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트로트 전성시대!'...세대 불문 '미스터 트롯' 열풍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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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트로트 전성시대!'...세대 불문 '미스터 트롯' 열풍의 비결은?
  • 취재기자 손다은
  • 승인 2020.03.2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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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유튜브 사용,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열풍이 트로트 인기 도화선
송가인 팬클럽은 아이돌 사생팬 방불
멜론 차트, 노래방 인기곡 리스트, PC방 배경음악도 어느새 트로트

트로트 시대가 돌아왔다. 사람들은 트로트를 흥얼거리고, 길거리에서는 심심치 않게 트로트가 흘러나오며, 종편부터 지상파까지 여러 채널에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트로트가 많은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트로트를 즐기고 좋아한다. 불과 1년 사이에 트로트가 ‘대세’가 된 트로트 열풍은 어디서 왜 불어온 걸까?

트로트 열풍은 ‘미스 트롯’으로부터 시작됐다. ‘미스 트롯’은 TV조선에서 2019년 2월에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미스 트롯’은 최고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트로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주부 최진화(52, 부산시 북구) 씨는 ‘미스 트롯’이 성공한 원인은 어르신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화 씨는 “트로트는 50대 이상 어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미스 트롯’도 어른들에게 통했고 그래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의 메인 포스터(사진: TV조선 ‘미스 트롯’ 홈페이지).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의 메인 포스터(사진: TV조선 ‘미스 트롯’ 홈페이지).

‘미스 트롯’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젊은 연령층까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런 젊은 연령층의 마음을 움직인 건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등장이었다. MBC 토요일 예능인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활동명으로 트로트 가수에 도전했다. 친근한 이미지의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자, 진입장벽이 높게만 느껴지던 트로트에 대한 젊은 층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대학생 남가령(22, 부산시 북구) 씨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가령 씨는 “유산슬의 노래인 <사랑의 재개발>을 노래방에서 자주 부른다.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부른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유재석은 트로트 <합정역 5번출구>, <사랑의 재개발>을 출시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트로트 열풍의 불을 지핀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 '합정역 5번 출구'는 2019년 11월 16일에 발매된 앨범 ‘뽕포유’에서 들을 수 있다(사진: 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트로트 열풍의 불을 지핀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 '합정역 5번 출구'는 2019년 11월 16일에 발매된 앨범 ‘뽕포유’에서 들을 수 있다(사진: 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트로트 열풍의 정점을 찍은 건 ‘미스터 트롯’이다. TV조선에서 방영된 ‘미스터 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종편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약 770만 건의 문자투표수를 기록하며 그 뜨거운 인기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대학생 박수빈(22, 부산시 북구) 씨는 ‘미스터 트롯’을 보지 않았는데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박수빈 씨는 “‘미스터 트롯’ 마지막 회 방영 날에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투표해달라고 요청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내 주변에 ‘미스터 트롯’을 보는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트로트 열풍에 정점을 찍은 ‘미스터 트롯’의 최종 우승자 임영웅. ‘미스터 트롯’의 엄청난 인기에 결과 발표는 마지막 회 다음 날 특별편성으로 이루어졌다(사진: TV조선 ‘미스터 트롯’ 방송 화면 캡처).
트로트 열풍에 정점을 찍은 ‘미스터 트롯’의 최종 우승자 임영웅. ‘미스터 트롯’의 엄청난 인기에 결과 발표는 마지막 회 다음 날 특별편성으로 이루어졌다(사진: TV조선 ‘미스터 트롯’ 방송 화면 캡처).

트로트의 엄청난 인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멜론 인기차트에서는 영탁이 부른 <찐이야>, 임영웅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의 트로트가 순위를 점하고 있고, 노래방 인기순위에도 <안동역에서>, <사랑의 재개발> 등 많은 트로트가 올라와 있다. PC방을 운영 중인 허재근(48, 부산시 북구) 씨는 가게에서 손님들이 트로트를 자주 튼다고 증언했다. 허재근 씨는 “보통 가게에서 음악 인기순위를 순서대로 틀어놓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트로트가 자주 들린다. 인기순위에 그렇게 많은 트로트가 올라온 건 최근이 처음이다. 그럴 때마다 요즘 트로트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트로트가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소비력 있는 장년층과 노년층이 가졌던 트로트의 향수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박수빈 씨는 ‘미스터 트롯’처럼 어르신들의 큰 지지를 받는 예능 프로는 처음 봤다. 박수빈 씨는 “우리 할머니는 평소에 TV를 잘 즐겨보시지 않는다. 그런데 ‘미스 트롯’이 방영되고 나서는 나한테 송가인의 무대 영상을 유튜브로 보여 달라고 하실 만큼 좋아하셨다.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한동안 송가인이 부른 노래 얘기만 하셨다”고 말했다. 박순연(73, 부산시 북구) 씨는 ‘미스 트롯’ 방영 이후 삶에 활기가 더해진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이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방송에서 불러주는 것이 신기하다”며 “방송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아져서 꾸준히 챙겨봤다”고 전했다.

장년, 노년층의 지지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트로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가령 씨는 트로트가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로 최근 트로트 곡들이 댄스곡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가령 씨는 “트로트는 옛날 노래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미스터 트롯’의 경연곡은 댄스나 EDM과 같이 젊은이들이 익숙한 장르의 노래로 편곡해 불러서 트로트란 장르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계는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로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전의 트로트는 주로 어른들이 좋아하는 ‘성인가요’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진화 씨는 트로트가 노인들 노래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최진화 씨는 “이전까지의 트로트는 가사 내용이 촌스럽고 진부한 느낌이 강해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요즘 트로트는 가사도 재치 있고 생활 속의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트로트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화는 ‘덕질’에서 나타난다. 덕질이란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행동을 뜻하며, 보통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는 팬클럽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그런데 ‘미스 트롯’ 방송 이후, ‘미스 트롯’ 우승자 송가인을 덕질하는 팬클럽인 ‘어게인’이 등장했다. 이 팬클럽의 특징은 주로 중장년 연령대의 팬들이 많다는 점이다. 팬클럽의 활동은 10대와 20대의 전유물이었는데, 송가인의 팬클럽 어게인은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처럼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송가인의 콘서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송가인의 팬클럽 ‘어게인’의 행사 모습. 팬클럽 회원 대부분이 장년층 이상인 것이 확실히 눈에 띈다(사진: 송가인 인스타그램).
송가인의 콘서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송가인의 팬클럽 ‘어게인’의 행사 모습. 팬클럽 회원 대부분이 장년층 이상인 것이 확실히 눈에 띈다(사진: 송가인 인스타그램).

이렇게나 뜨거운 트로트의 열기,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최진화 씨는 트로트가 방송계의 새로운 역사를 쓴 만큼, 인기를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화 씨는 “남녀노소 모두가 트로트에 이만큼 열광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트로트의 미래는 계속 밝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남가령 씨는 앞으로도 트로트를 좋아할 것 같다며 “트로트의 매력을 알게 된 지금이 너무 즐겁다. ‘미스터 트롯’이 끝났지만 내가 응원하는 가수를 계속 응원하면서 트로트의 매력을 더 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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