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종이병이 아니야"... 무늬만 친환경 ‘그린워싱’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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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종이병이 아니야"... 무늬만 친환경 ‘그린워싱’ 주의보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0.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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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위장 환경주의
글로벌 기업들 교묘한 방법으로 마케팅...최대 피해자는 소비자
그린워싱 판단하는 기준 세우고 법과 제도, 정책을 마련할 때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게 되며 친환경은 마케팅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가 됐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은 마케팅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가 됐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도 이에 발맞춰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일부로 찾아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은 마케팅으로도 활용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그에 반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워싱이란?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예컨대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과연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인가?

지난달 28일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다회용컵) 데이를 진행했다. 일회용 컵 사용 절감에 대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행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리유저블 컵 데이가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스타벅스가 제공한 리유저블 컵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소재다. PP 재질로 만들어진 컵은 20여 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텀블러와 같은 용기와 비교했을 때 재사용 횟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정한 다회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친환경 행사를 장려하면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 소재 리유저블 컵을 제공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료 한 잔을 받는데 1시간이 넘게 대기했어야 할 만큼 사재기 대란을 일으킨 리유저블 컵에 사용된 플라스틱의 양을 생각한다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 대란 이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리유저블 컵이 과연 얼마나 재사용될까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패션업계의 친환경 붐, 진짜 친환경적인가?

유명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방을 출시했다. 구찌는 밀과 옥수수로 만든 비건 운동화를, 루이비통은 버려진 실크로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그 밖에도 많은 패션·스포츠 브랜드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친환경 리사이클 가방과 운동화, 재활용 합성가죽, 폐기물을 재가공한 친환경 원자재, 과일 껍질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가죽,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가죽, 비건 가죽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재료의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하지만 사실상 트렌드에 민감하고 흐름이 빠른 패션업계는 사실상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한다고 해도 신제품 대량생산으로 의류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한 실제 환경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의류는 재활용이 힘든 쓰레기 중 하나다.

한 철이 지나면 유행이 시들해져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패션업계도 문제다.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인 만큼 매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유행이 지난 제품은 버려진다. 아무리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 한들, 버려진다면 과연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폐기물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친환경 재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만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종이병이 아니야... 무늬만 친환경

지난 4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종이병 한정판으로 나온 제품으로, 종이로 된 용기를 사용한 것이다. 종이로 된 용기 겉면에는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병이야)’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종이병이 아니었다. 제품 안쪽은 플라스틱 병이었던 것. 포장지를 종이로 만들어 플라스틱 병의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의도였지만, 홍보했던 것처럼 ‘종이병’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질타를 받았다.

그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행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제적인 기업을 불문하고 일어난다.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에서는 많은 대기업들의 그린워싱 행태를 소개한다. 석유 생산 대기업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고,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의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가면서도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기업이라고 지적한다. 네스프레소는 공정무역 커피와 지속 가능성을 내걸었으나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알루미늄 캡슐과 캔 수십억 개를 제조한다. 화학업계의 대기업 헨켈은 에너지업계의 거물들과 손잡고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 풍력으로 움직이는 터빈에 ‘재생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린워싱에도 종류가 있을까?

글로벌 친환경 기업인 캐나다 테라 초이스는 그린워싱을 7가지 종류로 나눴다. 그린워싱의 종류에는 ▲친환경적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환경 여파를 숨기는 ‘상충 효과 감추기’ ▲증거나 불충분하나 환경을 주장하는 ‘증거 불충분’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는 ‘애매모호한 주장’ ▲무관한 내용을 연결해 왜곡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취득하지 못하거나 인증되지 않은 마크를 도용하는 ‘거짓말’ ▲친환경적 요소는 맞지만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적용함으로써 본질을 속이는 ‘유해상품 정당화’ ▲유사 이미지를 공인 마크로 위장하는 ‘부적절한 인증 라벨’ 등이 있다.

많은 기업이 그린워싱을 행하지만 사실상 제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친환경이 법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고, 마케팅 분야에서의 그린워싱은 기업의 의도가 정말로 친환경에 반하느냐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처벌과 규제를 적용하기 더욱 까다롭다. 친환경을 이용한 마케팅에는 규정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친환경적 의도로 마케팅’ 했다고 변명하면 그만일 뿐이다.

사실상 그린워싱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그린워싱에 속지 않는 법을 배우고, 그린워싱이 발생했을 경우 항의,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그린워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고 법과 제도, 정책을 마련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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