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조국’의 비재(非才)와 불민(不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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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조국’의 비재(非才)와 불민(不敏)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07.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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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폭풍 페북’, 형식·내용에서 부적절·논쟁적
‘판결 부정=친일파’ 규정, 어긋난 법 인식도 논란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그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민정수석 재임 때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며 민정업무와 동떨어진 SNS활동으로 부정적 평가가 만만찮은 사람이다. 그는 때때로 정치적 논쟁의 화약고였다.

그는 퇴임하며 이 부분을 자평했다. 업무수행에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고, 오롯이 비재(非才)와 불민(不敏) 탓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동안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고. 그의 논쟁적 메시지 발신법을 짐작할 수 있는 인식이요 표현이다.

그의 SNS활동은 알려진 대로, 논쟁적이다.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면 ‘배드캅’ 역할을 떠맡은 것이다.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한 ‘폭풍 페북’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보도를 보면, 그는 11일간 44건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 여파는 예사롭지 않다.

그의 페북활동은 우선 형식에서 부적절하다. 그가 맡았던 ‘민정수석비서관’이란 직분 때문이다. 민정(民情)수석, 국민의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비서관이다. 그 직책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뜻을 파악하여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데 있을 터이다.

김조원 신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조국 전 민정수석(왼쪽)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조국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왼쪽)과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민심 살펴 직언할 직분에서 자기 생각 강요, 그의 불민

그의 말은 국민의 귀가 아닌, 대통령의 귀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 자리는 결코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는 직분이 아닌 것이다. 오죽하면 DJ(김대중 대통령)는 민정수석의 월권을 경계하여 민정수석을 없앴겠나. 청와대 수석들은 장관 앞에서 발언도 못하게 했겠나. 그 ‘입이 없는 비서’ 민정수석이 자기 생각을 민심에 강요하고, 페북정치로 국정의 중심을 자임한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기보다는, 전체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다.

그의 ‘폭풍페북’ 내용 역시 논쟁적이다. 그는 작정하고 ‘친일·반일 프레임’을 내세웠다. 정부의 유능·무능 논란까지 메국·이적으로 공격했다. 환호와 비난이 엇갈렸다. 여당에서도 두둔과 비판이 혼재했다. 정치학자 김근식(경남대)은 말한다, "그의 주장은 웬만한 독재정권이나 전시체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검열이자 정치적 폭력행위"라고. 그의 자평대로 ‘불민’(어리석고 둔하여 재능이 모자람)한 부분이다.

그의 주장에서 우려할 바는 따로 있다. ‘강제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사람은 친일파’라는 주장이다. 그는 법학자다. 그는 정녕 법해석학의 영역과 판례분석의 가치를 몰랐을까. 정녕, 어느 상황이건 법과 법원은 완전하다고 믿는 걸까. 그는 판결에 대한 ‘연구·비판’을 ‘비방·매도’로 폄하한다. 그러나 잘라 말해서, 어느 판결이든 항시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법은, 나아가 법관은 완전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국민의 동의를 통한 법의 지배를 꾀해야 하는 것이다. 법관의 전문적 직업의식과 민주사회의 자율성은 판결의 정당화 내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법과 사회와의 소통을 이끄는 일차적 연결고리는 판례에 대한 논의이다. 그가 특정판결의 절대성을 주장하며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낸 것은 위험한 법의식의 단면이다.

소통 필요한 판례 논의를 ‘비방·매도’ 폄하... 그의 비재

그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온 ‘법과 사회와의 소통’ 기능을 무시한다. 언론보도 때의 명예훼손 문제를 언론자유 확장 차원에서 해결해 온 대법원의 판례변경(overrule) 과정, 간통과 낙태죄의 헌법불일치 결정에 이르는 사회적 논의, 음란죄의 사회적 변용 과정을 견인해 온 판례연구의 기능을 외면한다. 그는 법환경에 무지한 것인가, 학자적 양심을 잃은 것인가. 그가 자평하고 동료교수들도 비판하듯, 법학자로 ‘비재’(변변치 못한 재능)한 부분이다.

문제는 진행형이다. 그가 걸어온 논쟁적 기질과 그가 걸어갈 길에의 우려이다. 무엇보다 한·일 갈등에 민족주의적 적개심을 동원하고, ‘법원=절대선(善)’을 주장한 그 독선적 정의관념이 두렵다. ‘정의를 밀어 붙이는 사람’-일본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의 신간이다. 그는 정의를 밀어붙이는 행동의 심리와 그 특징에 주목한다.

사람은 입장이 다를 땐 매사를 다른 구도로 본다, 자신의 관점에 집착할수록 공감력은 부족해진다, 자기주장을 밀어붙이는 사람은 상대를 외면하고, 그러면서 헐뜯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 조국의 후배 정승윤(부산대)의 고언도 있다. “자신만 국가를 걱정하고 정의롭고 똑똑하다고 확신하는 선민의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쟁적 폭주·갈 길에의 우려 점증... ‘이성의 힘’ 찾아갈 때

그는 법무장관으로 가는가? 당연히 우려가 뒤따른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할 국난적 상황에 앞장서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의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눈 감은 오만한 자세, 법의 사회적 기능을 오도하는 위험한 법인식.... 그의 앞길에 따른 논란은 만만하지 않을 터이다.

‘역사의 언덕 속 이성의 두더지’-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90회 생일 기념강연을 논평한 독일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Die Zeit)의 기사제목이다. 하버마스, 세계적 명성의 ‘비판적 이성‘이다. 오늘도 세계 현안에 꾸준히 천착하는 ‘평생 현역’이다. 기사 제목, ‘인간역사의 진보를 추동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 또는 역사의 이성‘이라는 뜻이다.

문학평론가 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은 그 강연을 들어 오늘의 우리를 생각한다. 하버마스가 말하듯, 우리 현실이 이성의 힘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일관계의 와해 조짐에 주목하며, 민족주의적 적개심이 애국심의 절정이라고 선동하는 경향을 우려한다.

그는 강조한다, 우리는 초국가적 이성을 회복하고 이성적 담론의 공간을 구성해 가야 하리라고, 그래서 화평한 삶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기약해야 하리라고-. '공적 인물' 조국이 꼭 깨우쳤으면 좋을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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