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의 책과 사람]⑲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써라-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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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의 책과 사람]⑲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써라-김수환 추기경
  • 김윤환
  • 승인 2020.01.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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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도서 대표 김윤환
영광도서 대표 김윤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진가를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실천하기는 어렵고도 쉽다. 머뭇거리면 인생이 지루하고, 과감하게 실천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 한 구절만이라도 기억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김수환 추기경은 기뻐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정신적 스승 김수환 추기경. 사람들은 그를 ‘우리 시대의 목자’이자 ‘시대의 예언자’로 추앙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위기에 부닥칠 때마다 그에게 해법을 묻곤 했다.

자기 자신에게 믿음이 있고 사심이 없으면 용기가 생긴다. 용기는 순간적 충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연마와 성숙, 신앙심에서 나온다. 그는 살아 있는 시퍼런 권력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추기경으로 임명된 지 2년 후인 1971년 12월 24일 자정미사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까?”라고 물었다.

1972년 ‘10월 유신’이 단행되자 ”10월 유신 같은 초헌법적 철권통치는 우리나라를 큰 불행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정권욕에 눈이 먼 박정희 대통령 자신도 결국 불행하게 끝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직언은 예언이 되었고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1980년 12월 12일,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나서 자신을 찾아온 전두환 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부활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고도로 세련된 직언이었다. 가슴이 있는 자는 알아듣고 주먹만 있는 자는 알아듣지 못할 직언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일본 유학 시절 만난 스승에게 “자네 가슴 속에는 뜨거운 불덩이가 있네”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정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 뜨거움은 용광로가 아니라 온돌이었다. 그는 폭탄을 들고 앞장서는 투사가 아니라 세상을 이끄는 스승이었다.

그는 6.25전쟁 중에 사제가 되었다. 이후 ‘정의와 평화가 존재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실천의 삶을 살았다. 그가 추기경으로 살았던 40여 년 중 20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독재권력의 탄압과 싸웠다. 그는 언제나 그 싸움의 중심에 있었다. 그 결과, 종교 지도자를 넘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았다.

1968년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며 그는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며 교회쇄신과 현실참여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교회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종교적인 양심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정치적·사회적인 권력보다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근본적인 신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는 절대로 불의와 부정과 타협하는 공동체가 아닌 인간의 양심에 따라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2월 16일, 87세로 선종(善終-가톨릭에서 죽음을 이르는 말)했다. 생전에 생명 연장만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산소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를 받지 않고 생을 마쳤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존엄사 논란에 영향을 미쳤다. 생전에 장기기증 서약도 했다. 이에 따라 선종 직후 안구 적출수술을 받았다. 장례 절차도 ‘다른 신부와 달리 특별하게 취급하지 말라’는 추기경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졌다.

김수환 추기경 어록

♣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로 만든다.

♣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 화 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 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 이웃과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 가끔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방에서 자신을 바라보라. 마음의 눈으로, 마음의 가슴으로, 주인공이 되어,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나? 조급함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여유로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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