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의 책과 사람]⑥‘독서가 만든 명장’ 이순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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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의 책과 사람]⑥‘독서가 만든 명장’ 이순신 장군
  • 김윤환
  • 승인 2019.10.1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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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도서 김윤환 대표
영광도서 김윤환 대표

전쟁 중에도 책과 붓을 놓지 않은 장군

왜적과 싸운 7년 전쟁 하면 떠오르는 두 장수. 이순신과 원균이다. 이순신을 떠올리면 ‘탁월한 리더’, ‘불패의 명장’, ‘거북선’, ‘혁신 경영가’, ‘시인’, ‘효자’ 등이다. 원균은, 이순신 후임으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으나, 그가 지휘한 첫 전투(칠천량 해전)에서 왜군에게 대패하여 조선 함대를 열두 척만 남기고 전부 수장시켜 버리고 말았다. 자신 또한 황천객이 되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지식, 지혜, 전략, 인품에서 비롯되었다. 이순신은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난중일기>를 남겼다. 원균은 자신의 용맹만 앞세웠다. 책을 읽지 않고 남긴 책도 없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이순신만큼이나 열악한 조건에서 자신의 삶을 불태운 명장들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잊혀졌다. 잊힌 이들은 이순신처럼 일기와 각종 보고서를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인간 이순신을 불멸의 이순신으로 만든 것은 칼, 책, 붓이다.

이순신은 지혜, 전략, 용맹, 덕망을 갖춘 장수다. 장수로서 갖춰야 할 4박자를 모두 갖추었다. 20대까지 그는 다른 사대부 집안의 청소년처럼 칼을 든 군인의 삶이 아니라, 책과 붓을 든 선비의 삶을 지향했다.

이순신의 조카 이분(李芬)은 임진왜란 중에 이순신의 진영을 왕복하며 이순신을 보좌했던 인물이다. 그가 남긴 <이충무공행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겨우 한두 잠을 잔 뒤 부하 장수들을 불러들여 날이 샐 때까지 전략을 토론했다. 정신력이 보통사람보다 배나 더 강했다. 때때로 손님과 한밤중까지 술을 마셨지만, 닭이 울면 반드시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앉아 책과 서류를 보았다.’

이순신 장군 동상(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순신 장군 동상(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책에서 지식과 지혜를 익힌 뒤 용맹의 길로 나서다

이순신은 유학(儒學)을 공부하다가, 22세가 되어 자신의 진로를 무과(武科)로 바꾸었다. 10년 후인 32세에 무과에 합격했다. 당시로서는 엄청 늦은 나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약이 되었다. 책에서 지식과 지혜를 익히고 나서 용맹을 익혔다. 이순신은 문무를 겸비한 장수다. 이순신을 추천하고 이순신을 끝까지 믿고 후원했던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이렇게 썼다.

‘순신의 사람됨은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은 단아하며 근엄하게 생겨서 마치 수양하는 선비와 같으나 속에는 담력과 기개가 있다.’

이순신은 청소년시절에는 유학을 공부하여 지식을 쌓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명장·혁신가·발명가·시인이 될 수 있었다. 그는 7년 전쟁 중에도 책과 붓을 놓지 않고 매일매일 일기를 썼다. 독서는 어느날 갑자기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습관이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직접 읽었다고 기록한 책이 있다. 류성룡이 보내준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放略)>(난중일기, 1592년 3월 5일), 스스로 읽었다고 기록한 <동국사(東國史)』(난중일기 1596년 5월 25일), 독후감을 남긴 <송사(宋史)>(난중일기 1597년 10월 8일) 등이다. <임진장초>, <이충무공행록>에 기록된 각종 흔적에는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끊임없이 읽고 사색했는지 보여 주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난중일기> 속의 다음의 구절들이 가슴을 울린다. 그의 기개와 인품에 머리가 숙여진다.

‘出萬死不顧 一生之計 憤憤不已(출전하여 만 번 죽을 일을 당했어도, 한번도 살고자 생각하지 않았다. 분노하고 분노하는 마음 끝이 없다.)

身居將閫 功無補於涓埃 口誦敎書 面有慚於軍旅(몸은 장수의 신분이나 티끌만한 공로도 없는데, 입으로는 임금이 내린 교서를 외워 떠들고 있어, 얼굴에는 부하 장졸들 보기가 부끄러움만 가득할 뿐이다.)

淪陷腥羶 將及兩歲 恢復之期 正在今日 政望天兵車馬之音 以日爲歲 而不爲剿討 以和爲主 姑退兇徒 爲我國積年之侵辱未雪 窮天之憤恥益切(더러운 오랑캐에 짓밟힌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회복할 때가 바로 오늘이다. 명나라 군사의 수레와 말울음 소리를 하루가 1년처럼 기다렸다. 그런데도 적을 무찔러 없애지 않고 강화를 위주로 하고 있다. 흉악한 무리들이 잠시 물러나 있으나, 우리나라는 수년 동안 침략 당한 치욕을 아직도 씻지 못하고 있다. 하늘까지 닿은 분노와 부끄러움이 더욱 사무친다.)

褫四方忠義之氣 而自絶人民之望 臣雖駑怯 當躬冒矢石爲諸將先 得捐軀報國(나라 안의 충성스럽고 의로운 기운이 풀어지니, 백성들의 희망이 끊겼습니다. 신(臣)이 비록 어리석고 겁쟁이이지만, 마땅히 화살과 돌을 무릅쓰고 직접 나아가 여러 장수들보다 먼저 몸을 바쳐 나라의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願以一死爲期 直擣虎穴 掃盡妖氛 欲雪國恥之萬一 而至如成敗利鈍 非臣之所能逆料(원컨대, 한번 죽을 것을 약속하고, 곧바로 호랑이굴을 바로 공격해 요망한 기운을 다 쓸어버려 나라의 수치를 만분의 일이라도 씻으려 합니다. 성공과 실패, 이익과 해로움을 신의 지혜로는 미리 헤아릴 수 없습니다.)

兵法云 必死則生 必生則死 又曰 一夫當逕 足懼千夫 今我之謂矣(병법에서,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했고, 또 ‘한 사나이가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난중일기> 중에서-이순신 지음, 이은상 옮김.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승리한다. 나를 알지만 적을 모르면 한 번은 이기나 한 번은 진다. 나도 모르고 적도 모른다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 이순신 독서법의 특징은 실용적인 데 있다. 즉, 그가 읽었던 책의 공통점은 전쟁 승리와 진중 경영을 위한 아이디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병법과 역사책들이었다. 그 책 속의 이론과 역사적 경험을 자신이 처한 현실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통찰력을 키웠고, 실용적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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