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촬영 위해 넘어뜨린 말 사망... 동물학대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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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촬영 위해 넘어뜨린 말 사망... 동물학대 '시끌'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2.01.21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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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방송 촬영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건 부끄러운 일”
과거 미국서도 논란.... ‘동물 배우’의 안전, 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만들 때
낙마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강제로 넘어뜨려진 말이 심하게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말은 촬영 일주일쯤 뒤 사망했다(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낙마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강제로 넘어뜨려진 말이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말은 촬영 일주일쯤 뒤 사망했다(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의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강제로 말을 고꾸라뜨린 끝에 말이 사망하자 동물권 보호단체가 드라마 촬영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태종 이방원’ 촬영장의 동물 학대 논란은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동물자유연대는 ‘태종 이방원’ 7회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장면을 문제로 삼았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제작진은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고, 스태프들이 와이어를 잡고 있다가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줄을 당겨 강제로 넘어지게 했다. 강제로 넘어진 말은 심하게 고꾸라져 목이 꺾일 정도였다. 말은 고통스러운 듯 다리를 몇 번 구르다가 결국 자기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쓰려졌다.

동물자유연대의 문제 제기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KBS는 뒤늦게 입장문을 냈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말이 촬영 일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와 같은 촬영 장면은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철사로 말의 다리를 걸어 고의로 넘어뜨리는 촬영 방식이 흔하게 사용됐던 것. 하지만 이 촬영 방식으로 인해 수많은 말이 죽거나 다쳤다. 말 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를 계기로 ‘미국 인도주의 협회(AHA)’가 1940년부터 영화와 TV에서의 동물 출연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동물자유연대는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할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동물 배우’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는 것.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라며 “KBS 윤리 강령에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을 마련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동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CG 처리되거나, 안전장치를 한 뒤 촬영한 줄로만 알았던 장면이 말을 일부러 넘어뜨리고 심지어 말이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공분했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태종 이방원’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말이 죽었을 정도면 고통이 상당했을 것 같다”, “드라마 장면 하나를 촬영하기 위해 동물의 목숨이 희생됐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 “2022년쯤 됐으면 동물 복지에 대한 것도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 “동물을 물건 취급한 거다”, “생명을 쓰고 버리는 소품 취급해서는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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