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낭만카페, 관광객이 직접 찾아 나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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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낭만카페, 관광객이 직접 찾아 나서야 하나?
  • 취재기자 김채민
  • 승인 2019.10.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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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카페 선정만 해놓고 추가 사업은 감감 무소식
젊은이들 많이 찾는 '예카'를 또 지정했단 비판도

최근 ‘예카(예쁜 카페)’ 열풍이 뜨겁다. 그에 맞춰 지난 5월 부산시는 부산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부산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은 지역별 카페투어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카페 35선을 선정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카페 선정 외의 다른 사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낭만카페 사업을 시작하면서 선정된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독창적 체험형 카페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테마별 투어 코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다국어 가이드북 제작, 국내외 카페 투어 SNS 운영자 초청 팸 투어, 하반기엔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을 종합해 추가적으로 낭만 카페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단순히 인기를 끌만한 카페만을 선정한 것이 아니다. 최근 카페가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부산만의 문화와 낭만을 담은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관광 산업과 경제 활성화에 촉매제가 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낭만카페를 선정했다.

낭만 카페는 구 별로 1~4곳이 선정됐다. 중구는 레귤러 하우스, 노티스, 바우노바 백산점, 서구는 TCC, 빈스톡, 동구는 카페 초량 1941, 문화공감 수정, 영도구는 카린 영도 플레이스, 신기산업, 젬스톤, 부산진구는 빈티지38, 비포선셋, 오월생, 유월커피, 동래구는 아트케이갤러리 카페, 그린내, 어반 플로우, 남구는 딜라잇식스, 카페 이정원, 북구는 루왁, 해운대구는 엣지993, 포트 1902, 사하구는 소울레터커피컴퍼니, 금정구는 모모스, 티원, 강서구는 포레스트 3002, 몽도르 카페, 연제구는 고래커피, 수영구는 오후의 홍차, 더박스, 사상구는 Vsant, 기장군은 웨이브온, 아데초이, 헤이든, 비치다카페. 총 35곳이다.

낭만 카페에 선정된 부산진구의 한 카페다. 매장 내부가 채광이 좋고 따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예카와 비슷해 문화 복합 공간이나 전문성을 찾기엔 어렵다(사진: 취재기자 김영주).
낭만 카페에 선정된 부산진구의 한 카페다. 매장 내부가 채광이 좋고 따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예카와 비슷해 문화 복합 공간이나 전문성을 찾기엔 어렵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하지만 이 사업의 타당성 문제가 대두된다. 현재 선정된 카페들은 부산의 유명 카페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영도구의 젬스톤은 약 2만 6900개, 부산진구의 빈티지38도 약 2만 9200개다. 이미 유명해진 카페를 낭만 카페로 선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겠냐는 것이다. 대학생 신지원(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굳이 유명한 곳을 더 유명하게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낭만카페로 선정된 카페 중 네 곳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했을 때 게시물의 개수다. 이외에도 각 카페 당 적게는 약 1000개, 많게는 약 11만 3000개가 검색된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낭만카페로 선정된 카페 중 네 곳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했을 때 게시물의 개수다. 이외에도 각 카페 당 적게는 약 1000개, 많게는 약 11만 3000개가 검색된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카페 선정 기준도 의문이다. 부산시는 단순히 예쁜 카페를 선정한 것이 아닌 부산을 대표할만한 특색 있고 복합 문화 공간인 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정 결과표를 보면 인테리어의 독창성, 포토 스팟, SNS의 파급력과 같은 이유가 적혀있는 곳이 26곳이다. 이목을 끌기에 빠질 수 없는 이유이기는 하나, 부산시가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다.

부산진구의 한 낭만카페를 방문한 대학생 송수민(2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분위기가 좋고 사진 찍기는 좋지만 대한민국 어딜 가도 이와 비슷한 카페는 있을 수 있다”며 선정 이유에 대해 의문을 보였다. 이에대해 부산시는 “시민 투표와 전문가 평가로 선정한 곳”이라고만 말할 뿐, 다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낭만카페 선정 이후 시민들의 불편도 생겼다. 원래 고객이 많았는데 더 많아져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선정 이후 청년층, 중·장년층 너나할 것 없이 낭만 카페를 찾았다. 기존 매출보다 적게는 5%, 많게는 20%가량 는 곳도 있다. 기장 웨이브온을 자주 이용하던 대학생 박주영(2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갈 때마다 줄을 서는 경우가 많은 유명한 카페였는데 선정된 이후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낭만카페에 선정된 부산진구의 또 다른 카페. 식물로 매장을 꾸며 친환경적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예카의 분위기다. 낭만카페 선정 이유에 전문성이 포함된 카페지만 전문성을 찾아보기엔 힘들었다(취재기자: 김영주).
낭만카페에 선정된 부산진구의 또 다른 카페. 식물로 매장을 꾸며 친환경적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예카의 분위기다. 낭만카페 선정 이유에 전문성이 포함된 카페지만 전문성을 찾아보기엔 힘들었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낭만카페를 선정하며 같이 추진하기로 한 사업도 감감 무소식이다. 선정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투어 코스, 가이드북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SNS 홍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낭만 카페 선정에 관한 문구가 붙어있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은 문구를 본 이후에야 부산시의 사업을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반기에 예정이던 추가 낭만 카페 선정에 관한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현재 트렌드인 예카(예쁜 카페)투어, 강릉 커피거리 따라하기 식의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중순에 가이드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와 일본어판 가이드북을 같이 제작하다 보니 늦어졌다는 것이다. 가이드북은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은 낭만 카페, 챕터 2는 낭만 카페 주변 관광지 소개, 챕터 3은 투어 코스 소개다.

국내외 카페 투어 SNS 운영자 초청 팸 투어는 일본과 함께 할 예정이었지만 한일관계 갈등으로 사정이 어려워지며 현재 시행은 미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낭만카페 선정 취지에서 벗어날 경우 사후 관리차원에서 해당 카페의 선정 취소 및 변경 가능성은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예정이라던 추가 낭만카페 선정은 없을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선정된 35선의 카페로 사업을 진행하고 내년에는 다른 주제로 시리즈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또 “낭만 카페 사업 진행 필요하다면 추가나 변경 등의 사안을 고려해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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