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브랜드 등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슬로 패션’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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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브랜드 등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슬로 패션’에 빠져들다
  • 취재기자 신유리
  • 승인 2021.06.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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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반성적 기류
가치 소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 ‘슬로패션’ 실천 중
오래 입을 옷, 친환경 옷 구매 등 착한 소비 늘어 고무적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은 하나도 없어.”

김시연(22) 씨는 외출하기 전이면 항상 입을 옷이 없어 이렇게 고민한다. 그녀의 옷장에는 옷이 한가득이지만 막상 고르다 보면 입을 게 없어 계절마다 옷을 새로 산다. 그녀는 “작년에 샀던 옷도 올해에 유행이 아니면 잘 안 입는다”며 “매년 바뀌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항상 새 옷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이민혁(26) 씨도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쇼핑몰 앱을 설치해 새로운 옷을 자주 구매한다. 쇼핑몰에는 퀄리티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한 옷들이 많아서 자주 이용한다는 것. 그는 “옷의 재질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몇 번 입고 유행 지나면 버릴 거라서 예쁘고 가격이 싸기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금방 사고 금방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가운데 '슬로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렇듯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의류폐기물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에서 버려진 의류폐기물은 하루 평균 약 259t으로 연간 의류 7억 벌에 해당하는 옷들이 버려진다. 이런 가운데 지속 가능한 패션 사업을 지향하는 ‘슬로 패션’을 향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니클로, H&M, 자라 등의 SPA브랜드들이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옷을 제작하고 유통하게 되면서 2000년대 이후 패스트 패션은 더욱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SPA브랜드란 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해서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으로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보통 1~2주를 주기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일반 패션 브랜드들이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 것에 비해 매우 짧은 주기다. 이로 인해 옷의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유행에 뒤처진 옷은 금방 폐기물이 되어 버려진다.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제품이나 합성섬유와 함께 만만치 않은 자원이 필요하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7000리터로 4인 가족이 5일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수많은 자원을 이용해 만들어진 옷은 버려져 폐기될 때에도 환경을 오염시킨다. 다량의 의류를 생산하려면 독성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되는데 옷이 세탁기로 빨 때 미세섬유가 배출되면서 수자원을 오염시킨다. 미세섬유는 생분해되지 않고 수처리 시설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해양 생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패스트 패션에 맞서 옷을 최대한 적게 사고 오래 입자는 ‘슬로 패션’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상당수의 소비자는 이미 슬로 패션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김다은(23) 씨는 “작년에 패스트 패션에 관련된 기사를 보고 옷을 생각 없이 막 구매하고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이제는 가격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해 내가 오래 입을 것 같은 옷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 소비자들은 중고거래를 통해 슬로 패션을 실천하기도 한다(사진: 김광현 씨 제공).

또 중고거래를 하거나 옷을 기부하여 슬로패션을 실천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김광현(27) 씨는 “안 입는 옷은 바로 버리지 않고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앱으로 되팔고 있다”며 “예전에는 생각 없이 다 의류수거함에 넣어서 버렸는데 요즘은 상태가 괜찮거나 한 번 더 입을 수 있는 옷은 귀찮더라도 환경을 생각해서 꼭 중고거래나 무료나눔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다수의 패션업체도 슬로패션을 지향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로만 옷을 제작하는 등의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M은 2030년까지 의류 소재를 재활용 및 지속 가능한 소재로 100%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2024년까지 신규 플라스틱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바 있다.

앞으로도 슬로 패션은 미래 환경을 책임져야 할 MZ세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친환경 운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황다솜(23) 씨는 “옷 하나를 만들 때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럼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의류 쓰레기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나 가격뿐 아니라 이러한 환경적인 부분도 생각해서 옷을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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