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92년 김해 진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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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우의 사진이야기]92년 김해 진례시장
  • 사진가 문진우
  • 승인 2020.01.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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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37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설을 앞둔 시골장터는 분주하다. 한 아주머니가 차례상에 올릴 건어물을 파는 가게에서 흥정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설빔으로 선물을 하려는지 검정색 두루마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명절 때가 되면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검정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 검정색 두루마기가 어른의 상징 같기도 했다.

뻥튀기용 곡물을 담은 용기들이 옹기종기 줄을 지어 있다. '펑'하는 소리가 무서워 두 손으로 귀를 꼭꼭 틀어막았었던 기억이 있다. 뻥튀기로 튀긴 다음에는 강정 만드는 집으로 들고 간다. 시장 귀퉁이 공터에 임시천막을 쳐 놓고 강정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설음식에서 떡국을 빼 놓을 수 없다. 긴 가래떡을 뽑는 떡집은 쉴 틈이 없다. 이런 날이면 떡집은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일손이 되기도 하지.

떡국을 먹어야 진짜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으니, 떡국은 빨리 어른이 되고픈 아이들에겐 필수 음식이었다.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나에게는 이 모든 풍경이 이제 아련하다. 지금도 시골장터에 가면 더러 만나 볼 수는 있으나, 현대식 마트가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현대식으로 변해버렸다.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 속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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