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세계에 퍼진 인종차별적 제노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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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세계에 퍼진 인종차별적 제노포비아
  • 울산시 북구 신유리
  • 승인 2020.03.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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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주 한인 할머니, 흑인 청년에게 소독제 살포 봉변당해
한국사람들도 외국인 노동자 비하 심하다
세계가 위기인 시대, 국가 따지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힘 합치자

지난 3월 15일, 미국에 사는 흑인 남성이 한국인 할머니에게 손 소독제를 뿌리며 조롱하는 영상을 본인의 SNS에 올려 한국 누리꾼들을 분노하게 했다. 영상 속 할머니는 “NO”라고 외치며 싫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표현했지만, 흑인은 할머니를 향해서 손소독제를 무차별하게 뿌려댔다. 이 영상 속 흑인 행동은 단순 인종차별이 아니라 외국인 혐오였다.

코로나 사태로 심해지는 인종차별적 행동은 억제돼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 사태로 심해지는 인종차별적 행동은 억제돼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현재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기반으로 한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제노포비아는 낯선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제노(xeno)’와 공포증이라는 뜻의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단어다. 즉, 이는 외국인 혐오를 의미하는데, 차별 수준이 지나쳐 혐오에 이르면서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제노포비아를 겪는 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도 제노포비아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 도중, 콜롬비아 선수와 우리나라 기성용 선수가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판에게 항의하는 기성용 선수 옆에서 콜롬비아 선수들이 양손으로 눈을 길게 찢는 행위를 보였다. 이는 동양인 특유의 길게 찢어진 눈을 비하하는 행동이었다. 이에 FIFA는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한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렸지만, 이 사건은 기성용 선수를 포함해 경기를 관람했던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인종차별도 ‘표현의 자유’가 돼버린 사회에서, 제노포비아로 인해 고통 받는 동양인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제노포비아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비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지금까지 인종차별 발언을 끊임없이 해왔다.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흑형’은 이제 당연하게 쓰이고,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외국인을 성대모사하며 낄낄대는 한국인 모습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나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 앞으로 지나가면 지저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얼굴을 찡그리며 피한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외국인 노동자를 피한 행동은 현재 동양인을 인종차별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인종차별적인 행동들을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행동이 외국인을 향한 단순한 혐오가 아니었는지, 평소 우리가 썼던 단어가 외국인들에게는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반성해봐야 한다. 차별 없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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