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톺아보기 ⑦]한국언론 ‘6·25전쟁’ 기억하기-한국 신문들의 6·25전쟁 70주년 보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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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세계-한국언론 이슈 톺아보기 ⑦]한국언론 ‘6·25전쟁’ 기억하기-한국 신문들의 6·25전쟁 70주년 보도를 보고-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20.06.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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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이다. 그 전쟁,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한 침략전쟁이다. 남북에서 사망·실종 300만 명을 낸 민족상잔의 비극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6·25의 노래>), 바로 그 날의 70주년이다.

그 전쟁의 국군 참전자 중 실종자 12만 2609명은 아직, 전쟁터에서 ‘집으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00년부터 유해발굴사업을 시작, 그동안 1만여 구를 발굴했지만, 가족 품에 안긴 유해는 142구뿐이다. 그나마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북한서 발견된 국군유해 147구가 미국을 거쳐, 70년만에, ‘조국으로’ 귀환했다. 이건 우리가 할 일을 다한 덕분인가, 혹은 우리가 게을렀던 탓인가?

그 전쟁 70주년을 언론인들 그냥 넘길 수 있나. 그 전쟁이 남긴 역사적 의미며 오늘의 안보환경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 속에서 6·25전쟁의 원인이며 역사, 향후 전망에 대한 국민의식 역시 우려해야 할 만큼 어수선하다. 언론이 관례처럼 찾는 그 ‘꺽어지는 해’, 70주년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신문들의 6·25전쟁 70주년 보도는, 참 온도차가 컸다.

6월 25일자 주요신문의 ‘6·25 전쟁’ 보도. 우선 기획의 심층성에서, ‘중앙’의 ‘6·25 70주년 옅어지는 기억’ 국민의식조사가 우뚝하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한국정치학회와 함께, 설문조사·좌담회를 거쳐 질적 분석한 결과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이 전쟁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바를 성찰하며 느슨한 안보태세를 다잡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신문의 몫을 실감한 기획이다.

다음, 국군유해 147구의 귀환 보도. ‘동아’는 “6.25 70주년 끝나지 않는 비극/70년만에 돌아온 전사자...살아도 못 오는 국군포로” 기사를 1면 톱으로 게재했다. ‘세계’ 역시 국군유해 귀환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 ‘중앙’은 1면에 “6.25영웅들 70년만의 귀환“-’국가 위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제목으로 기사·사진을 게재했고.

‘경향’은 “한국전쟁 70주년 사진기획’을, ‘조선’과 ‘한겨레’는 각각 사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두루, 신문의 다양성을 반영한 지면제작이다. ‘뉴스보도의 새 강자’ 유튜브 역시 활발했다. 국가보훈처의 “오늘은 무슨 날이에요? 6.25 전쟁일‘은 조회수 69만, ’지니키즈‘의 ’6.25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는 조회수 23만 회다.

메시지의 전달력에서, 압권은 ‘부산일보’ 1면 전면기사다. “부산에 잠든 당신을 새깁니다… 한국전쟁 70주년, 유엔기념공원 영면 2309명”, 두 줄 제목을 가운데 정렬의 통단으로, 유엔기념공원 주묘역 사진 통단으로 배치했다. 이어 ‘짧은 기사’와 함께, 11개국 2309의 이름을 모두, 게재했다. 기획의도는 분명했고, 편집방식은 정연했으며, 이미지는 탁월했다. 참 보기 드문 기록적 역작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공원에 영면한 전몰장병 전체 이름을 게재한 부산일보 1면 지면(사진: PDF판).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공원에 영면한 전몰장병 전체 이름을 게재한 부산일보 1면 지면(사진: PDF판).

‘영웅에게 경례’... 참전 전몰장병·UN회원국 잊지 않아야

1. '영웅에게'-6·25전쟁 70주년 추념행사 주제다. '영웅'은 6·25전쟁에 참전한 전사자다. 70년만에 귀환하는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이 행사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의 6·25전쟁 추념행사 참석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를 직접 맞았다.

미국 하와이에서 도착한 ‘영웅’들의 유해가 영현단에 안치되는 동안, 가수 윤도현 씨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행사 참석자들은 추념 끝에 <6·25의 노래>를 제창했다. 대통령도 이 노래를 열창했다.

'영웅에게', 한글 제목과 함께 'Salute to the Heroes'(영웅에 대해 경례), 영어 제목도 있다. 미국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가 오면서, 우리가 발견한 미군 전사자 유해 6구를 송환하는 행사를 함께 연 것이다. 6·25전쟁에는 유엔 회원국 16개국이 참전, 미군 사망자도 4만 5000여 명에 이른다(두산백과). 이날 한·미 양국 국방부는 양국 혈맹을 재확인하는 공동보도문도 발표했다. 키워드는 “같이 갑시다”.

6·25전쟁 70주년 추념 및 귀환유해 봉환행사(사진; YTN 보도 캡처).
6·25전쟁 70주년 추념 및 귀환유해 봉환행사(사진: YTN 보도 캡처).

“1950년 오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던 용맹스러운 한미 장병들이 공동의 가치와 목적 아래 함께 뭉침으로써 한미 군사동맹은 피를 나눈 혈맹으로 탄생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한미 양국을 대표하여, 자유와 민주, 번영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의 희생과 용기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의 발자취를 기리고자 한다.(...)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

광운대 학생들은 지난 현충일 즈음,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09’라고 이름 붙인 배지를 제작했다. 전사자의 유골함을 본뜬 태극기 도형이다. 국가보훈처 역시 이 배지에 우리만의 애절함과 한국다운 보훈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판단, 배지 12만 2609개를 제작, 배포하고 있다. 서경덕 교수(성신여대)는 최근 "6.25전쟁 70주년, UN 참전국을 잊지 맙시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2. “전사자를 끝까지 예우하는 곳은 아테네뿐이며, 그것이 아테네를 강하게 만든다.” 아테네 만주정치를 숙성시킨 대정치가 페리클레스(Perikles)의 마라톤 전쟁 순국병사 안장연설이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케네디가 취임사에서 인용할 정도의 감동이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의 모토다. 이 부대의 구호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그런 모토·구호 아래, 그들은 지금도 6·25전쟁 전몰자 유해찾기에 한창이다. “미국이 ‘세계최강’인 것은 무기와 기술력의 우위라기보다, 군인들의 군인정신 때문”이라는 버락 오바마의 찬사(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가 있지만, ‘미국을 강하게 만든 건 군대를 최대한 예우하는 풍토’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의 전몰자 유해찾기 작업(사진; 차용범 자료).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의 전몰자 유해찾기 작업(사진: 차용범 제공).

어떤 이를 미국을 ‘군사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썼다. 경제에의 적잖은 부담에도 군비를 쏟아 부으며 군사력을 키우는 나라,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으며 다른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는 나라, 그래도 국민들은 군인을 존경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는 끊임없이 나라가 전쟁상황에 처해 있음을 주지시키며, 대통령의 특권 중 군 통수권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권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다는 나라(오바마), 오직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인들은 오래 동안 군대를 가장 신뢰하는 제도로 꼽고 있다. 군은 기개와 자존심, 사기(士氣)를 먹고 산다는데, 미국 군인의 기개와 자존심은 누가 채워주고 있겠나?

'영웅 예우 못한 과거' 딛고 '나라다운 나라'로...

3. 우리에게도 페리클레스 류의 명연설이 있다. 2008년도 제2연평해전 기념사다. “대한민국은 이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우리 바다를 사수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호국의 영웅들입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는 그 고귀한 희생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습니다. 변변한 추도 행사도 없이,(...). 그 동안 참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던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날 TV중계에서 그 추도연설을 들으며, 나는 깊은 감동 끝에 눈물을 철철 흘린 기억이 있다. ‘나라다운 나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했다. 돌아보면 우리에겐 전몰영웅의 희생을 제대로 기리지 못한 역사가 있다. 북한에 생존한 전쟁포로를 빤히 쳐다보며 눈만 끔뻑거리는 오늘이 있다. 그러나, 늦었으되 우리는 이제 6·25전쟁 전몰자의 유해를 찾고 있다.

전몰장병 유해찾기·북한생존 전쟁포로 구출에 무관심한 정부를 비판한 '조선' 만평(지면 스크랩 자료).
전몰장병 유해찾기·북한생존 전쟁포로 구출에 무관심한 정부를 비판한 '조선' 만평(사진: 지면 스크랩 자료).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나니/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그러다가 죽었노라/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부디 일러다오/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모윤숙 시인,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6·25전쟁 전몰장병의 원념을 그린 슬픈 시를 읽는다. 가슴이 뭉클하다. 젊은 생명의 고귀한 희생이 눈물겹다. 그렇다. 양의 동서, 시대의 고금을 가릴 것 없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일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6·25전쟁 전사자뿐인가. 몇 차례의 서해해전에서 산화·부상한 해군장병의 희생이 그러하다.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기억하는가. 국가는 이들을 얼마나 예우하는가. 우리나라는 정녕, 국군이 목숨을 바치고 싶어 하는 그런 나라인가. 근래 흔들리는 안보상황 속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많다. 그 교훈은 전몰영웅의 희생을 제대로 기리지 못한 역사에서 출발한다. 북한에 생존한 한국전쟁 포로를 잊어온 긴 세월이 있다. 승리한 해전을 ‘승전’으로, 전몰한 영령을 ‘영웅’으로 평가하지 못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

"역사 망각해선 자유․평화 기약 곤란" 깨우칠 때

4.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를 모르고는 현재의 처지도, 앞으로 나아갈 길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는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자라나는 후손에게 역사를 올바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여건은 어렵다. 특히, 우리는 6·25전쟁의 역사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중앙’의 6·25전쟁 국민의식조사 결과가 증언하는 바다..

-6·25 하면 떠오르는 것…60대 "굶주림" 20대 세대가 내려갈수록 6·25 전쟁에 떠올리는 단어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60대 이상 전쟁세대가 6·25 참상을 상징하는 단어를 뚜렷하게 떠올리는 반면, 20대 이하 전후 세대는 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단어 정도를 연상하는데 그친다. 6·25 전쟁을 둘러싼 ‘기억의 단절’ 현상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6·25 전쟁 일어난 해는 1950년" 10대 7명중 1명만 맞췄다. "6·25 전쟁은 북한 책임" 20대는 44%, 60~70대는 72%. 전쟁에의 기억이 날로 옅어지고 있다. 북한이 다시 전쟁 일으킬까? 6070과 20대 걱정이 가장 컸다. 6·25 전쟁을 겪거나 전후 바로 태어난 세대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도 싸우겠다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

-6.25 전쟁 당시 국군 참전용사의 국가수호 기여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89.7%가 인정했다. 참전용사에 대한 현재 국가의 예우에 대해선 ‘이뤄지고 있다’(33.4%)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30.3%)보다 약간 높다. 특히 20대(이뤄지고 있다 18.5%)에서 부정적 의견이 높다. 참전용사를 예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6.25 전쟁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의 미국의회 퇴역연설이 생각난다. 그는 미국민을 상대로, 6.25 전쟁을 수행한 한국인의 용기와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 한국만이 지금까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공산주의에 대항해 싸워온 유일한 나라라고, 한국국민들이  보여준 그 대단한 용기와 불굴의 의지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이다.

6.25 전쟁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는 미국 양원합동회의 퇴역연설에서, 전쟁을 치러낸 한국인의 용기와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사진; 인천상륙작전 지휘장면, 차용범 자료).
6.25 전쟁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는 미국 양원합동회의 퇴역연설에서, 전쟁을 치러낸 한국인의 용기와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사진; 인천상륙작전 지휘장면, 차용범 자료).

‘우리 마음에 그들 이름 새기기’... 부산일보 1면 ‘최선의 시도’

5. 유엔기념공원, 세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유엔 관리 묘지다. 더러 알 터이다, 유엔기념공원 추모명비의 추모글귀를.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유엔군 전몰용사를 추모하는 참 좋은 헌사다.

유엔기념공원의 추모벽.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의 이름을 새겨두고 있다(사진; 부산시 제공).
유엔기념공원의 추모벽.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의 이름을 새겨두고 있다(사진: 부산시 제공).

“4만 896명.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숫자다. 이들은 이국땅에서 낯선 사람을 위해 싸웠고, 결국 살아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는 11개국 2309명이 영면해 있다. ...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당시 참상을 되새기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이름과 전사 당시 나이를 싣는다.” 올 6월 25일자 ‘부산일보’ 1면 전면의 ‘짧은 기사’ 문장이다.

나는 이 지면을 보며 감복했다. 6·25전쟁의 기억에서 부산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부산은 전쟁 3년 동안 임시수도였고,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를 안고 있는 곳이니. 다른 지역 신문들이 뜨겁게, 혹은 차갑게 다루더라도, 부산에선 오직 뜨거운 관심이었어야 했으리. 그 곳 추모명비의 글귀에서 ‘우리’가 다짐한 바도 있지 않나. 그 보도, ‘우리’의 다짐을 한껏 충족시킨 최선의 시도였다.

‘부산일보’ 김진 편집국장의 기획의도도 그랬다. 전쟁 70주년의 의미와 함께,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 차원에서, 부산에만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착안했다. 공원 안팎의 ‘스토리’를 그대로 다루는 건 관성적일 터, 영면 중인 전몰영웅의 명단을 우리 마음에 새겨 보자. 작은 논란은 있었으나, ‘시도할 만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차피, ‘이미지’로 다루는 것이니, 기사는 짧게, 사진은 얇게, 글씨는 압축하여..., 참 가슴 뿌듯하다....

우리 신문 역사엔, 2000년 1월 1일자 1면을 백지로 낸 사례(한국일보)가 있다. 2000년 6월 13일 김대중-김정은 평양상봉 때 1면 전체를 상봉사진으로 꾸민 사례(중앙일보)가 있다. 이번 부산일보 1면, 내용의 감성에서, 편집의 파격에서, 그런 사례에 결코 못잖은 역작(力作)으로, 나는 감히 평가한다.

호국영웅 끝까지 예우... 대한민국 강하게 만든다

6·25전쟁 70주년, 우리는 더 깨우쳐야 한다. 화두는 분명하다, ‘군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나’이다. 국가의 이념·정체가 확실하고 지킬 가치가 있을 때 군인은 목숨 걸고 나라에 충성할 터이다. 우리, 군인이 목숨 걸고 충성할 만큼 국가의 정체성이 늘 뚜렷했던 건 아니다. 우리 군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땅에서, 바다에서, 눈에 불을 켜고 나라를 지켜왔다. 이런 국군 모두에게, 온 국민이 존경과 사랑,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역사에서 성찰해야 한다. 끊임없는 전쟁, 끈질긴 이념갈등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역시,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생각난다. 기념비의 경구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그저 얻는 것이 아니다)"가 주는 의미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평화는 호국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다. 오늘 우리의 안보환경에서, 우리 언론도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며 제 몫을 한다면 참 좋을텐데-.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이 곳을 참배했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이 곳을 참배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우리의 믿음도 분명해야 한다, 군인 한 명의 목숨을 보석처럼 여기는 나라, 군인의 희생을 국민 모두의 일로 여기는 나라, 희생 영웅의 가족까지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는 나라, 그 나라의 병사들은 용맹스러워지고 국방은 튼튼해진다는 것을. 페리클레스의 표현처럼, “대한민국은 호국영웅을 끝까지 예우하는 곳이며, 그것이 대한민국을 강하게 만든다”는 평범한 이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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