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대·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의 팬데믹 상황에서 내일의 변화를 예측·대비할 시대의 중요화두다. 이미 코로나19가 낳은 혁신적 변화는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 언택트(Untact) 문화..., 그 변화는 일상적·필수적이다. 인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 벌써 ‘네이버 지식백과’가 정리한 5개 키워드가 있다. 선진국 개념의 변화(경제수준·산업발달 정도⇨재난 대응의 국가역량), 친환경의 부상(무모한 개발·환경파괴에의 경종), 언택트 문화(비대면·비접촉 방식)의 확산, 원격수업·재택근무의 증가(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새로운 문화소비방식(무관중 경기, 온라인 공연...)의 등장 등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피엔스(Corona Sapiens),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지만, 실상 코로나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를 예측하기에 앞서, 오늘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눈앞의 과제, 그 선택 앞에 얼마나 현명한가? 우리는 과연 오늘의 사회구조를 바꾸며, 삶의 방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팬데믹’=인류의 대재앙... 당장의 전망도 암울...
실상 ‘팬데믹 시대’는 얼마나 두려운가? 지구촌의 코로나19 환자는 벌써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도 65만 명이다. 말 그대로 ‘인류의 대재앙’이다. 중국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우한폐렴’ 발생을 보고한 지 200여 일 만이다. 그동안 지구촌 곳곳 214개국을 감염시켰고, 세계경제는 ‘대공황’보다 나쁠 전망이다. 코로나의 기세 역시,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당장의 전망부터 암울하다. 과거 인류를 위협했던 감염병처럼, 2차 대유행은 이전보다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변종 바이러스 속출⇨백신 무력화 우려⇨코로나19 종식 회의적”(시빅뉴스). 백신 무력화의 우려도 높다. 국내에서도 “백신·치료제 나와도 ‘종식’ 불가능”(김종헌) 같은 주장이 잇따른다. 우리는 언제까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나?
세상 급변한다, 사람의 ‘관계’부터... 인간-자연 공생 서둘러야
‘팬데믹’의 지속이든, ‘포스트 코로나’의 도래든, 세상은 급변할 것이다. KAIST 이광형 교수는 전망한다. 미래변화 7대 요소 STEPPER[사회(S), 기술(T), 환경(E), 인구(P), 정치(P), 경제(E), 자원(R)]를 활용한 분석이다. 사회분야, 사람 사이 ‘관계’가 급변한다. 만남의 ‘즐거움’이 감염의 ‘두려움’으로.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 문화가 확산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도 악화일로일 것이고(중앙).
‘전환 없이 미래 없다'-국내 석학들은 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지금 당장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코로나 사피엔스-문명의 대전환...>). 오늘 같은 생태계 파괴와 소비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언어, 과거의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란 자성이다.
특히 환경생태학자 최재천의 성찰은 묵중하다. 지구환경은 인간의 축적과 파괴를 감당할 만큼의 수용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거듭되는 환경재난 속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안일했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지구의 위기를 넘어, 생명의 위기를, 생존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경고는 준엄하다. 모두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 것인가? 무한경쟁 시대의 패러다임을 종식하고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기 위한 사회로의 전환을 당장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실천이다. 성찰만 하면 뭣하나? 우리 정부·지자체며 연구기관들은 겉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내세우며, 속으론 예전의 그 탐욕이며, 오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아니, 전환의 절실함에 대한 인식 자체가 천박한 것을-. 예산을 논하고, 도시전략을 세우며, 겉과 속은 영 다르다는 것이다.
부산, 눈앞의 ‘현상’ 외면하며 탐욕의 ‘오만’ 반복?
그런 면에서, 부산도 적잖은 걱정을 주는 도시다.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 앞엔 눈앞의 현상도 외면한다. 탐욕의 환경파괴 앞에서 예의 오만을 반복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키워드, 친환경의 부상, 언택트 문화의 확산, 저출산·고령화의 심화 앞에서, 무모한 환경파괴며 대단위 대면(접촉)이며, 인구증가에 가댄 도시전략에 매달리는 건 왜인가?
당장 부산권 인구는 급감추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부터 세계 198개국 중 198위, 꼴찌수준이다(2020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 영남권에선 머잖아 부산·울산·양산 맞먹는 인구가 사라질 것 같다(통계청). 항공·열차·버스 승객은 줄고 자가용 이용은 늘고 있다. 부산관광 역시 위생-안전-언택트 우선 여행문화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 눈앞의 현상과 필연의 전망 앞에서, 부산이 열중하는 현안들을 보라. ‘부산대개조’며, 부산권 관문공항, 월드엑스포까지, 대규모 환경파괴며 대규모 대면을 전제한 프로젝트다. 여전히 대형 생태계 파괴며 대단위 소비양식에 기댄, ‘과거형’, 그대로다. 그 대형 프로젝트, 시대적 ‘전환’ 요구 앞에서 다시 점검할 바는 없나?
우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 패스트트랙 태운다‘는 최근 보도가 있다 ’김해신공항‘ 검증결과 발표 후, 행정협의를 통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 백지화 여부와 대체입지 선정을 ‘동시에’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관문공항이 급해도 그렇지, 대체공항 입지를 그렇게 결정할 수 있나? 월드엑스포 유치가 촉박해서,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 ‘가덕도 신공항’을 패스트트랙으로 결정한다?
공항 하나 짓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지금까지 십수년을 끌었겠나? 특히, ‘가덕도’는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에서 3개 후보지 중 ‘꼴찌’ 평가를 받았던 곳 아닌가? 당시, 지적받았던 그 대단위 바다매립에 따른 문제며, 해상공항의 환경-안전-확장성 문제는, 정녕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한가?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터다.
관문공항-해상 케이블카..., ‘시대 바로 보는 눈’으로 미래 기약을
특히, 팬데믹의 원인을 ‘분별없는 환경파괴’로, 포스트 코로나의 대응으로 ‘자연-인간의 공생’을 말하는 시대임에랴. 부산사람 누구인들, 신공항의 빠른 개항을 원하지 않겠나. 그래도, 따질 건 따져가며, 정말 ‘좋은 공항’을 짓자는 거다. 그게 사회적 혼란을 막으며 부산의 미래를 기약하는 지름길이다.
최근 부산의 관광사업 구상들도 그렇다.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 설치며 동백섬 마리나 개발까지, 타당성-환경성-사회 수용성 두루, 뜨거운 논란거리다. 이런 사업, 겉으론 관광 콘텐츠 보완을 말하지만, 실상 팬데믹 상황의 사회변화를 거스르는 심각한 환경훼손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불화할 인간의 탐욕이다. 이 논란, 타당성부터 ‘인간-자연 공생’을 바탕으로 접근할 순 없나?
최근 부산지역 ‘포스트 코로나 시민 웹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들도 같은 맥락인가. “자연친화 관광으로의 전환”, “관광업계 생존 키워드=‘안전’과 ‘위생’”, 시대적 전환 요구를 제대로 읽은 선택 앞에, 속으론 계속 환경파괴며 밀집여행을 고집할 건가? 특히 해양도시 부산, ‘과거의 언어’로 연안매립·해양개발을 계속 꿈꾼다? 그 끝은 누구 짊어질 짐인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보라. 호텔을 짓기로 한 요지 땅을 사들여 공원으로 만든다? 그를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땅 보상비로 4671억 원을 책정한다? 그건 시대를 바로 보는 눈과 사람위주 도시행정의 뚝심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 지자체가 ‘공원 일몰제’에 대응, 도시공원을 지키려 발벗는 그 의지들을 보라. 부산은 케이블카 기지로 쓰려는 해운대 솔밭공원, 부산의 한 상징 동백공원, 정말 ‘공원’으로 살려갈 순 없나? 해운대 중심에 케이블카 기지와 대형 주차장을 허용할 것인가, 그나마 남은 해송 숲을 사람들의 ‘숨 쉴 공간’으로 보전할 것인가?
<팬데믹-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세계보건기구(WHO) 정책자문위원 홍윤철 교수(서울대)의 신간이다. 그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응한 인간의 생존해법으로 ‘건강한 위생도시 하이게이아’(Hygeia, 그리스신화 속 ’건강의 여신‘)를 제안한다. 저자는 역설한다, 인류가 겪어온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도시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를 추구해야 한다고-.
부산, 건강·안전 우선하는 새 지속성장 길 찾아가야
인류의 성장지상주의 논리를 경계하는 경고는 잇따른다. 팬데믹은 자연의 복수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자책골이다, 성장중독 체질의 개선 없으면 더 독한 팬데믹 온다, 팬데믹 대책은 환경보호 방향으로부터....(가디언).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과거의 언어·방식을 고집하다 죽어갈 것인가, 삶의 방식을 전환하며, 함께 살 것인가? 하기야, 지금처럼 대규모로 모이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식은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하여 환경을 훼손하고 도시를 개발할 건가?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캐나다 도시계획 전문가 찰스 몽고메리의 고찰이다. 도시란 마땅히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주인임에도, 그 ‘사람’들의 탐욕과 판단착오 때문에 스스로 주인임을 거부하고 지금의 비참한 도시민의 삶과 도시 광경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행복한 도시? 사람들과 함께 있는다는 것, 자연과 접촉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산에서 행복한가? 부산은 팬데믹 시대에 조화롭게 적응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고 있는가?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부산, 오늘의 우리를 넘어, 영속해야 할 만대의 삶의 텃밭 아닌가.
로마제국의 붕괴를 살핀 문명평론가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의 말이 생각난다. “로마의 붕괴는 과도성장의 궁극적 결과였으며 통제되지 않은 확장과 파렴치한 착취와 물질적인 포만의 본보기임을 의미한다"(루이스 멈포드, <역사 속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