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 전향적 장기기증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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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 전향적 장기기증 제도가 필요하다
  • 부산시 북구 최하빈
  • 승인 2020.03.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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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은 전향적 장기기증 제도가 필요하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현재 한국은 전향적 장기기증 제도가 필요하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방영 종료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는 장기기증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에선 한평생 사람들을 구조했던 119 구급대원이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이식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명예롭게 묘사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는 드라마에서 만큼 훌륭하지 않다. 몇 년 전, 장기기증자 아들의 시체를 아버지가 직접 업어 운반했던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장기기증과 장기기증 사후처리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결과적으로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나아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기기증에 대해 무관심하다. 대부분 사람은 장기기증은 특별한 사람들에만 해당하는 일이며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막상 장기기증을 결심해 장기기증을 신청하려고 해도 가족들의 반대로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장기기증을 신청하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했지만 쉽게 가족들의 동의를 얻긴 힘들었다. 가족들은 “장기기증이 숭고한 일임을 알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단 1%라도 존재한다면 생명의 희망을 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은 뇌사 상태일 때 진행되는데, 비록 환자가 뇌사 상태지만 아직 생명이 살아있는데 삶을 포기하고 장기기증을 선택하는 것이 힘들다는 게 가족들의 의견이었다.

이처럼 장기기증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모든 사망자를 장기기증자로 간주한다. 사전에 ‘장기기증 거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상 모든 사망자를 장기기증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법안은 우리나라처럼 가족들의 반대로 인한 장기이식에 난항을 겪자 프랑스에서 새로 도입했다고 한다.

프랑스 경우처럼 법안을 도입해 장기기증 참여율을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장기기증 제도는 많은 정비가 필요하다. 당장 장기기증자의 사후처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장기관리 센터에선 장기기증의 예우 표준 가이드에 따라 장기기증자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장까지 이동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장기기증자는 남을 위해 기꺼이 마지막 순간까지 희생했다. 또, 장기기증의 유가족 역시 다른 이들을 위해 본인 가족의 희생을 감수하는 큰 결정을 했다. 사람들이 쉽게 결심하지 못 하는 일을 말이다. 우리는 장기기증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예우를 보여야 한다. 매년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SAVE9)’이다. 이 날만이라도 장기기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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