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단 한 곳만 들른다면? 한국전쟁 참전 우방국 용사들 잠든 UN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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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단 한 곳만 들른다면? 한국전쟁 참전 우방국 용사들 잠든 UN공원!
  • 취재기자 김연수
  • 승인 2020.11.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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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참배객들, “UN묘지가 이렇게 의미 깊은 곳인 줄 처음 알았다”
추모관, 주묘역, 무명용사의 길...외국 참전용사의 희생에 절로 숙연
매년 11월 11일 11시, 전 세계 부산 향해 묵념...‘턴투어드 부산’ 개최

부산시 남구에 있는 UN공원은 1951년 1월 18일 한국전쟁 중 유엔군 전사자 매장을 위하여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했다. 같은 해 4월 5일 묘지가 완공됨에 따라, 유엔군사령부는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 6개의 임시묘지에 유엔군 전사자들을 급하게 매장했다가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해왔다. 1955년 11월 17일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UN묘지 토지를 영구히 UN에 기증하고, 성지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UN이란 이름이 붙은 묘지는 이렇게 해서 부산 남구에 자리잡게 됐다. 처음 조성될 때는 명칭이 유엔기념묘지(UNMCK: United Nations Memorial Cemetery in Korea)였다가, 2001년 3월 30일에 ‘유엔기념공원’으로 변경됐다.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에 UN공원이 있다. UN공원은 인근의 UN조각공원, 평화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등을 묶어서 부산시 남구는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했다(사진: 네이버 지도).
초록색 표시 부분이 UN공원이다. UN공원은 인근의 UN조각공원, 평화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등을 묶어서 부산시 남구는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했다(사진: 네이버 지도).

UN공원은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93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산 지하철 1호선 대연역 1번 출구에서 약 9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근처에 평화공원도 있고, 부산박물관도 있다. 이 일대의 부산박물관, UN조각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문화회관 등을 묶어서 남구는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과 함께 산책 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러 오기 딱 좋은 곳이다.

UN공원 정문. 유명 건축가의 작품답게 정문 모양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공원 정문. 유명 건축가인 김중업의 작품으로 정문 모양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유엔기념공원 입구를 자키고 있는 정문은 한국전쟁에서 고귀한 목숨을 바친 유엔군 장병들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김중업(1922~1988) 건축가의 작품이다. 1966년에 정문이 설계됐고, 부산시에서 완공했다. 정문은 한국의 전통적 조형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UN공원은 잘 가꾸어진 공원이다. 그러나 이곳은 유엔 전몰장병이 잠들어 있는 엄숙한 곳이기도 하다. 묘지 입구에는 조용히 참배해달라는 안내문이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공원은 잘 가꾸어진 공원이다. 그러나 이곳은 유엔 전몰장병이 잠들어 있는 엄숙한 곳이기도 하다. 묘지 입구에는 조용히 참배해달라는 안내문이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공원 내부는 유엔군전몰장병묘지가 있어서 조용히 참배해야 한다. 뛰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탄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 공원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전사자에게 참배를 드리기 위해서도 온다. 한국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에게 묵념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더욱 묘지 방문의 의미가 클 것이다. 대전시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25)은 “여행을 왔다가 산책하려고 공원을 찾았는데 마침 여기가 UN공원이 있었다”며, “그래서 한번 들러 봤는데,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몰랐다. 이런 곳에서 매일 산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UN기념공원의 안내도. 추모길 코스를 안내해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기념공원의 안내도. 추모길 코스를 안내해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입구에서 들어가다 보면 나오는 UN공원 안내도가 나온다. 처음 오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추모길 코스를 3개 정도 안내해주고 있으며, UN기념공원에 대한 역사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건축가 김중업 씨의 설계로 지어진 추모관. UN묘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곳에 들러 UN묘지를 설명해주는 간략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게 좋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건축가 김중업 씨의 설계로 지어진 추모관. UN묘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곳에 들러 UN묘지를 설명해주는 간략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게 좋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추모관은 건축가 김중업 씨의 설계로 1964년에 건립됐다.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추상성, 영원성을 강조하는 기하학적인 삼각 형태가 특징이다. 유리창을 대신한 스테인드글라스에는 평화의 사도, 승화, 전쟁의 참상, 사랑과 평화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또한, 추모관은 참전 16개국의 의미를 담아 내부를 디자인했고, 외형은 다국적, 다종교관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한국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상징물로 의미가 크다. 이곳에서는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로 15분 정도의 UN묘지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연속 상영해준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이곳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짓기도 한다.

그 다음 발길을 옮길 곳은 UN묘지로 들어 가는 입구 직전에 있는 기념관이다. UN공원을 관리하는 건물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 당시의 유엔군 사진자료와 전쟁 당시 쓰였던 유엔깃발 등 기념물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16개국 참전국의 한국전 당시 전투장면과 참전 군인들의 사진이 나라별 알파벳 순서대로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이곳을 다녀 간 영국의 대처 수상,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수상 등 각국 요인들의 방문 당시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한국전 때 터키 군 참전 용사였다가 나중에 터키 주 한국 대사로 부임한 분의 전쟁 시 사진과 대사였을 때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기도 해서 관람객들에게 숙연함을 주기도 한다. 이곳에도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이 있어서 자칫 한국전쟁의 의미를 잊기 쉬운 젊은 세대들에게 진지하게 한국전쟁과 UN참전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았다.

입구에서 주묘역 쪽으로 가다 보면 이런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에는 묘역 배치도와 유엔군 참전국 현황과 국가별 안장 현황 등이 나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입구에서 주묘역 쪽으로 가다 보면 이런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에는 묘역 배치도와 유엔군 참전국 현황과 국가별 안장 현황 등이 나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추모관과 기념관을 보면 이제는 UN묘지로 들어갈 준비가 모두 끝이 난다. 주묘역 입구 바로 앞에는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에는 묘역 배치도와 한국전쟁에 유엔 22개국이 전투병력과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현황이 적혀있다. 참전 유엔군 병력 중 약 4만 1000여 명이 희생됐고, 현재 이곳에는 11개국 2,310명이 영면하고 있다.

UN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유엔군의 장병들이 안치한 곳으로 세계에서 UN이 관리하는 하나뿐인 UN묘지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유엔군의 장병들이 안치한 곳으로 세계에서 UN이 관리하는 하나뿐인 UN묘지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1954년에 약 1만 1000여 명의 전사자가 유엔군 묘지에 묻혀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자기 나라로 시신을 모셔갔다고 한다. 전사자 수는 유엔군 병력 4만 1000여 명 중, 미군이 3만 6000여 명이라고 한다. 미국 전사자 대부분은 자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70%~80% 정도가 주묘역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주묘역에는 저마다 애틋한 사연들이 많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가 살아서 귀국하고, 후에 UN공원을 방문했는데, 공원이 너무 잘 조성되어 있는 것에 감동해서 나중에 자신이 죽으면 여기에 묻히길 희망해서 정말 사후에 묻힌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남편이 전사해서 이곳에 뭍혀 있는 곳에 부인이 최근 죽어서 남편과 같이 합장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연들을 들으면 전쟁의 처절한 비극와 인간의 숭고한 사랑을 동시에 느끼는 감상에 젖는다.

캐나다 기념 동상은 한국전 당시 캐나다 실종자 21인을 상징한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캐나다 기념 동상은 한국전 당시 캐나다 실종자 21인을 상징한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주묘역에는 각 국가별로 특색에 맞게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캐나다 전몰용사 기념비는 캐나다 한국참전기념사업회가 2001년 11월 11일에 봉헌했다. 기념 동상의 군인은 모자도 없고 무기나 부대표시도 없다. 이것은 캐나다인들에게 나타나는 개성과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그 옆에 있는 어린 소년, 소녀가 들고 있는 양국의 국화 꽃다발 2개, 즉 21개의 단풍 나뭇잎과 무궁화는 참전 캐나다 실종자 21명을 상징하고 있다. 이 동상은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 씨가 디자인하고 한국인 유영문 씨가 조각했다.

한국전쟁에 전투병력과 의료인력을 투입한 여러 국가들의 국기가 묘지 중앙에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한국전쟁에 전투병력과 의료인력을 투입한 여러 국가들의 국기가 묘지 중앙에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주묘역에서 유엔군 위령탑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국기가 걸려 있다. 매년 11월 11일은 ‘UN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이날은 우리나라에서 UN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의식이 열린다. 캐나다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빈센트 커트니 씨가 2007년 추모식을 제안한 이후,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부산 UN기념공원에서 추모식 ‘턴투어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이 날이 우리 정부가 공식 지정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란 법정기념일로 격상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UN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엔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이 일일이 새겨져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정말 이들은 멀리 남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숭고한 이름을 여기 추모명비에 선명히 남겼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엔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이 일일이 새겨져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정말 이들은 멀리 남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숭고한 이름을 여기 추모명비에 선명히 남겼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국기가 걸려 있는 곳 옆에는 UN군전몰장병 추모명비가 있는데, 추모명비는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2006년 10월 24일에 건립됐다. 이곳의 구조물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둥에는 불꽃이 있는데, 이는 영원한 세계평화와 전몰장병들의 영혼에 대한 추모를, 둥근 조형물에는 전쟁을 의미하는 철모를, 그리고 22개의 분수는 22개 참전국을 의미한다. 추모명비에는 전사한 장병들과 국가가 빠짐없이 적혀있다. 숫자로만 들었을 땐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적혀 있는 장소를 보게 되니,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준 장병들에게 감사하고 잊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UN군 위령탑엔 평화의 상징 비둘기와 월계수 사이로 참전 국가들의 이름, 국가별 전투지원 내역과 전사자 숫자가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군 위령탑엔 평화의 상징 비둘기와 월계수 사이로 참전 국가들의 이름, 국가별 전투지원 내역과 전사자 숫자가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유엔군 위령탑은 1978년 한국정부가 건립 후, 2007년에 재정비했다. 위령탑 정면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조각되어 있으며, 故 박정희 대통령의 ‘유엔군위령탑’이라는 친필이 새겨져 있다. 벽면에는 참전한 국가별로 전투지원 내역과 전사자 숫자가 적혀있다.

묘지 뒤편에는 모양도 엄숙한 무명용사의 길이 있다. 여기에는 중앙의 길과 양편의 수로로 조성되어 있으며, 누구나 UN묘지의 상징성과 여기에 묻힌 외국 전몰장병들의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묘지 뒤편에는 모양도 엄숙한 무명용사의 길이 있다. 여기에는 중앙의 길과 양편의 수로로 조성되어 있으며, 누구나 UN묘지의 상징성과 여기에 묻힌 외국 전몰장병들의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위령탑을 내려가다 보면 무명용사의 길이 있다. 이 길은 분수가 11개, 물 계단이 11개, 소나무가 11그루가 있는데, 이 뜻은 현재 여기에 11개국의 참몰장병들이 안장이 되어 있다는 의미다.

UN묘지의  주묘역 뒤편에도 꽤 넓은 공간이 있고 그곳에는 산책로가 있어서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묘지의 주묘역 뒤편에도 꽤 넓은 공간이 있고 그곳에는 산책로가 있어서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UN공원에는 우거진 나무가 서 있는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는 나무가 잘 정렬된 느낌이라 보기가 좋다. 산책로에는 연못도 있는데 오리는 물론 주변에는 고양이들도 살고 있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닌 동물들도 있기 때문에 행동을 조용히 해야 한다. 산책하러 나온 인근 주민(27, 부산시 남구)은 “산책 나올 때마다 항상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용사들에게 묵례를 하고 간다”고 전했다.

UN공원은 연중무휴 365일 개방한다. 10월부터 4월까지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5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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