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33
작가의 말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그 속에 옅지만 빗방울까지 품고 있다. 우산은 언감생심이다. 머리만 겨우 가리고 있지만 사료를 담았던 종이 포대자루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허리 아래는 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서 받아왔는지 모르지만 플래스틱 상자엔 생선 몇 마리가 담겨 있다. 복잡한 시장 바닥이지만 한 뼘 자리라도 앉아서 팔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처지도 아니다.
상자에 끈을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쉽게 팔리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렵고 힘든 시절,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렇게 벌어 식구들을 먹여 살렸고 자식들 공부도 시켰다.
아버지 하늘로 보내시고 벌써 4년 반을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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