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관련자 26만 명은 발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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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관련자 26만 명은 발뺌하지 마라
  • 울산시 중구 김수빈
  • 승인 2020.03.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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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n번방 사건’이란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에서 자행되고 있는 엽기적인 성 착취 사건이다. n번방과 박사방을 개설, 운영한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판매하는 잔인한 행각을 저질렀다. 운영자와 가입자를 모두 합하면 26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현재 추정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000명을 넘었다. 전 국민의 일상이 멈췄고, 전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성범죄자가 26만 명이라니, 두려움에 숨이 막혀온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택시 수가 약 26만 대라고 한다. 길에서 흔히 보이는 택시 수만큼 성범죄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수는 가늠할 수조차 없이 공포스럽다. ‘혹시 그 사람도 n번방에 들어 가본 거 아니야?’라며 주변 사람을 향한 의심 역시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남성들을 가지고 전체 남성들의 문제로 확대하지 마라”, “난 아니야”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눈에 띈다.

n번방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결코 갑자기 나타난 존재들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직장이나 단체에서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성범죄 대상이 됐다. 몰카, 성희롱, 성폭행, 성매매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매번 가해자들은 약한 처벌을 받고 풀려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남성들 사이에서 성폭력은 ‘해도 괜찮은’, ‘할 수 있는’ 문화가 되고 있었다.

‘남성 고유의 성적 충동’, ‘남자는 원래 늑대야’라는 말들은 남성의 성범죄를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치 남성의 특권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자라면 그 남성의 특권이 틀렸다는 것에 진작 소리를 내야 했다. 어디서부터 뭐가 틀렸는지 정확히 짚고, 그 ‘특권’이라는 이름을 ‘발뺌’으로 바꿔야 했다. 또, 여성들의 불안함에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해야 했다. 하지만 그저 저 집단과 자신을 구분 짓고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한 모습은 결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친구가, 가족이, 혹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느 누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남성들은 n번방 운영자와 가입자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고 해선 안 된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자신을 탓하고, 지금부터라도 여성들의 옆에 서서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 그들의 끔찍한 성문화를 지금 뒤집지 못하면, n번방과 유사한 성범죄는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사법부의 성범죄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제대로 죗값을 치를 수 있는지 우려된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도 부디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벌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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