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의 책과 사람]⑩내가 만약 3일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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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의 책과 사람]⑩내가 만약 3일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헬렌 켈러
  • 김윤환
  • 승인 2019.11.1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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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도서 대표 김윤환
영광도서 대표
김윤환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감사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 감사하다. 내 마음을 상대에게 말로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내가 만약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날에는, 나를 가르쳐 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 분의 얼굴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큰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어요. 점심 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 때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돌아와, 3일 동안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이란 제목으로 <애틀랜틱 먼스리> 1933년 1월호에 발표되었다. 헬렌 켈러의 글은 당시 경제 대공황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았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모습(사진: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무료이미지).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모습(사진: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무료이미지).

헬렌 켈러는 1880년 6월 27일 미국 앨라배마 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19개월 되었을 때에 뇌척수막염으로 추정되는 병을 앓고 나서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고 말았다. 헬렌이 여섯 살 무렵, 부모는 당시 장애인 교육에 앞장섰던 퍼킨스 학교의 교장에게 가정교사를 한 사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위해 선발된 인물이 바로 앤 설리번이었다.

설리번은 1866년 4월 14일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 고아가 되었다. 어려운 생활 끝에 퍼킨스 학교에 들어와 점자 및 수화 사용법을 배우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설리번이 장애인 학교를 다닌 까닭은 그녀 역시 어려서부터 결막염으로 시각장애인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야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했지만 그녀는 평생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다.

헬렌 켈러는 인간의 신체적 불행을 모두 가졌다. 그녀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켰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점자를 익혔다. 점자를 통한 독서량이 방대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이미 5개 국어를 점자로 읽었다. 역사, 철학, 사회, 정치학까지 다양하게 섭렵하였으며 특히 문학을 사랑했다. 그녀는 문학 속에서 자신의 장애를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문학을 ‘나의 유토피아’라 부르며 좋아했다. 그녀의 강철 같은 의지와 따뜻한 감성은 독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다섯 살에 만나 50년간 함께했던 스승과 제자였지만 제자는 스승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인간의 능력은 대단하다.

인간의 사랑은 위대하다. 노력과 사랑으로 결합된 위대한 두 사람, 헬렌 켈러와 설리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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