸준하게 비판해 온 바를 새삼 강조했다. NYT는 트럼프 시대에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주의조차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닫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칼럼을 집중 게재했다.

미국 주류언론이 트럼프를 거부하며 바이든 지지에 올인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비재(非材), 특히 민주주의 파괴에의 책임을 엄히 비판한다. 그리고 바이든에게 기대한다, 민주주의 수호에의 품성과 경륜을-.

이번 미국 대선의 투표 열기는 뜨겁다. 10월 30일(현지 시간) 현재, 사전투표자는 8200만 명(우편투표자 5300만 명 포함). 4년 전 대선 때 사전투표자 총 4700만 명(우편투표자 3300만 명)보다 훨씬 많다. 코로나19 여파, 선거전 과열 등 요인과 함께, 언론 보도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터다.

특히, 언론들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험을 경고하며 ‘법의 지배’를 강조한다. 트럼프가 자행한 민주주의 위협행위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상대편을 억압하는 반자유주의적 대중독재를 경계하는 것이다. 언론의 그 적극적 권력 감시·비판이며, 심층적 정보 제공은, 그래서 참 부럽기도 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알 수 없다. 언론의 ‘올인’이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자기 몫을 다한 것은 분명하다. 민주사회의 본질적 가치, 그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언론답게 최선을 다한 것이다.

미국 주류언론이 실망하고 분노한 트럼프의 그 민주주의 위협징후, 우리에게 그저 남의 일은 아닐 터다. 트럼프가 촉발한 그 위협신호 네 가지를 보라.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경향···. 우리에겐 그저 낯선 징후인가. 혹, 어떤 데자뷔를 느낄 순 없는가?

거꾸로 묻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 규범을 준수하려 노력하는가, 정치 경쟁자를 인정하는가, 언론의 기본권을 억압하지는 않는가. 두루 ‘그렇다’고 당당할 수 있는가? 특히, 우리 언론은 그 ‘민주주의 수호’에 어떤 신념을 갖고 어떤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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