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쏘아올린 '부캐' 열풍... 시청자들 반응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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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쏘아올린 '부캐' 열풍... 시청자들 반응 엇갈려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9.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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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유산슬', 김신영의 '김다비' 등 연예계 장악
시청자들, “신선하고 재밌다” vs “이미 유명한데 굳이?”
전문가, “부캐 활동은 연예인 생존 전략... 진정성이 중요”

유명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이 방송가를 장악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부캐들에 지겨움을 드러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부캐’란,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로, 일상에서는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들이 이러한 부캐를 앞세워 인기를 얻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부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연예계 부캐 열풍의 시발점은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지난해부터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 ‘유르페우스’, ‘유라섹’, ‘유두래곤’, ‘지미 유’ 등 다양한 부캐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로 인해 유재석은 부캐 ‘유산슬’로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또 가수 이효리(린다G), 비(비룡)와 함께 결성한 혼성그룹 ‘싹쓰리’에서 유재석은 ‘유두래곤’으로 분하여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유재석. 부캐 ‘유산슬’로 나온 유재석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유재석. 부캐 ‘유산슬’로 나온 유재석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유재석의 부캐 활약으로 인해 <놀면 뭐하니?>의 프로듀서 김태호 PD는 9월 10일에 열린 ‘제 47회 한국방송대상’에서 ‘프로듀서 상’을 수상했다. 이 날 김태호 PD는 “본캐 유재석 씨와 부캐들에게 감사하다. 힘든 시기에 백신처럼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서 보답하겠다”며 말했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실제 김신영의 둘째 이모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로, 근로자의 날에 데뷔곡 <주라주라>를 통해 탄생했다. 빠른 1945년생 신인 가수 콘셉트의 둘째이모 김다비는 알록달록한 원색 패션에 립스틱 묻은 치아, 능숙한 경상도 사투리 구사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매력을 뽐냈다. 또 그녀의 데뷔곡 <주라주라>는 생업에 종사하는 모든 직장인의 고충과 바람을 가사로 간절하게 풀어냄으로써 대중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에 둘째이모 김다비는 ‘2020 소리바다 어워즈’에서 ‘신한류 트로트 핫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한 개그우먼 김신영. 그녀의 데뷔곡 '주라주라'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 많은 공감을 얻었다(사진: 미디어랩 시소 홈페이지).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한 개그우먼 김신영. 그녀의 데뷔곡 '주라주라'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 많은 공감을 얻었다(사진: 미디어랩 시소 홈페이지).

유재석, 김신영의 성공적인 부캐 데뷔에 다른 연예인들도 부캐 도전에 나서고 있다. 개그우먼 신봉선은 발라드 가수 ‘캡사이신’으로 부캐 활동을 시작했다. 캡사이신은 루마니아 출신 뱀파이어 가수로, 커다란 빨간색 모자와 드레스로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개그우먼 박나래, 모델 한혜진, 가수 화사는 MBC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를 만들어내 ‘여은파’로 활약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그맨 허경환, 배우 최란, 개그우먼 홍현희 등이 다양한 부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송문석 교수는 부캐 활동이 연예인들의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찾는 자아실현의 한 방편과 같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일반 사람들이 꿈과 직장을 다르게 가지고 살아가듯 연예인들도 자신의 직업과는 다른 오래된 욕망이나 꿈이 있었을 것”이라며 “가수나 코미디언이라는 자신의 본캐가 어느 정도 성공을 하자 자신감이 생기면서 숨겨왔던 자신의 욕구 실현을 위해 ‘부캐’라는 것을 만들게 된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방송계를 장악한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최민성(15, 경남 양산시) 군은 “부캐를 통해 우리가 TV로 보던 연예인들의 모습이 아닌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신선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해영(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연예인들 본래의 캐릭터성은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색다른 변화를 위해 아예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드러내고 있다. 직장인 안현주(41, 경남 창원시) 씨는 “부캐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들이 많아지니 이제는 모든 연예인들이 부캐를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났다”며 “자꾸만 부캐를 내세우며 나타나는 연예인들 때문에 부캐 콘셉트가 지겹고 진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신장순(74, 부산시 사하구) 씨는 연예인들이 본캐와 부캐를 굳이 나누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씨는 “TV를 볼 때 내가 아는 연예인들이 갑자기 이상하고도 낯선 이름으로 등장할 때가 많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우리처럼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이 TV를 시청하는 데 있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으로 후배 연예인들의 설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보기도 한다. 직장인 조영하(52, 경남 창원시) 씨는 “이미 유명한 연예인들이 부캐 활동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면서 후배 연예인들이 인기를 얻을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수현(22, 경남 창원시) 씨는 “선배들을 따라서 부캐 콘셉트로 활동하는 후배 연예인들도 보이는데 막상 현실은 유재석처럼 유명한 연예인들만 잘 나가고, 나머지들은 흥행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문석 교수는 방송연예계의 현실을 볼때 유명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은 이들의 생존 전략과도 통한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방송연예 시장은 캐릭터 하나만을 가지고 살아가기엔 생명 주기가 굉장히 짧다”며 “그래서 코미디언이 뮤지컬 배우 활동을 하거나 배우가 다큐 프로 진행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부캐 활동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며 “부캐 형성이라 함은 어떻게 보면 연예인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끼와 재능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냥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캐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은 본캐의 유명세에 기대어 대충 흉내내기식의 모습이 아니라 본캐 활동에 버금가는 정도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대충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부캐 활동을 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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