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와중에 진보를 표방한 작가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상식적인 사람들은 많이 당황한 듯 보인다. 이들의 내공이 이 정도밖에 안 되었나, 이 정도로 편향돼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가 진보를 죽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정돈 해 보자.
▶유시민 작가
유시민 작가(노무현재단 이사장)는 ‘궤변가’ '요설가'란 별칭을 얻었다. 그는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진행하면서 여러 번 물의를 빚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자신의 컴퓨터를 반출한 것을 두고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형사법 전문가들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란한 말재주라고 환호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논리적이지도, 지성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억지를 피우는 것”이라며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적었다.
일부에서는 “(유 작가의 말대로라면)검찰이 국정농단, 사법농단, 적폐청산 수사를 할 당시 증거를 조작했는지부터 살펴야 하는데, 그때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다른 주체냐”라고 물었다.
또 “검찰이 증거 조작을 하는 경우도 있음을 최순실의 태블릿 수사에서 알았는지, 이 정부의 적폐 수사를 보고 알았는지 유시민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 '자가당착'이란 말이었다.
유 작가가 “시민 정경심은 약자”라고 한 데 대해서도 “살아있는 권력 2인자이고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을 두고 약자라고 말한 데서는 유 작가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정신줄은 단단히 붙들고 살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최근에는 ‘알릴레오’에서 KBS 여기자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여기자협회와 KBS기자협회로부터 엄중 항의를 받고 몇 차례 사과를 하는 등 계속해서 불미스런 처지를 자초했다.
유 작가가 자꾸 소란을 피우자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지영 소설가
공지영 소설가는 조 전 장관을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좌충우돌’이란 평이 많았다.
그는 지난달에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가 진보당 탈당을 시도하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 비난의 내용이 치졸하고 이중적인 것이어서 독자들은 당혹스러워 하거나 역공거리로 삼았다.
공지영은 페이스북 글에서 “동양대에 강연도 갔었다. 참 먼 시골 학교였다”고 말했다. 동양대가 많이 누추해지는 장면이었다. ‘진보’라면 해서는 안 될 말이었는데, 감수성이 부족한 듯 보였다.
공지영은 “사실 생각해보면 그(진중권)의 논리라는 것이 학자들은 잘 안 쓰는 독설, 단정적 말투, 거만한 가르침, 우리가 그걸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이 과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향해 한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퍽~~”이라고 적었다.
또 “MB 주변에는 ‘공정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만 득실거림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신하’는 ‘주군’을 보고 따라하는 법이거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공지영이 진중권에게 한 ‘독설’ ‘단정적 말투’ ‘거만한 가르침’ 들이 망라돼 있었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과 중도층에서 “공지영은 ‘참 진보’와 조국을 죽이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란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지지층 이탈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였다.
▶황석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등
황석영 소설가와 안도현 시인을 비롯한 일부 문인들은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2019 작가 선언, 조국을 지지한다! 검찰 개혁 완수하라!’란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 선언에는 문인 1276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는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두고 ‘국민의 통제’가 무슨 뜻이냐는 물음이 나왔다. 선출직인 대통령의 통제를 받으라는 것이라면,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주문하는 상황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현 정권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특수부를 강화하고, 특수부의 수사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수모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버렸을 때, 그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요컨대, 이들이 이중적 잣대와 질 낮은 정파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드레퓌스 사건의 에밀 졸라’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인종주의적 편견과 권력의 폭력, 대중들의 광기에 유린당한 불쌍한 군인 드레퓌스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고발한다’란 글을 발표하고 항거하다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의 조국과 그 가족이 과연 ‘약자’ 혹은 ‘정의’에 해당하느냐, 이번에 서명한 작가들이 정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냐 하는 것이었다.
작가들은 나아가 민주당 국회의원의 후원을 받아 국회 정론관에서 선언을 했다. 내용과 공간 모두 정치적 논란을 부를만한 것이었다.
한편, 안도현 시인이 들고 있었던 종이에는 ‘개혁해야 신뢰한다. 검찰들이 앞장서라!’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이를 문제 삼는 여론도 있었다. ‘검찰’은 기구이므로 ‘검찰이’라고 하든지, ‘검사들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란 얘기였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는 ‘내가 이런 시위 현장에 나올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 유사 부흥회 같은 특정 종교집회와 보수 야당의 정당집회 어디에도 마음을 주지 못한 채 전전긍긍 한 민심들이 있었다.
이를 두고 “양심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게 작가라면 이런 민심들을 위해 동정곡(同情哭, *)을 하는 게 옳았을 것”이란 말들이 있었다.
*‘동정곡’은 조선 세조 때 단종이 청령포에서 교살된 뒤 노비로 전락한 정순왕후가 남편 단종을 위해 때마다 청령포를 향해 곡을 했는데, 동네 아낙들이 그를 가련하게 여겨 함께 곡을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