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개소환 폐지? 국민 알 권리 대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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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개소환 폐지? 국민 알 권리 대책부터
  • 부산시 해운대구 이승주
  • 승인 2019.10.2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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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개혁안을 내놓고 있는 검찰이 두 번째 개혁 방안으로 공개소환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국 검찰청에서는 공개소환이 사라지게 됐다. 검찰은 이에 “개인의 인격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 공개소환은 26년 전 현대그룹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검찰 출두 이후이다. 당시 포토라인이 없는 관계로 취재 기자들이 몰려 정주영 명예회장이 다치게 됐고, 이후부터는 별도의 포토라인이 마련됐다. 포토라인 앞에서 휠체어를 탄 대기업 회장이나 비리를 저지른 고위공직자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은 영화, 드라마, 혹은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국민 정서는 알 권리를 앞세운 공개소환을 찬성하는 모양새이다. 그리고 공개소환이 폐지된 이후 첫 수혜자가 조국 법무부장관의 아내이기에 10월 5일 조선일보에서는 ‘전 대통령도 못 피한 공개 소환, 정경심이 없앴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또한 보수신문이라고 불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외에도 같은 날 한겨레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검찰의 공개소환 폐지’라는 내용으로 공개소환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서두른 판단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공개소환은 오랫동안 찬반이 많았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라는 두 가지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는 포토라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형사 소송법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이는 프랑스 권리선언에서 비롯됐으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의자를 무죄로 보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기에 포토라인 앞의 피의자는 아직 해당 사건의 범인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피의자를 공개소환한다면 그것은 대중들에게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불러일으킨다. 특정한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2016년 4월 22일 법무부 훈령으로 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제16조 익명의 원칙이 있다. 사건 관계인을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 익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제17조(예외적 실명 공개)에서는 이미 실명이 대중에게 알려진 피의자의 경우, 일부 고위 공직자, 정당의 대표나 최고위원 급의 정치인,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의 기업, 또는 대표이사 등의 예외 상황을 열거해 놓았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한다는 내용일 뿐이다. 제3장 초상권 보호에 따르면, 소환, 조사, 압수수색 등 일체의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 금지는 물론 검찰청 내 포토라인의 설치도 금지한다고 돼있다. 예외적으로 강력 범죄의 경우나 성폭력범의 경우에만 공개소환이 가능하다. 공개소환은 공보준칙을 무시한 언론의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추가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외국의 경우에도 공개소환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왜 지금 시점에 검찰 개혁이라는 이유로 공개소환을 폐지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황제소환’이라고 비판받던 정경심 교수의 첫 비공개소환이 있은 지 채 몇 주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만한 대안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또한 포토라인은 본인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해명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결국 갑작스러운 변화에 국민들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대부분의 보수와 진보언론에서는 양극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위해, 혹은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소환을 폐지한 것인지, 오히려 조국 법무부장관의 비판 여론을 확대하기 위해 여론을 건드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검찰의 말처럼, 사회의 인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지금 시점의 공개소환 폐지는 옳지 않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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