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신념, 책임윤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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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념, 책임윤리의 역습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07.0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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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윤리 바탕 탈원전·한일관계·경제혼선 소신행보
국익·여론 따른 실용 바탕, '지혜로운 전환'도 필요

'Truth Decay'(진실의 쇠퇴),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의 연구보고서다. 확증편향 때문에 진실이 설 자리를 잃고 정책결정과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보고서는 진실 쇠퇴의 원인·결과를 연구하고, 그 해악을 4가지로 요약한다. 시민담론의 침식(건전한 토론 불가능), 정치적 마비(타협 부재에 따른 정책결정 부실), 시민단체·개인의 소외·이탈, 국가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다. 민주주의의 지속 여부를 우려할, 정말 두려운 현상이다.

확증 편향,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외면하는 편견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오류다. 일단 하나의 결정을 내리면 다른 좋은 선택지 앞에서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는 독선이다. 한 언론인의 비유가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확증편향 따른 진실 쇠퇴, 한국도 예외일 수 없어

그 진실의 쇠퇴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건전한 토론의 상실, 정치적 타협 없는 부실한 정책결정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진실쇠퇴의 원인과 해악을 되새기며, 우리의 탈원전 정책과 최근의 한일관계를 생각한다. 두루, 그 정책결정 과정은 부실했고, 그에 대한 건전한 토론은 불가능하며, 국민의 소외는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탈핵선언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 결정을 보라.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그 근거에 ‘사실에 대한 의견 차이’ 내지 ‘사실에의 오인’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과연 옳은가? 그 정책의 방향과 속도는 과연 적절한가? 에너지 정책의 현상과 전망을 공부하는 전문강좌도 활발하다. 대략, ‘과격한 탈원전은 국가적 재앙’이라는 시각에서, 합리적 정책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정책결정에의 토론과 참여를 원하는 의지 역시 뜨겁다. 지난 2년 여, 탈법·불법+통계 왜곡+전문성 부족만 드러냈다는 혹평에, ‘탈원전은 공론화로 확정된 정책’ 같은 정부 발표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기만으로 본다.

그들은 주장한다. 한국 원전은, 어느 영화처럼 폭발을 걱정할 시설이 아니라는 것, 안전성-경제성-환경성-고용성-에너지 안보성을 종합평가할 때 가장 우수한 전원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현재 7.6%에서 2040년까지 30-35%까지 늘리겠다고 하나, 실상 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을 20% 이상 높일 수는 어렵다는 것, 원전 감축 대신 LNG로 대체하겠다고 하나, LNG는 기존 가스발전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 국민 뜻 물어가며 방향·속도 결정해야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 국민의 뜻을 물어가며 그 방향·속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사진='청정의 나라' 핀란드가 원자력을 선택한 이유르 설명하는 이미지, 사단법인 아침 제공).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 국민의 뜻을 물어가며 그 방향·속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사진='청정의 나라' 핀란드의 친원전 이미지, 사단법인 아침 제공).

그들은 말한다, 에너지 정책에 관한 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분명 국민의 뜻을 물어가며 그 방향과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반대 여론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원전 유지·확대 의견 72.8%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 청원 50만명을 훌쩍 넘겼다. 자필서명 26만여명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고 한 문장으로 답변하고, 정부는 침묵 중이다. 국민에의 예의도 아닐 뿐 더러, 진실의 쇠퇴 과정과 해악 그대로다.

대통령은 얼마 전 핀란드를 순방했다. 우리가 주목한 그 ‘스타트업’의 나라요, 한편 ‘친원전’의 나라다. 국가경쟁력 순위,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행복지수..., 여러 면에서 위상이 뚜렷한 그 ‘청정의 나라’가 원전 발전비중 35%를 60%로 확대하고 있다. 그들이 원전을 선택한 이유는 7가지다. 원전은 깨끗하다, 안전하다, 기저 에너지원으로 신뢰할 수 있다,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들의 세계 속 입지는 실용 속의 혁신에 바탕한 바다. 우리는 이 나라의 실용적 ‘친원전’ 흐름을 보지 못했나.

이제, ‘세계최고’의 한국원전 생태계는 붕괴 중이다. 당장의 인력·기술은 해외유출, 미래의 인력은 ‘세계최고’를 외면 중이다. 이 위기를 해외수출로 뚫는다? 그건 상대 국가에 대한 기만·모욕이다.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은 급증추세지만, 우리는 ‘나쁘다’고 피하면서 남에게 ‘좋다'고 권할 수 있나. 사우디 아라비아가 한국형 원전을 콕 찍어 건설하려 하지만, 그마저 불발로 끝날 전망이다. 우리가 저지른 일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나. 원전 이용률 하락에, 비싼 LNG 전기를 쓴 만큼, 한국전력, 한수원 같은 전력공기업은 사상최대의 적자 앞에 울고 있다. 국민들은 전기료 인상의 역습까지 걱정하고 있다.

신념윤리·책임윤리 겸비한 실용정치, 정치가의 덕(德)일 터

최근, G20 에너지장관회의는 ‘원전의 지속적 활용=에너지 안보·탄소배출 감축 도움’이라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정부도 동참했다. 국제기구들은 원전 확대를 강조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한전 주주들은 대통령·총리 등을 강요·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탈원전’을 위해 한전을 적자로 밀어넣었다‘는 것이다. 올 여름은 역대 최장일 전망이다. 폭염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일상화한 폭염·미세먼지 공포, 우리의 대책은 뭔가?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훨씬 고집이 세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말이니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가, 소득주도성장·탈원전 같은 대표정책에는 흔들림이 없다. ‘마이웨이’ 인사나 야당과의 관계에선 단호하다. 대통령의 고집은 그런 소신 행보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평가다. 그는 여러 경제인식에서, 스스로 ‘성공’을 말하곤 한다. 대통령 역시 확증편향에 빠져 있거나, 참모들의 왜곡보고 속에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은 이념을 중시하며 자기 고집이 강한 인상이다. 그가 취임사에서 말한 초심, 그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한다면, 그도 때론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했듯, 좋은 선택 앞에서 그 고집을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적 논란에는 건전한 토론을 권장하며, 국민들의 참여 속에 정책의 확실성을 높여가야 한다.  앞서 말한 한일관계 부분, 우려했던 바 '한일 전쟁'으로 불붙고 있고 그 전쟁의 폭발력은 실로 엄청난 만큼, 원인-책임 논란을 애써 피한다. 이미 칼럼 '일본은 우방인가?'(5월 7일)를 쓰며, '순정외교' 대신 '실용외교', 곧 정부의 '단호한 외길' 대신 '지혜로운 결단'을 권한 바도 있어서다. 

결국, 여러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누가 옳고 무엇을 믿느냐를 둘러싼 이념논쟁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직업으로서의 정치') '신념윤리’의 결과다. 한편, 베버는 말한다, 정치가는 선·악을 둘러싼 ‘신념윤리’와 함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책임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대통령이 그 책임윤리 차원에서, 국익과 국민안녕 우선의 ‘진실 찾기’에 나선다면, 그건 그의 작은 ‘흠’이 아닌 크나큰 ‘덕’으로 남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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