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지 말개, 죽이지 말라냥”... 동물 학대하는 우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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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지 말개, 죽이지 말라냥”... 동물 학대하는 우리의 민낯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09.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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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0년 이하, 캐나다는 5년 이하 징역형... 한국은 미약
국내에서 동물 학대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12건 정도
“생명 윤리에 대한 교육 부족”... 동물보호 교육 이루어져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8.5%가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길렀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우리 나라 사람 68.5%가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길렀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개의 주둥이에 고무줄을 감아 괴사시킨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났다. 오토바이에 강아지를 매달고 질주한 견주가 비난을 받고 있고, 해운대에서는 견주가 개를 끌고 다니며 억지로 산책을 시키는 등 잇따른 동물 학대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행위 처벌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맹견 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등록 대상 동물의 관리를 강화, 동물 실험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윤리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 학대 범위도 조정됐다. 유기나 유실동물 살해 행위, 판매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동물 학대 혐의를 받게 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국의 약한 처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96.8%가 동물 학대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자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96.8%가 동물 학대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자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제공).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미약하기만 하다. 얼마전 개를 전봇대에 매달아 죽인 사람은 벌금 200만 원 판결을 받았다. 전기톱으로 이웃집 개를 살해한 사람은 벌금 50만 원, 길고양이 600마리를 죽인 사람은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받았다.

이처럼 동물학대를 해도 무혐의나 불기소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동물 학대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지금까지 12건뿐이다.

미국에서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발코니에서 던져 죽게 한 남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단순히 강아지를 살찌게 방치한 것만으로도 10년간 애완동물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사람도 있다. 라투아니아에서 이웃집 개를 살해한 사람은 징역 8개월, 폴란드에서 임신한 개를 굶겨서 죽인 사람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해외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 미국은 10년 이하 징역형, 캐나다는 5년 이하 징역형, 핀란드는 4년 이하 징역형, 독일은 3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 학대 혐의를 받게 되면 대체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떨어진다. 

한국은 왜 처벌이 힘들까

동물 학대는 학대 정황을 찾는 것이 어렵기 힘들기 때문에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학대 정황이 있다고 해도 동물 학대를 고발하려면 증거 확보가 필요한데, 동물이 스스로 학대를 받았다고 고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범죄 입증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동물의 소유주에 의해 학대가 이루어졌을 때는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정의된다. 직접 상해가 발생해야지만 동물 학대 처벌이 가능해진다. 단순히 굶고, 묶어서 가두고, 억지로 끌고 다니는 등의 학대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학대 행위로 인해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러야 학대로 겨우 인정되는 것이다.

물건을 망가트리는 것과 생명을 빼앗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보는 법의 시선은 동물 학대를 더욱 쉽게 생각하게 한다. ‘생명’을 해쳤기 때문이 아니라, ‘물건’을 망가트려서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책임의 정도가 틀리다. 동물 학대는 물건을 망가트린 것이 아닌, 생명을 빼앗고 학대한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동물 입양 방식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지인에게 받거나, 동물 판매업소에서 구매해 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자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제공).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지인에게 받거나, 동물 판매업소에서 구매해 기르는 경우가 많다(자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제공).

한국은 동물 입양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동물을 키우는 것에는 어떤 자격이 필요로 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동물 학대 경험이 있어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반려동물을 방치할 확률이 높아도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유기견 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기본 인적 사항,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등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친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은 보호자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가족 구성원이 전부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입양 절차를 마치면 반려동물을 국가에 등록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동물의 입양 절차부터 까다롭게 만들어 아무나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동물이 죽거나 없어지면 언제든 새로 사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양 절차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대학생 A 씨는 대학교 내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매우 기뻐했다. 매일 찾아가 고양이에게 밥도 주고 간식도 줬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들은 누군가가 집어던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모두 죽고 말았다. A 씨는 “너무 충격받았다. 학교에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며 “잡아서 처벌했으면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B 씨는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도 하나의 생명인데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고 죽이는 것이 끔찍하다는 것. B 씨는 “동물보호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생명 윤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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