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가 기업의 ‘실검 마케팅’, ‘실검광고’로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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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검색어가 기업의 ‘실검 마케팅’, ‘실검광고’로 도배됐다
  • 부산시 해운대구 정유주
  • 승인 2019.12.0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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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무엇이 떴는지 실눈으로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 날 일어난 사회, 정치적 이슈들이 순위가 매겨져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실시간 검색어는 본분을 잊은 채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과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그 날 있었던 이슈들이 1위부터 20위까지 올라와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롱패딩 대란’, ‘무신사 쿠폰’, ‘토스 행운퀴즈’ 등과 같은 광고가 줄을 지어 올라와 있다. 왜 이런 의미 없는 광고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판을 치게 되었을까?

바로 실검광고 때문이다. 실검광고란 브랜드 앱에서 네이버 검색창에 브랜드가 원하는 단어를 치면 쿠폰을 받을 수 있는 힌트가 뜨게 되고,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힌트를 브랜드 앱에 적게 되면, 쿠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쿠폰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검색창에 동일한 검색어를 적게 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서 검색창에 입력하라고 했던 특정 단어가 많이 입력되게 되고, 그러한 데이터를 네이버 AI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인식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매기게 된다. 순위가 높은 광고 글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고 누르게 되어, 순위가 높은 광고를 한 기업의 사이트가 상위에 노출되게 된다.

실시간 검색어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실검에 특정제품 이름이 오랜 시간 노출되면 자연스레 관심이 가고, 친구들을 만나도 “A 회사 제품 실검 오른 것 봤냐?” “좋아보이더라 하나 사볼까?” 이런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시간 검색어의 파급력은 대단해서 실검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은 실검광고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1일부터 19일까지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1위 19개 중 15개가 상품 홍보를 위한 퀴즈 이벤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엄마는 휴대폰에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에 나와 있는 단어들을 클릭하면서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엄마가 항상 짜증을 내면서 오늘도 광고밖에 없더라고 말하셨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파급력이 큰 마케팅기법을 발견해내고 상품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는 마케팅의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광고성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많다. 그러나 검색창에 검색 하는 것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이므로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의 대답이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다.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하루의 주요 이슈들을 한번에 볼 수 있던 실시간 검색어를 광고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기업들은 실검광고 횟수를 줄이고 다른 광고나 마케팅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익을 많이 얻어다주는 마케팅이 가장 좋은 마케팅이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이 있는 마케팅이라면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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