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환경의식 높아진 MZ세대... 기업 '그린워싱'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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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환경의식 높아진 MZ세대... 기업 '그린워싱' 찾아낸다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4.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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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종이 용기’ 논란, 누리꾼들 갑론을박 벌여
'위장 환경주의' 설자리 없어... 친환경 소비 유도 긍정적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로드숍 자회사인 이니스프리가 ‘종이 용기’를 앞세워 홍보한 제품이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MZ세대의 높은 환경의식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에는 “이니스프리 종이 보틀 상품을 뜯어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나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사진: 페이스북 ‘플없잘’ 페이지 캡처).
지난 6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에는 “이니스프리 종이 보틀 상품을 뜯어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나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플없잘’ 페이지 캡처).

지난해 6월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이니스프리에서 출시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을 두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제품 겉면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고 적힌 문구에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됐지만 내부엔 플라스틱 용기가 덧대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6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를 통해 해당 문제가 화두로 오르며, 누리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많은 누리꾼들은 ‘페이퍼 보틀’에 관해 부정적 시선을 내비쳤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가 경영의 화두가 된 만큼 새로운 소비군인 MZ 세대는 환경 보호 이슈에 민감하다. 이는 기업제품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에선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면서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하고 소비자를 끄는 방식은 환경 보호의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반응을 보인다. 누리꾼들은 “기업이 환경 보호의 취지가 아닌 친환경으로 둔갑한 제품 팔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 “종이 용기라는 과대광고 때문에 분리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니스프리가 ‘그린워싱( green washing, 위장 환경 주의)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그린워싱 사례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스타벅스 등 카페 업계도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그린워싱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니스프리 측은 “제품 패키지 박스에 기획 의도 및 분리배출 방법을 상세히 표기해 안내하고자 노력했으나 제품 네이밍으로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며 “용기 바깥을 싸고 있는 종이 라벨의 역할을 쉽게 설명하고자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 정도면 이니스프리가 고의로 그런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미 화장품 용기 포장 박스에 용기 구조와 분리배출 방법을 기재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기를 포장한 종이 상자에는 용기 분리배출 방법이 그림과 함께 안내돼 있었으며 설명 아래엔 ‘본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해 만들었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특히 종이로 된 페이퍼 몰드가 플라스틱 내용기를 감싸 내용물을 보호했기 때문에 이니스프리는 기존 제품보다 절반 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친환경 시도를 하는 기업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니스프리 페이퍼 보틀에 대한 갑론을박은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기업들도 어떤 식이든 플라스틱을 줄이려 애쓰고, 소비자들의 감시도 그만큼 깐깐해졌다는 것이다. 

화장품 내부 용기가 플라스틱임에도 ‘페이퍼 보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제품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한 채 구매한 소비자로선 과대광고로 느껴질 수 있으므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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