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뉴스의 일요 터치]김세연, 홍성걸 그리고 쉬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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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의 일요 터치]김세연, 홍성걸 그리고 쉬바신
  • CIVIC뉴스
  • 승인 2019.11.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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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세연 국회의원(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자유한국당 김세연 국회의원(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1.

정치권에서 ‘창조적 파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자유한국당이다.

3선 소장파인 김세연 국회의원이 선창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습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합니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김 의원의 21대 국회 불출마 선언문)

표현이 지나치다,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보수의 소멸과 좌파의 득세를 부를 것이다, 라는 비판과 반발이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밀약설, 차기 부산시장 선거를 위한 포석설 같은 것들도 떠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여러 인터뷰에서 “같잖아서 답을 안 한다”는 표현을 써 가며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익과 과시욕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안 된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구성원들이 많다보니 대한민국 시민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태도가 문제다’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말은 당연히 귀담아 들을만한 것들이다. 거칠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란 얘기다. 다 떠나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을 하는 것 같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가세했다. 그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에서 연설을 했다.

“국민들은 한국당을 썩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물통으로 보고 있다. 이 썩은 물이 가득 찬 곳에 맑은 물 몇 바가지 붓는다고 해서 그 통의 물이 맑아지냐. 썩은 물을 버리지 못하면 통 자체를 버릴 수밖에 없다.”

“황교안 대표가 이 추운 겨울에 단식 투쟁에 나서도 조롱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감동을 주지 못했나. 희생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들 뭘 희생하셨나, 뭘 버리셨냐.”

“모든 공천과 관련한 권한을 내려놓고 외부의 명망 있는 인사들로 독립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공천을 공관위에 백지 위임하라. 모두 그만두어야 한다. 죽어야 산다.”

2.

인도인들은 거의 다 힌두교를 믿는다. 최고신은 '쉬바(보통 시바라고 쓰는데, 발음상의 문제 때문에 쉬바로 한다.)'다. 쉬바는 파괴와 창조의 신, 두려움을 유발하는 신이다. 왜 파괴하는 신, 두려움을 유발하는 신이 최고의 신인가.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파괴는 새로운 창조로 연결되는 파괴이므로, 파괴와 창조는 동의어이자 한 몸이다. 따라서 죽음 또한 새로운 삶으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그래서 쉬바의 뜻은 상서로운 자, 좋은 자이다. '창조적 파괴'는 상서로운 것, 좋은 것이란 얘기다.

3.

쉬바신이 내포하는 의미는 주역과 명리학의 논리와도 흡사하다. 모두 비우면 채울 일만 남게 되고, 바닥을 치면 올라가게 되어 있으며, 봄-여름-가을-겨울은 순환하고, 꽃은 피었다가 지고 지었다가 피고 하는 것이다.

한국당 안에서 ‘창조적 파괴’란 말이 나오는 건 나쁜 징조라 할 수 없다. ‘합리 위에 순리 있고, 순리 위에 섭리 있다’는 말이 있으니, 한국당이 겨울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고, 죽었는데도 죽은 줄 모르는 좀비가 돼 있으며, 썩은 물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뼈가 시릴 정도로 깨닫기만 한다면, 흔히 하는 말로 길은 마침내 열릴 것인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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