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 이야기]98년 부산 문현동 돌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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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우의 사진 이야기]98년 부산 문현동 돌산마을
  • 사진가 문진우
  • 승인 2019.11.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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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28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마을이 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돌산마을이다. 남구 문현동과 부산진구 전포동의 경계 고갯마루에 자리한 동네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공동묘지 위에 6·25전쟁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면서 형성됐다. 그래서 사람 다니는 길 옆 집과 집 사이에, 심지어 집 뒤뜰에도 무덤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음을 끼고 살고 있다.

“어디까지가 삶이고 어디까지가 죽음인가.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삶인가 죽음인가. 이 골목에 들어서면 해 뜨기 전의 새벽이나 해 지고 나서의 저녁, 빛과 어둠의 모호한 경계는 빛과 어둠이 다르지 않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략>

이곳 사람들은 죽음이 있는 골목에서 일상을 깨우고 죽음이 있는 골목 속으로 일상을 마감해간다. 그것이 매일의 반복이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울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결코 다름이 아니란 것을 여기서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나는 삶의 겸손을 배운다 ”(문진우 사진전 ‘메멘토 모리’ 중에서)

허름하고 낡은 동네가 무덤까지 품고 있으니 외지인들 눈에는 얼마나 신기해 보였을까? 벽화가 그려지고 동네가 품은 이야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면서 한때 주말이면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이 동네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몇 집만 남기고 대부분 비어 있다. 골목에 인적은 간 데 없고 어른 허리 높이만큼 자란 잡초들만 늦가을 바람에 비틀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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