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뉴스의 일요 터치]'우한 폐렴'이 우리에게 묻는 또 하나의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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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의 일요 터치]'우한 폐렴'이 우리에게 묻는 또 하나의 물음
  • CIVIC뉴스
  • 승인 2020.02.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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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입국하는 관광객들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탓에 마스크를 끼고 입국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임세준 기자, 더 팩트 제공).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입국하는 관광객들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마스크를 끼고 입국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임세준 기자, 더 팩트 제공).

1.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새삼 의료인의 존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 내 관제언론의 보도 내용이라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중국의 한 간호사가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아이의 엄마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인민병원 간호사 샨 시아(30)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랐다. 그는 “나의 시간은 오롯이 아픈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쓰여야 한다. 2차 감염도 막고 근무 준비를 하는 데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머리는 다시 자란다”고 설명했다.

우한의 다른 간호사 리후이(李慧)는 지인들에게 “가족들은 녠판(年飯·춘제 전날 밤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을 하자고 하는데, 나는 병원이 매우 안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만일 내가 잘못된다면 시신을 바이러스 극복용 연구를 위해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두 명은 치료 행위를 하다 교통사고와 감염으로 의심되는 병에 걸려 숨지는 일도 있었다.

다른 경우도 있다.

엄청난 격무와 감옥 같은 상황을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리거나 울부짖는 간호사들의 영상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한 병원에서는 제때 치료를 안 해 준다는 이유로 환자가 병원 관계자들에게 침을 뱉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2.

이런 가운데, 부산 메트로적추병원(‘척추’가 아니다. 의료법상 특정 부위를 표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적추’라고 한 것이다.)의 조철민 병원장이 의료진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강요하는 세태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메르스를 경험한 한국 의사들 간호사들 그리고 한국 병원들이 유사 사태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면서 “(메르스 당시)봉쇄 병원의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 한 달 이상 집에도 못가고 환자를 지켰지만 간호사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그 아이를 유치원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스스로 격리하라고 문자를 보냈고, 초등 중등 등 많은 학교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대우 ‘메르스 낙인’을 찍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로 인해 스스로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최선을 다한 경남의 모 병원은 결국 ‘메르스 병원’이란 낙인을 받아 폐업하였고, 부산의 약국도 폐업하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병원은 소송에 시달렸다”고 적었다.

그는 또 “직업으로서의, 전문가로서의 사명감? 그건 의료진만 가져야 하는 일방적인 감정일까? 의사라고 존경해달라는 소리가 아니다. 자신의 직업적인 사명감에 자신의 목을 거는 의료진에게, 불 앞에서 자신의 목을 거는 소방관들에게...가식이라도 최소한의 염치는 지켜 주었으면 한다”면서 “전문가들이 사명감을 포기하는 순간 그 사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우한 폐렴’은 확산되는 공포와 더불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염치와 예의, 양보, 배려, 존중, 감수성 같은 사회적 미덕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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