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비' '고맙비'라 부르며 길고양이 매매 행위도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년 5월 시행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묘’의 개체 수는 258만 마리로, 5년 전에 비해 68만 마리가 증가했다. 전국 638만 가구에서 86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울 만큼 우리나라는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지만, 집에서 키워지지 못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과 그들을 돌봐주는 ‘캣맘’, ‘캣대디’에 대한 주민들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캣맘, 그리고 캣대디란?
캣맘(Cat Mom) 그리고 캣대디(Cat Daddy)는 주인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캣맘들 중에서는 드물게 중성화 수술도 시켜주는 사람과 유기된 고양이들을 구조해 임시보호시설이나 순화시켜 재분양 시켜주는 사람들도 있다.
캣맘이 되는 동기는 꽤 단순하다. 길고양이가 집에서 키워지는 고양이들보다 양질의 생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동정심과 연민에 근거해 밥을 챙겨주거나 혹은 집에서 기를 수 없는 여건이 되지 않아 자신의 반려묘인 것처럼 길고양이를 챙겨주기도 한다. 때로는 별 이유 없이 단순히 ‘귀여워서’ 캣맘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말하자면 동정심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스스로가 캣맘이 되는 것이다.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사례
서울시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중성화 사업 시행 이후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17년 13만9000마리로 줄었다. 이는 중성화 사업의 성과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고양이들과 그들을 챙겨주는 캣맘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길고양이는 대부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고 비좁은 공간에 몸을 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습성 때문에 자동차 보닛 아래 구멍으로 들어가 잠을 자거나 추위를 피한다. 그러다 차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자동차 파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고양이가 있는 걸 모른 채 시동을 걸면 고양이가 깔려 죽기도 한다. 수리 비용도 적지 않을 뿐더러 원하지 않게 고양이 시체를 보게 되는 차주 입장에선 충격이 클 것이다.
다른 피해는 소음이다. 특히 짝짓기를 할 때나 영역다툼 등을 할 때 특유의 울음소리로 피해를 준다. 도심 주택가에 사는 A 씨는 “평소 불면증이 심한데 유독 고양이들은 유독 꼭 밤에만 우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너무 화가 나서 잡아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든 적이 있다”며 “특히 고양이들 울음소리는 어린아이 우는 소리 같아서 가끔 소름 돋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캣맘이랑 전쟁 중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피해자는 자신의 빌라 집 앞에 캣맘이 매일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겨줘 “배설물과 고양이들 울음소리 때문에 피해를 보니 집 앞에 사료를 두지 말라”고 부탁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해당 지역 민원을 넣어 먹이통을 치웠다. 그러나 이후 해당 캣맘과 관련 없는 다른 사람들이 전화로 협박을 한 사건도 있었다.
캣맘과 주민들의 갈등은 각종 SNS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길고양이들로 인해 불쾌하다"는 내용보다는 "무개념 캣맘들 때문에 더 짜증난다"라는 등의 내용이 더 많다.
책임비?
캣맘들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게 된 계기가 하나 더 있다. 보호와 입양이라는 명분으로 일부 캣맘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비’ 또는 ‘고밥비’라고 불리는 돈을 받고 길고양이를 매매한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동물을 ‘책임비’등의 명목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매매하는 행위는 ‘판매’로 간주돼 불법이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B 씨는 “자신이 키울 능력이 없으면서 길고양이들을 이용해 상업화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모든 캣맘들이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으로 생각 없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매매하거나 하진 않는다. 자신의 사비로 고양이들의 TNR 수술(중성화 수술)을 해 주는 착한 캣맘들도 있으며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주민들과 길고양이들의 공존을 위해 갈등 해소를 위한 제안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