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져가는 ‘종이신문’··· 그럼에도 우리는 종이신문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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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져가는 ‘종이신문’··· 그럼에도 우리는 종이신문을 읽어야 한다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0.2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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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나오자 출연진 박장대소··· 종이신문이 ‘개그코드’가 돼선 안돼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만연··· 출퇴근 길 대중교통 풍경 변화에 실감

최근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봤다. 배우 김광규의 일상을 보여주는 편이었다. 그가 현관문 앞에서 밀린 택배와 신문을 집으로 들고 오자, ‘종이신문 등판!’이라는 자막과 함께 출연진들이 박장대소한다. 나는 종이신문을 마치 독거노인의 상징인마냥 개그코드로 포장한 방송이 보기 불편해 채널을 돌렸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국내 언론수용자를 조사한 결과, 신문 구독률은 6.4%로 나타났다(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국내 언론수용자를 조사한 결과, 신문 구독률은 6.4%로 나타났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출연진들은 스튜디오에서 모두 화들짝 놀라며 “설마 종이신문을 보겠어?”, “종이신문 보고 그러냐”고 말한다. 김광규는 휴대폰으로 신문을 보니까 자꾸 미간을 찌푸리게 되고, 눈이 아파서 종이신문을 구독한다고 했다.

나에게도 종이신문은 신기한 물건이다. 부산 서면역에서 종이신문을 판매하는 매점을 보며 호기심에 가게 앞을 기웃거린 적도 있다.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종이신문보다 인터넷 신문이 더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우리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선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지하철 풍경은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폰을 보는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이 만연하다. 그만큼 종이신문을 본다는 건 일상생활에서 드문 일이 됐다. 다만 종이신문을 보는 게 놀림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 나는 돈과 시간을 들여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출연진들의 발언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됐다.

어릴 적 나에게 종이 신문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같은 이미지였다. 집에서 요리할 때, 또는 손·발톱을 정리할 때 펼치던 종이신문은 늘 몇 년 전 발행된 것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 종이신문을 떠올리면 ‘부지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종이신문처럼 오늘의 뉴스를 담기 위해 성실히 32면을 채워 독자들에게 아침마다 배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기사는 내가 직접 ‘클릭’해야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조회수에 혈안이 된 인터넷 신문사는 더욱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지만 내용은 빈약한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종이신문의 가장 좋은 점은 개인의 진영논리에 빠진 채 기사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댓글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면부터 32면까지 읽다 보면 결국 오늘날 가장 중점적인 이슈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팩트를 볼 수 있는 훈련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은 진영 논리가 분명하다. 각 신문사의 사설만 보더라도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나뉜다. 나는 이를 개인마다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다르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일관된 시각이 아닌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지 않을까?

문명비평가 마셜 맥루한은 책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영상 미디어의 대중화로 인쇄매체 중심의 ‘구텐베르크 은하계’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말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종이신문이라는 인쇄매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전자책이 발전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종이책으로 지식을 습득한다.

지금도 다양한 이유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방송에서 놀리듯 시대착오적인 사람이 아니다. 뉴스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현명한 소비자다. 정보를 포함해 바스락거리는 질감 등 종이신문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나는 이 점을 알고 신문을 스스로 선택해서 보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신문사는 폐간되지 않고 굳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이신문 덕분에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고, 글을 읽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보다 깊이 있는 뉴스를 읽기 위해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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