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아한 거짓말', 말 한마디의 소중함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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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거짓말', 말 한마디의 소중함 일깨우다
  • 부산시 남구 박찬영
  • 승인 2019.12.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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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거짓말'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우아한 거짓말'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을까? 마음청정기에 대해서.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 덕분에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약과 치료법으로 평균 수명 백세시대가 된 지금 사회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약은 있는가?’ 그런 의문이 든다. 악성댓글과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무기력증과 불면증을 앓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이제는 마음이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마음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우아한 거짓말>은 이에 대한 작은 해답을 건넨다.

영화는 평범한 세 모녀가 처음 등장하는데, 이 가족의 막내딸인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된다. 유언도 일기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천지. 천지의 언니 만지는 이유도 모르고 떠나보낸 동생을 떠올리며 자책하고 엄마 현숙 또한 깊은 슬픔에 잠긴다. 천지의 죽음 후, 만지는 천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천지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천지의 죽음에 대한 이상한 점들을 하나씩 발견한다. 밝고 귀여운 동생 천지가 왜 갑자기 떠났을까? 이후 만지는 천지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천지의 친구들, 천지가 만났던 사람들, 천지가 다니던 도서관 등. 그러다 천지가 죽으면서 남긴 다섯 개의 털실 뭉치를 발견하고, 천지의 죽음이라는 사실에 가려져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천지는 학교에서 친구 화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대놓고 폭력을 가하는 괴롭힘은 아니었다. 교묘한 화법으로 천지를 괴롭혔다. ‘우린 친구잖아, 친구끼리 선물은 줄거지?’ 이런 식으로 마치 안 사주는 천지가 나쁜 것처럼 몰고 가면서, 고가의 MP3를 생일선물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둘의 관계는 절대 친구라고 할 수 없었지만, 화연은 항상 ‘우린 제일 친한 친구야’라는 우아한 거짓말 아래 천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또한 천지의 아버지가 자살했다며, 천지는 그래서 어둡고 불쌍한 아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씌워 헛소문을 내기도 했다. 화연의 말은 천지를 지독하게 괴롭혔고,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가 된 천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또한 천지의 가족들은 화연처럼 괴롭힌 것은 아니었지만, 천지의 힘듦을 헤아리지 못했다.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가족은 꽤나 화목했다. 다만, 각자의 삶이 바빠 천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했던 것이다. 무심한 성격 탓에 천지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언니와 두 딸을 먹여 살리느라 바빠 딸의 슬픔을 알고도 해결하지 못한 엄마. 각자의 무게로 각자 힘들었던 가족들은 그저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이 한 마디가 필요했던 천지에게 그 누구도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지 못했다. 천지가 떠나고 난 후에야 만지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울었다.

영화 안에서 우울증을 앓았던 천지처럼 우리 주변에도 우리가 모르는 새 누군가가 아파하고 있진 않은지, 나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또 솔직하고 평범하지만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꽤 힘들긴 해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또 서로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쉽고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이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힘든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잘 지내?’, ‘괜찮아?’ 그런 따뜻한 한 마디 건넬 수 있다면 다 괜찮아지지 않을까?

비록 이 영화에서는 천지를 지키지 못했지만, 현실에서의 우리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힘든 순간엔 그 한 마디로 힘을 내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극단적 마지막 순간에도 따뜻한 그 한마디가 떠올라서 한 발 물러날 수 있고, 결국엔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그렇게 한 마디가 따뜻한 응원이 되고, 모두가 지금보다 더 건강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폭력,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악성댓글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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