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한국 소셜미디어(SNS), 누가 검열‧탄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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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 한국 소셜미디어(SNS), 누가 검열‧탄압하는가?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01.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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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토론 끝에 당당하게 표출한다”-영국 사상가 존 밀턴의 저작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 1644)의 핵심 개념이다. 밀턴은 출판이 엄격한 검열을 받던 권위주의 시대에, 국민의 현명함을 확신하는 ‘사상의 자유시장’(the open market place of ideas) 사상을 주창했다. 이 책, ‘역사상 언론자유를 위한 최고의 항변서’로 평가받고 있다. 밀턴은 묻는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열관을 뽑는단 말인가?

밀턴은 당시 카톨릭 교리 속의 ‘이혼 금지법’을 가진 사회에서, 우연히 언론 자유에 관한 입장을 정리했다. 깊은 이성적 사유 끝에 이혼의 자유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가, 출판을 금지 당하면서다. 그는 주장했다. 개인에게 양심에 따라 자유롭고 알고 말하고 주장할 자유를 부여하면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할 것이며, 그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는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밀턴 사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사상의 공개시장’과 ‘자율조정과정’, 곧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밀턴의 사상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 ‘자유주의 언론사상’으로 굳건하다. 현대 민주국가들은 헌법을 통해 ‘언론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한다. ‘언론의 자유’가 절대적 자유일 수는 없지만, 그 자유를 규제할 때는 엄격한 규제요건을 요구한다.

언론의 자유를 주창하다 독배를 마신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는 고대 아테네에서 “청년을 타락시키고 신을 모독한다”는 죄목으로 배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의연하게 독배를 선택했다. 그의 재판과 죽음은 많은 역설을 안고 있다. 인류문명에서 언론자유가 갖는 함의다. 특히 기억할 역설, 말하기 좋아하고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려 애썼던 그 도시가, 가장 위대한 사상가․철학자의 입을 막아버린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상상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숭앙할 문명사회에, 그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 통제는 오늘도 일상이다. 세계 곳곳에선 민주주의의 위기며 실패를 우려하는 경고들이 잇따른다. 당장 한국의 민주주의, 특히 언론의 자유부터 바람 앞의 등불이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권력의 집착은 근래 우리가 겪는 바대로다. ‘가짜뉴스 규제법’을 제정하고, SNS를 규제하려는 권력의 집요함을 보라.

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책동 속에서, 최근 소셜미디어의 언론자유는 위태롭다. 최근 폭발적 성장과 함께 참여-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쌍방향 소통에서 탁월한 SNS,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 콘텐츠에의 정부 제재가 유독 심한 나라다. 정부가 SNS 게시 글과 유튜브 영상의 검열-삭제를 주도하고, 외래 ‘빅테크’까지 주제넘은 검열-삭제를 남발한다.


1. 한국, 정부 차원의 온라인 게시물 삭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는 54,330개. 미국(9,482개), 일본(1,070개), 독일(1,941개), 영국(829개)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 구글은 그 중 35%는 삭제를 거부했다. ‘어떤 콘텐츠의 삭제를 원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삭제 요청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2021년 상반기에도 정부는 구글에 총 20,967개 콘텐츠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보다 삭제 요청이 많은 나라는 4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이다(조선). 유튜버 세계에선, ‘코로나19’ 관련 뉴스와 ‘문재인 대통령’ 키워드만 넣어도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노딱’(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콘텐츠)이 붙는다는 불만이 높다. ‘검열공화국’이라는 악명이 그저 나온 게 아니다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의 ‘코로나 백신, 더 이상 전염을 막지는 못한다’(함익병)의 삭제 사례를 보라. 그 영상,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미국 CDC 책임자 로셸 월렌스키의 말을 대비, “누군가는 틀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신 무용론’을 편 것도 아니고, 방역당국의 무리한 대응을 지적했을 뿐이다.

유튜브 측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이외에, 구체적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개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의료지식 영상도 버젓이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는 세태에, 구글은 왜 그 영상을 삭제했나? 함 원장은 영상 삭제에 반발했다. 논란 속에서 이 영상은 다시 복구됐다.

정부는 연간 45만 건, 하루 평균 1,250건의 인터넷 게시 글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세계). 이즘 K방역이며 백신 관련 글은 자주 삭제 당하고 있다.신간 'K-방역은 없다'(이형기 등), ‘코로나 징비록'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 대책, 방역의 정치화, 과도한 국가개입에 따른 인권‧프라이버시 침해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K-방역의 영욕을 이면을 들춘다. 가뜩이나 정보통제의 불안과 원성이 높은 시대다. 과학과 팩트의 힘을 찾으려는 노력 앞에, 누가 SNS를 검열하고 삭제하는가?


2. 인스타그램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정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는 글과 함께,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인스타그램의 삭제 이유, 폭력-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선언한 나라에서, ‘공산주의 싫어요’ 같은 표현을 못한다? 정 부회장은 항변했다, “이게 왜 폭력선동이냐”고. 주제넘는 검열 끝의 언론자유 침해행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인스트그램으로부터 납득하기 힘든 게시 글 삭제조치를 당하곤, “이것도 지워라”고 항의하며 그 검열을 조롱했다(위). 그는 앞서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해시태그를 올렸다가 게시글 삭제조치를 당했다(정용진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인스트그램으로부터 납득하기 힘든 게시 글 삭제조치를 당하곤, “이것도 지워라”고 항의하며 그 검열을 조롱했다(위). 그는 앞서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해시태그를 올렸다가 게시글 삭제조치를 당했다(정용진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의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정용진의 분노와 공중의 반발을 의식했던가? 게시물을 복구하며, 삭제 이유를 그저 ‘시스템 오류’라고만 밝힌 것이다. 그 중요한 언론자유의 영역에서, 어떻게 텍스트의 유해성을 탐지하고 어떤 기준으로 삭제를 했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이런 횡포가 어디 있나? “이제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버릴 때”라는 네티즌의 반발이 끓는 이유다.

페이스북 역시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용자를 제재하고 있다. 이용자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정이용 제한조치를 당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 없는 이용 제한은 이용자의 자기검열을 부를 우려가 크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발언은 뭔가? 오죽하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용자를 제재하는 페북은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생기면 바로 팽 당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나.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명확한 기준 없는 이용제한 조치를 남발, 이용자의 비판을 사고 있다(사진; 제한조치 경고 일부).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명확한 기준 없는 이용제한 조치를 남발, 이용자의 비판을 사고 있다(사진; 제한조치 경고 일부).

3. 미국에서도 SNS 통제가 있긴 하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양식 없는 언행에 엄하게 대응했다. 트위터는 그의 근거 없는 트윗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경고딱지를 붙였고, 페이스북은 그의 일방적 주장마다 ‘삭제’ 대신, "당선 유력인 후보는 조 바이든입니다"라는 코멘트를 붙였다. 그 SNS, 진실 추구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한껏 발휘했다.

미국 트위터 등은 지난 대통령 선거 개표 국면에서, 트럼프의 근거 없는 트윗에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경고딱지를 붙이며, 언론 자유에의 신념을 한껏 발휘했다(사진=트럼프 트위트).
미국 트위터 등은 지난 대통령 선거 개표 국면에서, 트럼프의 근거 없는 트윗에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경고딱지를 붙이며, 언론 자유에의 신념을 한껏 발휘했다(사진=트럼프 트위트).

중국의 SNS 사정은? 두루 아는 바다. 최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독립기자 장쉐(江雪)가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올린 ‘장안십일(長安十日, 장안=시안 옛 이름)’의 생생한 증언을 보라. 코로나19 확산으로 장기간 봉쇄 중인 1300만 인구 시안의 참상을 담은 글이다. 그 마지막 날 기록, 수술 시기를 놓쳐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사연이 있다. 그 글은 나흘 만에 삭제됐다. 글의 파급효과가 워낙 커 당국이 주저한 끝이다.

“나는 샤오훙수(小紅書, SNS 기반 쇼핑몰)에서 아버지를 잃은 소녀를 찾았다. 기회가 있다면 소녀를 안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겪은 고난은 마땅히 기록해야 한다고….” 그러나 장 기자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소녀의 이야기는 검열로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역 유력지의 탐사팀장-논설위원을 지내다, 당국의 신문 간섭과 집필 규제에 쫓겨 ‘독립기자’로 출발했다. 당국은 최근 그에게, “해외 언론에 적게 말하라”고 통보했다.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는 얼마 전, 전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던 폭로 글은 게시 20여 분 만에 삭제됐다. 웨이보는 곧 ‘펑솨이’, ‘장가오리’, ‘테니스’ 같은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했다. 중국 호텔에서는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SNS에 접속할 수 없다.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건전’한 콘텐츠는 대중에게 노출하고, ‘사회적 해악’은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미국형’인가, ‘중국형’인가? 만일 ‘중국형’을 선호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 규범을 외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경향, 그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언론자유를 보장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언론을 통하여 권력의 남용을 감시하는 것이다. 비록 언론이 상업적 폐해를 안고 있다고 하나, 국가권력의 남용에 따른 폐해보다 덜하다는 평가도 있지 않나.


이쯤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정부가 SNS의 게시 글과 영상을 마구 차단해도 괜찮은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앱’ 유튜브의 ‘가짜뉴스’는 누가 가려내는가? 정부가 공무원의 혐오·차별 표현 금지, 역사의 부정·왜곡 금지 등을 예시하곤, 실제 정부 비판뉴스까지 '가짜뉴스‘로 규제하려 했음은 알려진 바다. 오죽하면, 유튜브를 올리며 미리 ’곧 삭제‘를 알리는 공고까지 띄우겠나?

국내 유튜버들은 정부의 ‘삭제 요청’에 대비, 미리 ‘곧 삭제’를 예고하는 긴급공고’를 띄우고 있다.
국내 유튜버들은 구글의 ‘삭제’에 대비, 미리 ‘곧 삭제’를 예고하는 긴급공고’를 띄우고 있다.

연전 방한했던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주장이 생생하다. 탐사보도의 찬란한 역사, 그는 "가짜뉴스라는 말을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국언론 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가짜뉴스 판별방법을 묻는 질문에 잘라 대답했다,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그 표현, 언론의 신뢰를 저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미 ’오보‘ 개념이 있는 상황에서, 그 표현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경계이다.

역사적 교훈을 확실하다. 진실을 누가 찾아낼 것인가? 어떤 양보할 수 없는 궁극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그 궁극적 가치는 다른 사람의 사상의 자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인간의 본질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올바른 절차 속에서 대화․토론하며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 그 진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다.

다짐할 바는 뚜렷하다. 어떤 경우에든 민주주의의 위기징후가 있다면, 그만은 용인할 수 없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면, 우린 그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인터넷 콘텐츠를 마구 차단한다면, 그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행동하는 자유인’ 조지 오웰의 유언과 같은 경고도 그렇다. “(감시·통제의 디스토피아)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말라. 그건 당신에게 달렸다”(‘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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