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펼쳐지는 롱테이크의 생동감...웰메이드 영화 ‘1917’이 코로나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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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펼쳐지는 롱테이크의 생동감...웰메이드 영화 ‘1917’이 코로나로 운다
  • 부산시 해운대구 오미래
  • 승인 2020.03.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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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1917'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 대전 용사인,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가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쟁 영화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바로 화면을 끊지 않고 시공간의 건너 뜀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롱테이크’ 기법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1917>은 성공적인 롱테이크 영화로 인정받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을 받았다.

몇 년간 지속되는 지겨운 전쟁 속에서, 어느새 독일군과의 대치 상황에 익숙해져 낮잠을 자는 영국군 병사들의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곤 여느 때나 다를 것이 없는 줄 알고 있는 긴장이 풀린 두 병사에게 중대한 임무가 내려진다. 바로 ‘공격 중지 명령’을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인 2대대에 오늘이 지나기 전에 전해야 한다는 것.

통신이 끊긴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가서 명령을 전달해 독일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아군의 공격을 중지시켜야 1600여 명의 아군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 두 명의 병사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2대대로 향한다. 살갗을 찢는 철조망들, 엄폐물 하나 없는 황폐한 무지, 시체와 하나가 된 진흙탕, 강한 물살에 몸을 가눌 수 없는 아찔한 협곡을 지난다. 과연 그들은 2대대 지휘관을 찾아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할 수 있을까?

2대대 모두가 적진으로 전진할 때 주인공만은 그 무리를 가로질러 전력 질주한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보고 제발 싸우지 말고 아군 누구 하나 다치거나 죽지 않으면 안 되는지 원초적인 질문들을 떠올렸다.

긴장이 풀릴 듯하면 다시 긴박해지는 영화의 스토리 진행 방식과 롱테이크라는 촬영 기법으로 마치 주인공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나를 더욱 영화에 빠져들게 했다. 또한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게 파진 참호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 속 상황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컷 편집이 거의 없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이라 다소 지루할 것 같다는 내 예상은 턱없이 빗나갔다. 오히려 컷 편집이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카메라 구도들이 아주 신선했다. 잔잔한 영화도 아니고 장장 두 시간짜리 전쟁 영화를 어떻게 롱 테이크로 담았을까. 스토리, 세트장, 동선 등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 내용에 몰입하랴 영화 밖의 수고를 가늠하랴, 좋은 의미로 집중하기 바쁜 영화였다.

출연자 및 제작진은 영화 <1917>을 찍기 위해 무려 6개월 동안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런 노고 때문에 여러 상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했다. 영화를 제작하기까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흥행이 따라오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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