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선악 기준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영화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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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선악 기준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영화 ‘조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9.10.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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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조커'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Why so serious?”

이 문장을 보면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이 있다. 악당 중의 악당이라고 불리는 ‘조커’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동정심 따위는 없고 자신의 목숨마저도 장난감처럼 다룬다. 또 배트맨에게 대적할 만하게 강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악당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조커가 등장하는 영화 대부분은 고담 시의 영웅 배트맨과 악당 조커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조커는 스스로 미쳐서 악당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왔다. 10월 2일 개봉한 <조커>다.

<조커>는 한 평범한 남자가 조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조커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인물인지보다 왜 미쳐버려서 결국 ‘조커’라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과거 영화에서 조커는 살인도 벌이고 폭동에 불씨를 던지는 인물이기도 했지만, 영화 <조커>에서는 그러한 폭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 사회가 어떻게 한 사람을 망가뜨릴 만큼 어지러운지를 그렸다.

주인공인 ‘아서 플랙’은 꽤 외로운 사람이다. 영화 안에서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는 정신병 경력으로 인해 시(市)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상담소에서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지만, 그의 상담사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그는 분노하며 상담사에게 불만을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어차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쓴다”며 자조한다. 아서의 상사 또한 마찬가지다. 아서에게 잘못만을 물을 뿐 그의 변명은 듣기조차 거부하며 그를 해고한다. 아서는 끊임없이 투명한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서는 오로지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뿐이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외로움을 안고 있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아서는 극 중에서 “왜 다 나에게 무례하게 굴죠?”라며 울분을 토한다. 그는 10대 소년들에게 강도를 당하고 또 얻어맞기까지 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자신이 가진 병적 웃음증(pathological laughing) 때문에 건장한 세 남자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가 가장 크게 무례함을 느낀 일은 그의 우상인 쇼호스트 머레이가 자신이 코미디를 하는 영상을 자신의 쇼에서 틀고 그를 재미없는 코미디언으로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준 일이다. 그는 단지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병 때문에 웃음을 숨길 수 없었으며,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코미디 무대에 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아서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만만하게 보이고 웃음거리일 뿐이었다니 비참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시장 출마 후보인 토마스 웨인이 부자를 향해 시위하는 고담시 시민을 향해 “노력해서 부자가 된 우리 눈에 그들은 광대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 말에 영화 속 아서와 스크린 밖 나는 그저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그 장면을 고스란히 본 나도 부유한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극명하게 부자와 아닌 사람들에게 선을 그어버리는 토마스를 향해 반감을 드러내는 아서에게 나도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부자들의 눈에 성난 시민들은 단순히 잡아서 없애야 하는 쥐 같은 존재일까? 언제나 활활 타오르는 문젯거리지만 빈부 격차 문제는 해결될 기미 없이 점점 더 벌어지고 더 활활 타오를 뿐이다.

아서는 이렇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쌓아오다 결국 감정을 터뜨리며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모두 없애고 폭도들이 차와 건물을 부수고 불태우는 광란 속에 우뚝 선다. 그리고 혼란을 즐기고 광기 넘치는 ‘조커’가 된다. 물론 그가 조커가 되는 과정에서 그가 한 범죄가 정당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극장에서 한 번이라도 그가 했던 일에 대해 어딘지 모를 통쾌함을 느꼈다면 왜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This is so serious”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도 서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세상, 노력해도 비웃음을 사게 되는 세상,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빈곤한 사람은 더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세상. 영화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커>는 단순히 악당의 탄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이런 모습을 고치지 않고 둔다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다룬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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