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조국 사태’의 끝은 어디인가
상태바
그들만의 리그, ‘조국 사태’의 끝은 어디인가
  • 편집주간 송문석
  • 승인 2019.09.09 14:5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문석 편집주간

문재인 대통령이 예상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지만 ‘조국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치는 극한적 대결로 치달을 게 뻔하고 여의도 정치에 민감한 경제계는 눈치를 보면서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국 사태’는 최근 몇 주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 한미동맹의 균열조짐과 북한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까지도 집어삼켜버렸다. 나라 안 국민들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는 곳마다 조국 전쟁이다. 입 달린 사람 열이면 열 모두 “조국이 뭔데 이 난리?”라거나 “조국이 뭘 잘못했는데?”로 논쟁을 벌인다. 이러다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도 들린다.

조국은 ‘강남 좌파’의 상징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스타였다. 뛰어난 두뇌에 잘 생긴 얼굴, 훤칠한 키, 조리있고 딱 부러지는 말과 글, 게다가 부잣집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출신성분까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 ‘셀럽’이었다. 청년들에게 그는 우상이고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학인’의 자리를 뛰쳐나와 ‘앙가주망’을 통해 권력의 정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뒷모습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년 남짓 되는 기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장관급 인사가 16명이나 된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작업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얘기다. 오롯이 민정수석이던 그의 업무였다. 이 때문에 그가 민정수석으로 있던 동안 무능론과 교체론이 재직기간 내내 제기됐다.

민정수석 재직시 인사검증 부실에 이어 자기 검증도 엄격하지 못해

청와대 비서실 ‘춘풍추상’ 액자 무색하게 서릿발 같은 엄정함 없어

혹시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 때문일까. 청와대 비서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선물한 이 글귀가 걸려있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조국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했던 것일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남에게도 봄바람이요, 자신에게도 봄바람이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쏟아져 나온 의혹들을 보면 그동안 했던 말들만 추상같았을 뿐 그가 살아온 행적은 버들가지 흐느적거리는 춘풍이었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장관직을 맡으려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행적을 뒤늦게라도 가을서리처럼 엄정한 자세로 되돌아봐야 했다. 그래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미련없이 거절했어야 했다. 그게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고 막중한 국가업무를 맡으려는 자의 태도일 게다. 더구나 법무부장관직은 엄정한 법 집행의 책임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이마저도 봄바람처럼 흐늘거렸다. ‘춘풍추풍(春風秋風)’이었다.

자기 편 불법과 결함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칼날같은 잣대 들이대 난도질 해

그에게는 애초에 도덕적 기준이랄까 잣대랄까 그런 게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편의주의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각종 의혹에 대해 “몰랐다” “불법은 없다” “죄송하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했을 것이다. 게다가 조국 구하기에 나선 청와대와 민주당 우군들이 “뭐가 문제냐” “한방이 없다”며 쉴드를 치는 모습을 보면 이 정부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집단적 도덕불감증’에 걸린 것이나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할 말이 궁색하거나 사세가 불리해지면 “너는 누구 편이냐”며 적으로 몰아가며 눈을 부라리는 모습에선 절망과 분노를 느낀다.

불법 비위 비리 부도덕 반칙 편법을 저질렀으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야 마땅하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말한 ‘공정과 정의’일 것이다. 그런데 진영논리에 매몰돼 우리 편이라면 눈감아주고 편들어주고, 반대편은 쌍심지를 켜고 칼질을 해댄다. 그게 조국의 문제이고 수많은 ‘조국들’이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일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이제야 수십 년간 진보적 가치를 믿고 이들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다. “아! 이 사람들과 우리는 다른 사람이고, 그동안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조국은 참으로 오지랖 넓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말을 쏟아냈다. 지난 10년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이 1만5000개가 훌쩍 넘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가 마구 쏘아 날렸던 말 화살들은 죽창으로 되돌아와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그의 가슴에 꽂히고 있다.

지난 10년 쏟아낸 1만5천개 트윗 죽창돼 돌아와

언행 불일치, 도덕불감증 등 청년층의 분노 불러

조국의 딸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다닐 때 2학기에 걸쳐 장학금 800여만 원을 받았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가서는 유급당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6학기 동안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서울대에서는 휴학 중인데도 장학금을 받았단다. 장학금을 돌려주려고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부산대 의전원으로 ‘먹튀’를 했다.

그렇다면 있는 집 자식들이 장학금 받는 것에 대해 조국은 과거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2012년에 조국은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 딸이 ‘가계 곤란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 청문회에서 거론되자 “윤 후보의 대학생 딸 가계 곤란 장학금 5회 수혜, 이건 정말 아니다. 교수 월급을 받는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큰소리쳤다.

그렇다면 공개된 재산만 54억 원이고 부부 모두 교수인 조국의 딸이 등록금을 못 낼 정도로 경제상태가 좋지 않았던가. 아니면 성적이라도 좋았던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데도 장학금이 지급됐다. 조국은 장학금을 신청한 적도 없는데 줬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부산대의 제자 사랑을 칭찬해야 하나, 아니면 장학금이 넘쳐나서 그런가?

장학금을 타기 위해 지도교수 연구실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곤 힘없이 돌아서 호프집에서 새벽까지 알바하는 수많은 대학생들, 등록금 낼 때면 이 돈 저 돈 끌어모으는 이 땅의 수많은 부모님들은 조국의 변명을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9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조국(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의대 2주 인턴에 의학논문 제1저자, 신청 안했는데도 장학금 받아

장학금 신청해도 못 받아 밤새 알바 뛴 대학생들 얼마나 공감할까

조국은 2016년 “내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노력의 결과가 결판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는 건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고 했다. 2012년에는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고 적었다. 2012년엔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말이 참으로 아름답고 가상하지 않은가.

그랬던 그의 딸은 고등학생 때 단국대 의대에서 2주 인턴을 하고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KIST에서는 출입기록이 3일만 기록됐는데 3주 인턴을 한 것으로 인턴십 증명서가 발급됐다고 한다. 이런 증명서들이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금 구름 위를 나는 용은 누구이고, 개천에서 사는 붕어 개구리 가재는 누구인가.

이 나라 고등학생 누구나 신청만 하면 단국대 KIST 공주대 등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조국의 말마따나 고등학생 누구나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이면 2주 만에 의학논문 제1저자가 될 수 있을까. 여덟 살 딸을 부산에서 서울 강남으로 주소 이전시키고 여러 대학에서 인턴십을 하고 의대 논문 등재 등의 스펙을 쌓아가면서 한영외고-고려대-서울대 환경대학원-부산대 의전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게 이 나라 학생들 모두가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인가. 조국과 그의 딸이 보여주는 이런 코스야말로 그가 과거 비판했던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노력의 결과가 결판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보통 사람에게는 인생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행운이 조국 가족에게는 왜 이다지도 자주 주어졌던 걸까. 가만히 있는데도 장학금을 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대학교 인턴과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려주었단다. 마치 모두가 조국 가족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것 같다.

조국은 2013년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범죄자들의 변명기법‘이라는 글을 리트윗해 올렸다.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 한 증거가 나오면, 별거 아니라 한다 3) 별 것 없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 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4) 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 한다. 조국은 ‘범죄자들의 변명기법’을 리트윗하면서 “다들 익숙하시지요?”라는 말을 덧붙여놓았다.

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조로남불’,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뜻의 ‘조적조’, 조국은 과거의 조국과 싸운다는 ‘조과조’, 조국의 과거 말들이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가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의 ‘조스트라다무스’라는 신조어가 나돈다.

조로남불, 조적조, 조과조, 조스트라다무스 등 신조어 나돌아

조국은 세상의 빛 ‘Cho est lux mundi’계정 과거 발언 추적

20, 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국의 ‘내로남불 발언찾기’ 경쟁이 벌어지고 이런 글만 모아놓은 계정까지 생겨났다. ‘Cho est lux mundi’란 계정이다. 라틴어로 ‘조국은 세상의 빛’이란 뜻이다. 서울대 표어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를 빗댄 것이다.

‘조국 사태’는 조국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과 586으로 불리는 정치엘리트, 문재인 정부의 권력핵심이 빚어낸 총합이다. ‘조국 사태’는 어쩌면 훗날 한국정치사에서 변곡점을 이룰 대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국이 연 판도라의 상자 속 정치엘리트들의 이율배반과 언행불일치, 위선과 욕망의 민낯을 본 밀레니얼세대와 중도 진보층은 마치 지표면 아래에서 펄펄 끓고 있는 마그마처럼 요동치고 있다. 다만 땅 밑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마그마가 약한 지각을 뚫고 지상으로 분출하는 순간 용암이 대지의 지형을 순식간에 바꿔놓듯 ‘조국 사태’ 역시 정치지형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조국들’의 언행불일치와 위선적 행동

진보로 포장하고 진영논리로 똘똘 뭉쳐 기득권강화에 골몰

조국이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터져 나온 각종 의혹들에 대해 그를 옹호하는 정치엘리트들과 진보세력의 반응은 놀라웠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유시민 이사장은 김해 봉하에서 "온갖 억측과 짐작, 추측, 희망사항을 결합해 '절대 부적격', '위선자', '이중인격자', '피의자'라고 하는 것은 다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조국을 먹잇감으로 넘기겠다는 자들은 그가 누구든지 이제 적”이라 주장했고, 안도현 시인은 “조국을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승냥이들이 더 안쓰럽다”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도 비상식적이다. 조국의 언행불일치를 지적하고 청년들의 실망감 등을 대변하며 비판적 입장을 밝힌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송영길 김부겸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같은 당 동료의원들로부터 공개 비공개적인 질타를 당했다. ‘프락치’ ‘한국당에 가라’ ‘낙선시키겠다’는 문자폭탄이 수 만 건 투하됐다.

조국을 지지하면 내 편이고, 반대하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권력주도층 안에 여전히 1980년대 운동권 논리가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교수인 부모끼리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국 딸의 인턴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기회”라고 옹호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 표창장 논란의 중심에 선 동양대 최성해 총장을 “태극기 부대”라고 갈라치기 하는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20~30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들은 50대 진보기득권 꼰대일 뿐이다. 청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진영논리로 무장한 채 우리끼리만 잘살면 된다는 듯 ‘조국 지키기’가 마치 정권 보위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청년들은 진저리치며 고개를 돌린다.

조국만이 검찰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민정수석에 있을 때 수행했던 인사검증 하나만 보더라도 그다지 실력이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미쳐 날뛰는 늑대’ ‘악당’이 된 검찰의 수사에 검찰 사무의 최고책임자인 조국 법무장관이 소환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도 검찰 개혁이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충고와 충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조국을 선택했다. 조국의 무엇에 꽂혀 이토록 정권의 명운을 걸고 ‘몰빵’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참으로 답답하다. 걱정이 앞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죽창 2019-09-09 15:02:11
죽창들고 광장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