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각종 공무원 자격증 공채 시험 등 연기·취소...수험생들 좌불안석·망연자실
상태바
코로나19로 각종 공무원 자격증 공채 시험 등 연기·취소...수험생들 좌불안석·망연자실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3.28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격증 시험부터 채용 시험까지...코로나19 여파 시험 무기한 연기 속출
수험생·취업준비생들 “세워놓은 계획들 엉망 돼 속상하고 허무할 따름”
취업 포기 청년들, 2월 취업 준비자 수 전년 동월 대비 2만 2000명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자격증 시험, 토익(TOEIC), 공무원 채용 시험 등 각종 시험 일정이 연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부산교통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3일로 예정돼 있던 부산교통공사 신규채용 1차 시험을 잠정 연기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월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 등 일정 연기’를 공지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자세한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는 정부 발표에 따라 공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부산교통공사 신규채용 1차 시험을 잠정 연기했다. 사진은 부산교통공사 건물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부산교통공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부산교통공사 신규채용 1차 시험을 잠정 연기했다. 사진은 부산교통공사 건물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2월 28일에는 부산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시험이 무기한 연기됐다. 부산해양경찰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추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2일로 예정돼있던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정면허 필기시험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응시생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시험 일정 또한 연기됐다. 지난 3일, 인사혁신처는 28일 시행 예정이던 2020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을 연기했다. 인사혁신처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유지되고 있고,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시험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시도 21일로 예정됐던 9급 지방직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 서울시는 “대구, 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수험생이 서울에 모이면 지역 감염이 더욱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변경되는 시험 일자는 별도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시험의 연기와 취소가 잇따르면서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학생 강은혜(21, 경남 거제시) 씨는 토익 공부와 자격증 공부를 위해 고민 끝에 2020년 1학기 휴학을 신청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강 씨가 세운 계획들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로 예정돼있던 토익 학원 개강이 4월로 늦춰지고, 접수했던 자격증 시험도 취소돼 강 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강 씨는 “시험 취소가 됐다는 문자를 받는 순간 좌절했다”며 “휴학하면서 짜뒀던 모든 계획이 망가지고 있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은혜 씨가 3월 10일에 대구상공회의소로부터 받은 자격증 시험 취소 문자 내용이다(사진: 강은혜 제공).
강은혜 씨가 3월 10일에 대구상공회의소로부터 받은 자격증 시험 취소 문자 내용이다(사진: 강은혜 제공).

대학생 김수현(22, 경남 창원시) 씨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봤다. 올해 간호학과 졸업반이 된 김 씨는 대학병원 취업을 위해 겨울방학 동안 토익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다. 매일 성실히 학원을 다니고, 토익을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는 등 고득점을 얻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했던 김 씨.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토익시험이 잠정 연기되면서 김 씨는 모든 의욕을 잃었다. 김 씨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험을 취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허무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허무함 때문인지 저도 친구들도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강은혜 씨가 3월 10일에 대구상공회의소로부터 받은 자격증 시험 취소 문자 내용이다(사진: 강은혜 제공).
취업준비생 조혜림 씨가 2월 말 ‘코참패스’ 앱을 통해 받은 시험 취소 공지사항이다(사진: 조혜림 제공).

취업준비생 조혜림(23, 부산시 강서구)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취업을 위해 컴퓨터 활용 능력 시험을 준비했던 조 씨는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만을 앞둔 상태였다. 실기시험 합격 후 다른 자격증 준비와 제2외국어 공부를 다짐하며 취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그녀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의지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조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실기시험이 취소됐다는 공지를 마주한 순간 ‘망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조 씨는 “현재는 집에서 컴퓨터 활용능력 실기시험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다 취업 준비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시험의 연기와 취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월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 활동이나 취업 의지 없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월 15~29세 청년층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43만 8000명으로, 2012년 2월에 40만 4000명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었다. 이 중 20~29세 쉬었음 인구는 39만 1000명으로, 청년층 쉬었음 인구 비중의 89%나 차지했다.

이와 더불어 취업 준비자의 수는 감소했다. 취업 준비자는 육아, 가사, 질병 등 구체적인 이유로 최근 4주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해 학원이나 기관 등을 다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전체 취업 준비자의 수는 77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 2000명이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체감 경기가 이미 좋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탓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청년들의 스펙 쌓기와 취업 기회를 놓치게 만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속앓이 하며 새로운 대책이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황모(27)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것들이 다 연기됐는데 언제 또다시 연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황 씨는 “남해해경청 의무경찰 선발시험의 경우, 한 차례 시험을 연기했으나 응시생들의 사회진출을 고려해 처음으로 야외에서 시험을 실시했다고 들었다”며 “이처럼 시험장 환경이나 시험 방법에 변화를 줘서 우리 취업준비생들도 하루빨리 시험을 치게 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