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K-방역’은 실패했다; 독선과 무능의 민낯,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상태바
[차용범 칼럼] ‘K-방역’은 실패했다; 독선과 무능의 민낯,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12.13 0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방역’은 실패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사망자는 연일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낙관적 전망에 기댄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의 난국이다. 우리, ‘5차 대유행’ 공포 앞에서, 일방적인 ‘백신접종 의무화’, 병상부족 끝의 ‘재택치료’ 방식에 목을 매고 있다. 국가의 윤리․책임을 외면한 접근방식이다. 팬데믹 초기부터, 독단 끝의 오판과 혼란 끝의 무능을 거듭한 게 뼈아프다. 그 결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다.

팬데믹(pandemic)이 세계를 덮친 지 어언 2년이다. 오늘도, 세계는 ‘북반구의 겨울’과 ‘변종의 습격’에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팬데믹을 극복할 노력, 나라마다 꼭 같을 순 없다. 정치적 이념, 경제적 수준, 사회적 환경에 따라, 그 대응 방식은 다를 터다. 우리의 대응방식, 무엇보다 국민과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 및 희생을 동반한 성과가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최악의 국면에서 정부-국민이 충돌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에의 우려, ‘백신패스 의무화’에 대한 반발, ‘재택치료’를 감당해야 할 걱정…. 여러 정책은 국민의 공감과 참여를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참여가 ‘K방역’의 성공 요인이었다면, 이즘의 상황은 K방역의 실패를 대변한다 (이왕준).

정부는 한동안 ‘K방역’을 자화자찬했다. 그건 코로나 전쟁의 본질에 무지한 정치적 수사였다. 대통령은 얼마 전 ‘짧고 굵게’ 방역을 얘기했다. 그건 희망고문을 유발하는 착각이었다. 코로나 전쟁은 그야말로 전략과 체계가 필요한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국민 간 신뢰가 약한, 공포 속의 재앙이다. 우리, 이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상황을 극복할 컨트롤 타워는 과연 누구이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1. 정부는 초기부터 상황을 오판했다. 중국 ‘우한폐렴’ 발생 초기, 의료계의 전문적 조언을 외면하며 정치적 계산에 눈 돌린 실책, 백신 도입에 따른 오판은 국민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선택적 신념에 기댄 ‘정치방역’을 고집하다, 확진자 폭발세 속에서 병실·의료진·백신 없는 '3무 위기'를 겪은 기억도 생생하다.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을 강조한 지 사흘 만에, 모처럼 “면목 없다”고 사과한 그 장면도 잊지 못하리.

국가적 대재난 속의 상황 오판은 이제 국민의 불안요소다. 대통령이 상황을 낙관하면 어김없이 반대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머잖아 종식될 것”, 청와대 대변인은 덧붙여 설명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판단에서 한 말”이라고. 닷새 뒤 상황은 나빠졌다. 대통령 부부가 영화 ‘기생충’팀을 초대, 청와대 오찬을 하는 날, 확진자가 급증하고 첫 사망자도 나왔다.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이 말 뒤 확진자는 폭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곧 종식될 것“이란 발언과 함께 첫 사망자가 나온 시기에 영화 ‘기생충’팀과 오찬을 나누며 파안대소했다(사진; 오찬 장면, 더팩트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곧 종식될 것“이란 발언과 함께 첫 사망자가 나온 시기에 영화 ‘기생충’팀과 오찬을 나누며 파안대소했다(사진; 오찬 장면, 더팩트 제공).

“백신 서두를 필요 없다”, 백신수급 전략에 치명적 오판을 유발한 그 인사는 오늘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다. “화이자·모더나는 가격도 비싼 만큼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역시 그 인사의 말이다. 우린, 결국 백신의 초기 수급에 실패했다. 초기 접종,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시작했다. 팬데믹 초기, 많은 방역전문가의 ‘중국 봉쇄’ 조언 대신 관변 전문가의 주장에 귀 기울인 결과는 아는 대로다.

최근 확진자 및 사망자의 기록적 폭증세, 그 원인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효능 저하도 있다. 우리, 감염 위험군을 대상으로 이 백신부터 접종했으나, 그 효과가 급격히 약해졌다는 것 아닌가. 우리가 화이자․모더나 같은 mRNA 계통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우리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기 전에 부스터 샷을 접종하지 못한 이유는 또 뭔가? 두루, 상황을 오판한 탓이다.


2. 우리는 그 팬데믹 전쟁 속에서 깨우칠 줄도 모른다. 책임자-실무자 가릴 것 없이, 상황을 오판하며 현실을 개선할 노력도 외면했다. 백신을 어떤 간격으로 접종해야 하는지, 백신별 효능과 부작용은 어떠한지, 한국사람 상황에 맞출 자료도 없다. 그저 서구의 연구사례를 곁눈질하며, 접종 간격을 정하고, 백신 부작용을 외면했다. 대통령은 백신 부작용의 국가 책임을 말했으나, 그 역시 그때의 말일 뿐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 대화’에서 말했다, “확진자 10,000명을 생각하며 대비했다”고. 5,000명 확진 때부터 이미 비상 상황에, 치명률은 치솟고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병상은 확충하지 않다, 이제 재택치료를 내세우는 건 뭔가? “K방역은 국제 표준”임을 자찬하며, 세계 최고수준 접종 완료율을 자랑한 게 엊그제다. 지금 확진자와 사망자․중증 환자가 폭증하는 이유는 뭔가?

일본은 지난 8월 하루 확진자 25,000명에, 관객 없는 올림픽을 감수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 100명 선에, 사망자 한 자릿수다. 일본의 감염세가 꺾인 것은 일본인의 특이체질 때문인 것 같다. 이 연구, 일본의 작품이다. 우리, 백신을 맞고 적잖은 부작용을 겪으면서, ‘한국인의 특이체질’을 생각하는 어떤 발상도 없다. 최근 ‘백신패스 의무화’ 논란도 그렇다. 한국적 상황을 극복할 설득자료 없이, 국민을 윽박지르는 모양새다.

“백신 부작용, 일부 있더라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 대통령의 약속에도 그 부작용은 훨씬 컸고, 그 부작용 앞에 정부는 무능․무책임했다. 최근 감염자-사망자 폭발세 속, 정부는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려 달려든다.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정부와 관변 전문가는 ‘이상반응 신고율 낮다’는 식의 통계와 ‘백신접종의 이익’을 들며 청소년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통계와 ‘이익’을 명분으로, ‘한 인간의 생명을 걸라’고 재촉할 수 있나?

사진)‘백신패스 반대’를 주장하는 학부모와 교원단체가 정부의 ‘전면등교’ 및 ‘백신패스’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백신패스 반대’를 주장하는 학부모-교원단체가 정부의 ‘전면등교’ 및 ‘백신패스’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3. 정부는 이 상황에서, 국민인식을 살피며 소통․설득하려는 노력은 다하고 있나. 국민들은 지금, 일상회복의 ‘이득’보다 ‘위험’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유명순 설문조사). 청소년 백신패스 의무화, 반대 62%다. 반대 이유, 청소년-부모 선택권 무시 42%, 필요성-안전성 공감대 형성 실패 33% 등이다(SBS, 42,700명 참여).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보건복지 분야에는 ‘백신패스 반대’ 및 백신 부작용 호소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 분야 청원의 3/4 정도다. 국민청원 전체 추천 1위, “백신패스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는 동의 354,650명(13일 오전 6시30분 현재)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패스 의무화' 반대 및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사진; 현재 동의 1위, '청소년 대상 백신패스 의무화 반대' 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패스 의무화' 반대 및 백신 부작용 호소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사진; 현 동의 1위, 고교 2년생의 '백신패스 의무화 반대' 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문제는 그 대응방식이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바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간 상황의 오판이며 정책의 실패는 또 얼마나 많았나. 대통령의 약속이며 장담은 또 ‘실언’이 얼마나 많았나. 그렇다면, 방역정책에 관한 한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답변하며, 성심껏 소통하고 국정에 반영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청와대는최근 ‘백신패스 반대’ 청원을 절절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결국 교육부총리․질병관리청장이 대응에 나섰으나,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모자랐다. 과학적 논리며 세계적 사례를 드는 국민 앞에, “청소년 백신접종, 이익 크다”, “정부 믿어 달라” 같은 말로, 청소년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었겠나. 청와대는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를 듣고도, 책임 있게 답변하기-성심껏 소통하기-국정에 담아내기, 그 ‘국민청원’의 다짐에 실패했다.

진정 지도자가 필요한 건 국가적 위기 때다. 통상의 관리수준을 넘는 결단과 그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독선·오만에 바탕한 ‘신념’은 넘치나, 경세(經世)에의 ‘책임’과 ‘능력’은 부족했다. 막무가내식 정책을 고집하며, 실상 국익과 국민행복의 결실은 초라하다. 그 ‘신념의 과잉-책임의 결핍’은 이미 드러난 바다. 지금부터라도 그 독선과 아집부터 털어내야 한다. 진지한 성찰과 반성 위에 국민과의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역사 속의 그 어떤 명언보다 비탄과 자조, 너절한 후회를 함축한 명문이다. 쇼가 어떤 인물인가. 평생을 날카로운 비평·독설로 세상을 서늘하게 한 사람이다. 그 절묘한 명언에서 배울 바는 뚜렷하다. 고민은 길되 판단은 분명하게, 통찰은 거듭하되 행동은 확실하게-.

대통령이 썼든 표현처럼,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다. 지금, 분명한 판단-확실한 행동을 결단해야 한다. 혹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논리며 역량이 없다면, 그 정책은 포기하는 게 옳다. 오늘 청와대며 정부의 선택은 무엇인가? 국민을 외면한 전체주의적 정책의 강행인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소통의 국정 수행인가?

대통령은 어떠한 난국에서도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짐처럼,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정치적 수사(修辭)로 총체적 난국을 덮지 않아야 한다. 난국 앞에선 콘트롤 타워를 자임하며, 책임 앞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성공한 대통령’은 못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통령’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참 순간이 아쉬운 요즘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