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엔 플랩 게이트, 부산 지하철엔 삼발이 게이트... 이용객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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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엔 플랩 게이트, 부산 지하철엔 삼발이 게이트... 이용객 '불편'
  • 취재기자 구도연
  • 승인 2020.12.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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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엔 1985년 설치 삼발이 게이트가 대부분... 종이 승차권도 여전
서울 등지엔 신형 플랩게이트로 이미 교체... 부산교통공사, "예산 확보해 교체 예정"

대학생 정수빈(21, 부산시 북구) 씨는 아침 등교 중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지하철 게이트를 급하게 통과하던 중 가방이 게이트에 걸린 것이다. 이미 닫혀버린 게이트 때문에 가방을 꺼내지 못하고 이도 저도 못 한 상황에 처한 정 씨는 기다리는 뒷사람들의 눈치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이미 삼발이 게이트가 닫힌 뒤라서 가방을 다시 빼낼 수도 없었다. 게이트에 물건이 걸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낙후된 지하철 시설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게이트다. 현재 부산 지하철역은 대부분 ‘삼발이 게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삼발이 게이트는 게이트의 삼발이 부분이 회전하면서 이용객을 통과시키는 형식의 개찰구로, 1985년 국내 최초로 부산 지하철역에 처음 설치됐다. 이후 서울과 다른 지역에도 삼발이 게이트가 도입됐지만, 현재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삼발이 게이트를 버리고 대부분 승차권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플랩게이트’로 교체, 사용 중이다.

부산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삼발이 게이트’. 게이트 폭이 좁고 승객이 몸으로 삼발이를 밀고 들어가야 통과하는 방식인데, 통과하다가 큰 짐이나 끈이 걸리면 통과하기 어렵다는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되는 구식이 됐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부산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삼발이 게이트.’ 게이트 폭이 좁고 승객이 몸으로 삼발이를 밀고 들어가야 해 큰 짐이나 끈이 걸리면 통과하기 어렵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플랩게이트.’ 승객들이 아무 장애물 없이 승차권을 대고 그냥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무임승차를 시도할 때는 입구가 순식간에 자동으로 닫힌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플랩게이트.’ 승객들이 아무 장애물 없이 승차권을 대고 그냥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무임승차를 시도할 때는 입구가 순식간에 자동으로 닫힌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플랩게이트 중 하나. 플랩게이트 중에도 폭이 좁거나 넓은 등의 차이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플랩게이트 중 하나. 플랩게이트 중에도 폭이 좁거나 넓은 등의 차이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부산시에서 사용 중인 삼발이 게이트는 폭이 좁고 승차권이 인식되면 삼발이가 딱 한 바퀴를 돌고 그 뒤에는 게이트가 닫히기 때문에 큰 짐은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강은비(21, 부산시 북구) 씨는 “가끔 캐리어 등 큰 짐을 운반하다 막히거나 걸리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문화가 유행인데 삼발이 게이트는 삼발이 부분을 몸으로 밀고 돌려야 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여러 삼발이 게이트 옆에 한두 개 삼발이가 없는 장애인 개찰구를 설치했지만, 그 수가 적어서 대부분의 이용객은 여전히 삼발이 게이트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과 대구, 대전, 광주, 경남 김해 등 다른 지역의 지하철은 삼발이 게이트 문제를 플랩게이트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했다. 플랩게이트는 삼발이 게이트와 달리 입구를 막는 장애물이 없어 큰 짐이나 휠체어를 타는 이용객이 불편을 겪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 지하철의 모든 게이트가 플랩게이트를 사용 중인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그 수를 확대하여 현재는 타지역 대부분의 지하철 역이 플랩게이트를 사용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2022년에는 서울시에 ‘비접촉식 게이트’를 도입하여 승차권을 찍지 않아도 지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랩게이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비접촉식 게이트는 겉모습은 현재 플랩게이트와 동일하지만 교통카드를 사람이 인식기에 대지 않고 몸에 소지만 하고 통과해도 자동으로 게이트가 인식하게 된다. 서울시는 비접촉식 게이트를 개발 중이라고 하며, 추후 설치되면, 언택트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시민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에 플랩게이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부산시의 플랩게이트는 오로지 1호선 부산역과 최근 개통된 4호선 모든 역에 배치돼 있다. 플랩게이트가 큰 짐을 나르기 편하다는 장점 덕분에 긍정적인 의견이 많지만, 나가는 방향과 들어오는 방향의 구분이 없어 혼란을 일으킨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최석인(24) 씨는 “(플랩게이트가) 편하긴 편하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몰려 모든 게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지하철에서 나가는 사람과 탈 사람이 플랩게이트 앞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기다리다 통과한다. 플랩게이트 출입구는 양방 통행이어서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부산 지하철 1, 2, 3호선 중 유일하게 플랩게이트가 설치된 곳은 부산역이다. 부산역은 플랩게이트와 삼발이 게이트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플랩게이트는 올해 10월부터 시범 설치, 운영되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부산시 다른 지하철 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부산 지하철 1, 2, 3호선 중 유일하게 플랩게이트가 설치된 곳은 부산역이다. 부산역은 플랩게이트와 삼발이 게이트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플랩게이트는 올해 10월부터 시범 설치, 운영되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부산시 다른 지하철 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부산역은 현재 게이트 중 일부를 ‘플랩게이트’로 바꿔 시범 운영 중이다. 부산역에 설치된 플랩게이트는 ‘슬림 플랩게이트’라고 불리며 기존의 플랩게이트보다 기계의 두께가 얇아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은 신형이다. 현재 부산역에 설치된 슬림 플랩게이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카드 이용자만 사용이 가능하고 종이승차권 이용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플랩게이트에는 종이승차권을 수납하거나 인식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에서 사용 중인 종이 승차권.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종이 승차권을 사용 중이다. 교통카드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종이승차권의 이용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사진: 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시에서 사용 중인 종이 승차권.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종이 승차권을 사용 중이다(사진: 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 지하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종이 승차권을 사용하는 낙후성도 가지고 있다. 종이 승차권은 그 이용률이 점점 줄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진행한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교통카드 이용률은 94.2%, 종이 승차권 이용률은 5.8%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용률이 낮고 재사용도 불가능한 종이 승차권을 이대로 계속 사용하는 것은 낭비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김 모(21, 부산시 북구) 씨는 “종이 승차권은 잃어버리기도 쉬울 뿐더러 물에 조금만 젖어도 찢어지는 등 쉽게 손상된다. 또 핸드폰과 같이 두면 마그네틱이 손상돼 인식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시에서 사용 중인 카드형 승차권. 보증금을 내고 승차권 구매 후 하차 시 역에 배치된 ‘보증금 환급기’를 통해 승차권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서울시에서 사용 중인 카드형 승차권. 보증금을 내고 승차권 구매 후 하차 시 역에 배치된 ‘보증금 환급기’를 통해 승차권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도연).
대전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토큰형 승차권’. 승차권은 보통권, 할인권, 우대권으로 나뉜다. 종류별로 색깔이 달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사진: 대전도시철도공사).
대전 지하철에서 사용 중인 ‘토큰형 승차권.’ 승차권은 보통권, 할인권, 우대권으로 나뉜다. 종류별로 색깔이 달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사진: 대전도시철도공사).

수도권은 종이 승차권의 불편함을 카드형 승차권을 도입함으로써 해소했다. 카드형 승차권은 운임에 500원을 보증금으로 지불하고 구매한 뒤 하차 후 ‘보증금 환급기’에 넣어 반납하면, 보증금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 환불 제도 때문에 카드형 승차권 회수율은 높은 편이다. 보증금 환급기에 사용된 카드가 모이면 이를 수거해 다른 승객에게 판매해서 재사용한다. 수도권 외에 대전, 대구, 광주, 경남 김해 등과 같은 지역은 토큰형 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토큰형 승차권은 일반 종이 승차권과 같이 발급받은 후 수거함을 통해 재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토큰형 승차권 사용 지역에서는 서울과 달리 보증금 환불 제도가 없어서 토큰형 승차권 반환률이 낮다고 한다.

부산시는 2024년 새로 사상과 하단을 잇는 5호선을 개통할 예정이다. 이때 문제로 대두된 것이 환승문제다. 2호선인 사상에 내려서 1호선인 하단으로 가기 위해서는(반대로 하단에서 사상으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 환승이 필수적이다. 이때 환승객은 사상역에 내려 대합실로 올라가 다시 게이트를 통과해서 하단역으로 가는 차를 타야 한다. 이때 교통카드 소지자는 환승시간 내 환승하면 추가금 없이 게이트를 자동 통과하지만, 종이 승차권 소지자는 새로 사상-하단 승차권을 구입해서 하단행 지하철을 타야 한다. 종이 승차권의 이런 환승 불가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교통공사는 종이 승차권을 폐지하고 교통카드로 승차권을 일원화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낙후된 부산 지하철 시설에 대한 향후 개선 계획에 대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달에 노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부전역 또한 슬림 플랩게이트를 설치 중이며, 내년에도 점진적인 확대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통될 5호선 환승 문제에 대해서 관계자는 “현재 부산시에 설치 예정인 플랩게이트의 특성상 종이 승차권의 이용이 불가함으로 사업순서는 종이승차권 폐지와 교통카드로의 일원화가 5호선 개통 예정 연도인 2024년 이전에 진행된 후 게이트 교체가 진행될 것이다. 슬림 플랩게이트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재시공이 필요해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부산시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산시 지원의 막중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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